비선형성은 어느 영역에서나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비선형성을 처음으로 접한 영역은 전공인 영문학이 아니라 수학이었다. 나는 혼자 해석학을 독학하는 과정에서 다변수 함수(multivariate function)와 편미분(partial derivative)을 접하게 되었고 여기서 비선형성에 관한 여러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문학과 수학을 평행하게 놓고 생각해 보자. 문학에서 사용하는 기법을 수학의 개념을 대응시켜 볼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선형성이란 하나의 정보 흐름에 따라 차례로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하였다. 수학에서 이에 대응하는 개념을 찾으면 선형 함수(linear function)라고 할 수 있다. 가령, f(x) = 2x + 3 같은 일차 함수는 입력 값 x에 따라 출력 값 y가 결정된다. 변화가 단순하고 예측이 쉽다. 애초에 뚜렷한 목적만을 지닌 텍스트라면 이러한 선형적 이해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면에 고전의 반열에 오른 문학 작품은 단 한 가지 측면으로만 이해하긴 어렵다. 여러 정보나 아이디어를 동원한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해진다. 또한 정해진 결론이 없고 등장인물들이 모두 '살아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관점에 따라 극과 극으로 바뀐다. 수학 개념에서는 변수가 여러 개인 다변수 함수를 이에 대응시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f(x, y) = 3x + 2y - 5 같은 함수는 x, y의 두 가지 독립 변수에 따라 출력 값이 달라진다. 또한 선형 함수와 다르게 한 변수의 입력값이 변한다고 해서 그에 대응하여 출력 값이 정해지지만은 않는다. 변수 간의 얽히고설키는 상호작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문학 작품을 비평코자 할 때는 자신의 관점을 반드시 동원해야 한다. 작품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잣대를 세우는 것이다. 절반정도의 물이 담긴 컵을 보고 "반이나 남았네!", 혹은 "반밖에 안 남았네."로 갈리는 상반된 평가는 물 컵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결론이 변한 간단한 예시이다. 그렇다면 비평의 이러한 특성은 수학의 어떤 개념에 대응시킬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을 다변수 함수의 편미분이라고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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