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을 방문하는 사람들, 특히 창이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필수 관광 명소가 있다. 2019년에 지어진 지상 5층, 지하 5층 규모의 원형 쇼핑몰 <주얼, Jewel>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석과 같은 형태를 지녔으며 동시에 창이공항 내에 위치하여 보석과 같은 역할을 겸한다.
공항은 자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다중이용 시설인만큼 공공성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곳에 위치하는 쇼핑몰들은 구조적으로 단순히 영리만을 최우선 목표로 취해서는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주얼 역시 그중 하나로, 이를 위해 아주 특별한 대규모 라운지 공간을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의 구조는 단순하면서도 경이롭다. 둥근 외곽선을 따라 매장들이 배치되어 순환형 동선을 구축하였고, 그 중심에는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엄청난 스케일의 인공 폭포가 배치되었다. 그 주변으로는 말 그대로 대자연이 조성되었는데, 계단식으로 층층이 조성된 이 숲은 인공적으로 조성되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특히 싱가폴 특유의 열대식물로 꽉 찬 이곳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관광객들은 물론, 유럽과 북미 등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매우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이에 국적을 불문한 모든 방문객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거나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 없다. 많은 사람들이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이집트를 방문하듯, 누군가에게는 주얼 그 자체가 싱가폴 방문을 위한 충분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지붕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 거대한 원형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인공폭포 중 하나로, 분당 40톤에 가까운 방대한 양의 물을 쏟아낸다. 이를 통해 실내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동시에 물의 기화현상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낮추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해당 부분의 천장은 뚫려있어 비가 오는 날에는 별도의 장치 작동 없이 빗물을 그대로 흘려보내 폭포를 가동한다.
이는 지상층뿐만 아니라 지하층에서도 볼 수 있다. 이곳에는 거대한 곡면 아크릴 벽을 타고 물이 흐르며 아른거리는 물결을 형성하여 지상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쇼핑공간이 정원 뒤에 위치하여 쇼핑 중에는 이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 지상과는 달리, 지하에는 시야를 간섭하는 이러한 요소들이 적어 상대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한편 지름이 200m에 달하는 지붕은 실내 식물들의 생장을 위해 자연광이 투과되는 유리를 전체적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엄청난 천창의 하중을 지탱하기 위해선 수많은 기둥이 필요한데, 탁 트인 개방감을 위해선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에 지붕 전체를 입체 곡면 형태로 설계해 하중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극적인 연출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붕과 가장 가까운 5층은 온전히 휴식공간으로 조성되었다. 편히 앉아서 쉴 수 있는 잔디밭과 산책길, 미로정원 등이 위치한다. 또한 중심을 가로지르는 브릿지를 걸으며 폭포를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고,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하며 즐길 수도 있다. 사실상 쇼핑몰보다는 실내 테마파크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주얼은 단순히 공항 편의시설을 넘어 싱가폴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세계에 국가를 알리고 있다.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마저 즐겁고, 오히려 기다림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국내에도 이러한 공간이 많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를 위해선 지리적 환경이 뒷받침되어야만 한다. 한국과 같이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급격하게 벌어지는 지역에는 설사 짓는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이용이 사실상 불가하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를 과감히 진행하여 한국만의 컬러가 느껴지는 공간이 탄생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지 출처:
- Safdie Architects
www.safdiearchitects.com/projects/jewel-changi-airport
- PWP Landscape Architecture
www.pwpla.com/projects/jewel-changi-air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