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테일 랩 Aug 18. 2024

빵지순례: 런던 베이글 뮤지엄

디저트는 F&B 산업 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으면서 동시에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 중 하나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접근성이 높아 누구나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어 집객 및 매출 증대에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형 리테일에서는 유행에 발맞춰 디저트 매장을 주기적으로 리뉴얼하는 움직임이 많아졌고, 특히 핫플 MD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영국식 베이글을 전문으로 하는 디저트 브랜드이다. 2021년 처음 오픈한 안국점이 큰 히트를 치며 핫플레이스로 등극하였고, 2023년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하였다. 최근에는 스타필드 수원점에도 입점하며 현재까지 총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오늘은 서울 소재 쇼핑몰에 입점한 잠실점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름과는 다르게 순수 국내 브랜드로 산업시대 영국의 빵공장을 컨셉으로 운영 중이다. 전 지점 외관을 벽돌로 통일한 것이 특징으로, 특히 화이트 톤으로 일관된 롯데월드몰 내부에서 이러한 재료가 주는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이와 더불어 매장 앞에 줄지어 있는 대규모 인파와 창문 너머로 보이는 분주한 주방 내부 모습은 사람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그림 1. 쇼핑몰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


입장을 위해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오랜 대기가 필수이다. 주말 낮시간 기준, 포장 대기열이 100여 명 있는 경우 약 30분 이후에 입장할 수 있다. 반면 현장 취식을 원하는 경우 매장이 협소해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한다. 다행히 대기등록을 마치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 현황을 알려주기에 그동안 고객들은 편하게 쇼핑몰을 둘러보거나 바로 옆에 있는 블루보틀에 앉아 기다리곤 한다. 유명 베이커리 하나만으로 주변 혹은 쇼핑몰 전체에 반사이익이 돌아오는 것이다. 어떻게든 핫플을 모셔오려 경쟁하는 이유가 어느 정도 납득될 것이다.


차례가 되어 입장하면 나무로 만든 소품들로 채워진 내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목재 트러스 구조의 천장 장식으로 공장 분위기를 더욱 자아내고 있다. 매장 내부에도 짧은 줄이 있는데, 기다리는 동안 둘러볼 수 있는 굿즈들이 진열되어 있다. 영국 귀족의 상징이었던 말 캐릭터 인형과 브랜드 티셔츠 등이 시선을 사로잡아 기다림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빵을 진열해 두는 트레이 역시 목재 집기류로 되어 있는데, 그 위에 놓인 형형색색의 베이글들이 따뜻한 느낌의 조명 아래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마치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 같아 <뮤지엄>이라는 이름과도 잘 어울린다. 쉴 틈 없이 비워지는 트레이에 빵을 채워 넣느라 분주한 직원들로 정말 공장처럼 돌아간다는 느낌을 무의식 중 느끼게 된다.


그림 2. 매장 내부 VMD


베이글 선택이 끝났다면 계산 전 마지막 관문인 크림치즈 매대 앞에 도착하게 된다. 그곳에는 지금껏 보지 못한 수많은 종류의 크림치즈들이 진열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한두 개의 기성품을 구비해 두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판매 중인 베이글과 가장 조화로운 치즈들을 직접 개발하고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다. 매대 옆의 직원은 이에 생소한 고객들을 위해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사소한 부분까지 챙긴다는 점에서 브랜드의 철학을 느낄 수 있으며 경쟁 업체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마지막 선택지가 너무 많아 고객들이 쉽게 고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물론 전담 직원이 적극적으로 응대하고 있지만 불필요한 정체를 유발한다는 점은 여전하다. 결제를 진행하는 캐셔는 총 3명이지만 그 앞은 손님이 없어 매우 한산하다. 치즈 매대를 분산하는 등 운영 방식만 조금 손 본다면 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로 브랜드가 기억될 것이다.


그림 3. 매장 내부 전체 모습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브랜드 스토리 전개가 자연스러우면서도 강렬했다. 짧은 시간 내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지닌 컨셉을 확실히 각인시켜 주었고, 매대 역시 집기류와 조명, 색조합 등 VMD에서 많은 고민의 흔적이 느껴졌다. 특히 오랜 시간 대기로 지친 고객들을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친절한 직원 응대로 자칫하면 부정적일 수도 있는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어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