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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gi Jul 23. 2024

지칠 때 쉬면 안 되는 이유



세상에는 배울 것들이 너무나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조차 배워야 할 때가 있죠.


달리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보통은 그냥 달리고 싶을 때 발을 구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육상을 배울 기회가 있었던 사람은 제대로 달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휴식은 어떨까요? 내가 쉬고 싶을 때 쉬면 되는 것 아닐까요?


언제 쉴지를 결정하는 것은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지칠 때까지 참다가 마지못해 잠깐 쉬어가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돌아보면 휴식은 게으름이라는 의미로 우리 머릿속에 주입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려서는 자율을 빙자한 강제였던 자율학습과 학원에 빠지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학생의 기본조건이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하루하루 쉼 없이 시간을 보냅니다. 만약 운 좋게 직업이 생겼다면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쫓기듯이 매일을 보냅니다.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우리는 휴식을 미루는 것이 익숙해졌습니다. 이러다 죽을 것 같다 생각이 들면 조금 쉬어갑니다. 잠은 죽어서 자는 거라며 스스로 위로하면서 말이죠.



힘들다고 말하면 언제나 되돌아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구나 다 힘들다고. 다 이렇게 산다고. 그런데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요?


이제 젊은 사람들은 아이를 낳기 싫다고 말합니다.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과 같은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우리는 지금 괜찮지 않아 보입니다.


미국에 와서야 나도 모르게 나를 혹사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알고 나서도 습관이 되어버린 그것을 한동안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끔씩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슬픈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연구실에 제 멘토가 있습니다. 그는 오후 다섯 시가 되면 자주 제 자리에 찾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It‘s time to close the shop”. 가게 문을 닫을 때가 되었다고 말입니다.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내가 늦게 남아서 일을 더 하면 결과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서로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그는 내게 미리 쉬어두어야 다시 일할 힘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너무 지친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쉬어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집에 돌아가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쳤다면 이미 늦은 것이었습니다.



물은 목마르기 전에 마셔주어야 합니다. 목이 마른 느낌이 든다면 이미 몸 안에 물이 부족해지고 난 후입니다.


너무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아프다면 30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해야 합니다. 몇 시간이 지난 후 허리가 뻐근한 느낌이 들고 나서야 일어난다면 이미 늦은 것이 됩니다.


몸이 신호를 보내기 전에 우리는 미리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이 간단하지만 너무나 중요한 사실을 안타깝게도 저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구에 빙하기가 온 이유는 어떤 일시적인 거대한 힘에 의해서가 아닙니다. 그저 그해 여름이 충분히 덥지 않아서 지난겨울에 온 눈을 완전히 녹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이 반복되면 빙하기라는 거대한 사이클이 도래합니다.


지친 마음, 스트레스, 피로감도 나에게 내리는 눈과 같습니다. 매일 완전히 녹여주지 못한다면 쌓이고 쌓여서 어느새 빙하기가 찾아오게 됩니다. 그때는 손 쓸 수 없이 거대해져 버린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짓누르게 될 것입니다.


사소한 물 마시기부터 거대한 빙하기에 이르기까지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예시는 많습니다. 휴식을 시작해야 할 때는 바로 내 몸에 남아있는 에너지가 0이 되기 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일 적당한 때에 멈출 수 있는 용기와 꾸준한 연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삶이 마라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라톤은 보이지도 않게 멀리 있는 목적지까지 휴식 없이 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삶이 매일 개최되는 800미터 달리기라고 생각합니다. 딱 그 정도 뛰고 내일 다시 열리는 경기를 위해 강제로 쉬어주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미라클모닝은 많은 책과 영상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제는 언제 하루를 끝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차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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