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삐용'
3차선에서 신호 대기 중이었다. 잠시 오른쪽을 바라본 후 1차선 쪽을 봤는데 앰뷸런스 한 대가 역행해서 내 눈앞에서 달려 지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내가 차선을 잘못 잡았나 착각했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고 꽤 긴 거리 동안 1차선이 비어 있는 걸 본 앰뷸런스가 중앙선을 넘어서 역행으로 달린 것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나 급한 환자가 타고 있길래 그러는 걸까.'
그 순간 내 기억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심한 현기증과 갑작스러운 혈압 상승이 왔고 그로 인해 나는 서 있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다. 구급차를 불러서 직원 한 명과 함께 도착한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침대에 누워 내 눈에 보인 것은 응급차의 천장이었다.
'나 왜 이러지?'
'지금 나는 어디로 가야 되는 걸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고도의 긴장감으로 얼굴 근육이 굳어버린 느낌이었다. 그 순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무서웠다.
'아이들 얼굴은 봐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하니 그저 눈물만 흘렀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당시에는 그 자리에서 내 삶이 끝날 것 같았다. 그동안 뭔가 잘못한 게 있었다면 끊어내야 될 것 같고 사과를 하고 싶었다. 그 대상이 누구든.
응급실에 도착해서 30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물론 현기증도 사라졌다. 몇 가지 검사를 하고 내 기억으로는 MRI까지 찍은 것 같다. 다행히 별일 없이 끝난 그 일로 인해 한동안 나는 앰뷸런스 공포증이 생겼다. 경적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귀를 두 손으로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이런 증상도 2년 정도가 흐른 후에는 깜쪽같이 사라졌다. 그리고 앰뷸런스 소리에 이렇게 놀란 건 참 오랜만이다.
저 차에는 어떤 환자가 타고 있을까. 그리고 과연 무슨 일로 중앙선을 넘어 역행을 할 정도로 긴급하게 달리는 걸까. 나는 차 안의 광경이 궁금했다. 침대에 누운 사람은 어떤 마음이고 그 곁을 지키고 있는 보호자는 또 어떤 심정일까? 얼마나 절박할까. 이런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구급차는 이미 나의 왼쪽을 지나 다시 중앙선을 넘었다. 그리고 정상적인 방향으로 달렸다. 이 상황만으로도 안도감이 들었다.
아픈 사람의 심정을 알게 되었다. 몇 차례 응급차를 타본 이후 도로변에서 구급차의 소리가 들리면 나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자리를 만들어서 비켜준다. 그리고 그전에 몰랐던 사실도 깨달았다. 왜 그렇게 구급차들은 빨리 달리는지. 내가 그 차를 타보니 차 안에서의 1분은 마치 100분처럼 느껴졌다. 나를 싣고 달리던 운전기사분이 비켜주지 않는 앞차와 접촉 사고를 일으켰다. 나는 그 충격으로 인해 침대에 머리를 박았다. 하지만 내가 놀랄까 봐 동행한 구급 대원분이 머리를 쓸어 주셨고, 나는 그 손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내 마음을 진정시켜 주시던 간호사분 그리고 응급실로 들어가는 나에게 괜찮을 거라고 다독여주시던 구급 대원. 병이라는 큰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그동안 전혀 몰랐던 사람들의 고마움을 느꼈다.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는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는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 내 앞을 지나간 구급차. 그리고 그 차 안에서 복잡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을 어느 누군가에게 난 마음을 다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 잘 될 겁니다."
차창 밖의 공기에라도 이 말을 실어서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