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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공이 Jul 19. 2024

애증의 런던


*


런던에서 생활한 지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참 빠르다. 하지만 여전히 이 나라를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나에게 있어서 런던을 사랑하는 일은 뭐랄까 하나의 숙제 같다. 아무도 나에게 런던을 사랑하라고 강요한 적은 없지만 말이다.



왜일까.



내가 아주 생각이 없을 때 이 나라에 와서?

아무것도 모를 때 부모님이라는 울타리를 떠나서? 머나먼 타지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끊임없이 원하지 않아도 밀물처럼 밀려 들어오는 내 마음속 또 다른 자아인 마음의 바닥을 마주해야만 했어서?


주변 친구들에겐 쉬워 보이기만 하던데. 런던을 좋아하는 일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그저 즐기면 안 되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어느 순간부터 런던을 사랑하는 일이 마치 나를 사랑하는 일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래, 하나의 일이었다.


런던을 사랑하는 게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고 런던을 혐오하는 게 나 스스로를 혐오하는 게 되었다. 내 마음이 그랬다.


런던은 곧 내가 되었다.


Copyright 2024. 302 all rights reserved.


한 나라와 자기 자신을 동일시 여기는 사람이 어디 또 있을까. 있다면 대화를 나눠 보고 싶다. 당신은 어떤 마음이시냐고.

마음이 또 답답해졌다. 체할 것 같은 마음이 찾아올 때면 나는 연필 끝을 날카롭게 깎고는 그림을 그렸다.


사각사각


마음이 차분해지는 소리다.

그림을 그려야 머릿속 소음이 사라진다. 일시적이지만 잠깐은 고요해진다.


Copyright 2024. 302 all rights reserved.


나는 새를 싫어한다. 새의 깃털이 싫다. 모든 새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깃털이 자라나는 모양새가 소름 끼친다. (깃털이 덩어리로는 존재할 수 없는 거야?) 조류 공포증의 하나겠거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새에게 하나 부러운 건 날개가 있다는 거다. 언제든 날아갈 수 있다는 것. 런던을 사랑하지 못하는 이 마음-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 마음-에서 일어나 나도 날고 싶어 부러운 거겠지.

푸드덕푸드덕 하늘을 높게 날고 싶다.

런던아, 너를 정말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날이 오겠지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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