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AI 서비스 만드는 안젤라
제가 엄청 재미 추구형이어가지고 재미를 어떻게든 발견해야 되는 스타일이고 재미를 찔끔이라도 발견했으면 놓치지 않고 그걸 엄청 파는 편인 것 같아요.
제 선택에 대한 신뢰가 있어요. 왜냐하면 어떤 선택이든 결국엔 도움이 됐었기 때문에 지나온 선택들에 대한 큰 후회가 없어요. 앞으로 할 선택들에서도 실수할 수 있겠죠. 근데 그 실수한 것도 결국에는 어딘가에 플러스일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는 편인 것 같아요.
터널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까 다음 터널 같은 경우는 터널을 들어가서 내가 중간에 있다는 걸 알지만 곧 나가겠네라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굴다리만 만나도 어두운 데 들어간다는 사실이 무서운데 나중에 조금 계속 더 긴 터널을 경험해 보게 되면 100m짜리 터널은 터널도 아닌 것 같이 경험하게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오늘은 안젤라 님 모셨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음식 배달 플랫폼에서 AI 관련된 팀을 맡고 있는 안젤라라고 하고요. 이제 한 10년 조금 넘게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다가 IT 업계에서 일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는 계속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되게 뜬금없죠. 중고등학교 때 계속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제가 대학을 갈 때 마침 로스쿨이 생긴다고 전반적으로 법대가 없어지는 분위기였어요. 그래서 대학교 1학년 입학을 할 때 당연히 법학과를 가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갑자기 정치외교학과를 가게 됐어요. 유사한 법정 계열로 가게 되면서 정치외교학과를 가서 학교를 다니는데 생각보다 세상에 재밌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법조인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나는 뭘 하는 게 좋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음악을 듣는 거 어렸을 때부터 진짜 좋아했었거든요. 그래서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근데 나는 글과 관련된 것도 너무 좋아하니까 라디오 PD가 되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론고시 준비를 한 2년 정도 했었어요.
학교 다니면서요?
네, 글쓰기 연습도 하고 시사 상식 공부도 하고 이랬었는데 그때가 마침 방송사들이 파업을 하던 시기였어요. 사실 라디오 PD는 자리가 별로 없어서 애초에 채용도 잘 안 하는데 파업하면서 몇 개 회사들이 아예 채용을 닫고 이러면서 라디오 PD라는 꿈을 2년 정도 준비하다가 접게 됐는데 막상 그때가 되니까 저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예요. 다른 친구들은 공모전도 나가고 포트폴리오도 쌓아놓고 이랬는데 저는 한 게 아무것도 없는 거죠. 그래서 그 다음 뭘 해야 되지 생각을 하다가 당시에 포털 뉴스가 엄청 핫해지기 시작한 때였어요. 그래서 메이저는 아니었는데 작은 포털 사이트에 뉴스 에디터로 취업을 해서 IT계로 입문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주니어 분들이나 취준하시는 분들한테 작은 회사로 시작하는 거 나쁘지 않다고 얘기를 진짜 많이 하거든요. 왜냐하면 작은 회사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에디터로 시작은 했지만 서비스 기획 경험도 할 수 있었고 제휴 기획도 했었고 제휴를 하면서 개발자들이랑 콘텐츠 같은 것들에 대한 기획을 하기 시작하면서 당시에 JSON, XML 이런 파일 구조들에 대해서 익숙해진 계기가 있었어요. 그러면서 나는 이런 메타 데이터 가지고 뭘 하는 걸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애구나라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그때 파이썬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그냥 독학으로 해볼 만한가? 하면서 처음에는 호기심에 공부를 하다가 다른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 콘텐츠를 분류한다거나 스코어링을 한다거나 이런 걸 진짜 열심히 관심을 가지고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그때 마침 거기서 채용이 있고 해서 거기 지원해서 이직을 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 AI 이런 쪽에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IT에서 일을 하게 된 히스토리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연결인 거 같아요.
서로 다른 것들이 묘하게 연결되네요. 근데 라디오 PD가 꿈이었던 이유가 있어요?
다큐 3일에서 라디오 PD를 다룬 걸 봤는데 라디오 PD분이 자기는 지금 음악 셀렉하느라고 음악을 너무 귀에 진물이 나게 듣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그 사람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면서 말했거든요. 근데 그게 너무 좋아 보이는 거예요. 저렇게 좋은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는 걸 일로 할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게 갑자기 되게 부러웠었던 것 같아요.
이직하셨을 때마다 직무가 계속 바뀌신 것 같은데 그때마다의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첫 번째에서 두 번째로 이직할 땐 그런 계기가 있었고요. 그러고 나서 이직을 한 번 더 했을 때 컨설팅펌에 잠깐 다녔어요. 컨설팅 펌에서 데이터나 AI 관련된 컨설턴트들을 뽑더라고요. 지금 다 뽑고 있어요.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왔었고 근데 당시에 제가 데이터 프로덕트 PM을 맡았었다고 했는데 데이터 프로덕트 PM은 기술 조직의 PM인 경우들이 많거든요. 기술 조직의 PM은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좀 더 많이 든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때는 6년 차 이 정도였었을 때인데 중간에 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좀 힘들다, 피곤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커뮤니케이션 하는 걸 싫어하거나 하진 않았거든요. 이런 일을 내가 생각하기에 좀 만족스럽게 하고 있는 건 맞으니까 환경만 바꿔보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컨설팅 펌에 갔다가 6개월 만에 탈출을 했어요. 저는 좀 주체적인 성격이거든요. 근데 컨설턴트는 되게 명백하게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부합하는 걸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그 일의 덕목이고요. 근데 그 덕목을 제가 잘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스트레스도 진짜 많이 받고 그러니까 노(no)를 하기가 되게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안젤라님은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컨설팅 펌에 간 거네요.
그쵸. 근데 거기 가서 명백하게 저를 한번 파악한 거죠. 그래서 6개월이 되게 힘들었는데 저 개인적으로는 좋은 계기였어요. 저를 좀 알게 되기도 했고 나는 일을 어떻게 대하는 사람인가도 되게 명확하게 아는 계기였어요. 거기에서 나오기로 결정을 하면서 제가 PM이라는 롤 자체에 대해서 좀 힘들다 부담이 있다라는 거를 느낀 상태에서 컨설팅펌을 갔었던 거라서 그 다음 이직처는 PM이 아닌 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 회사에 올 때는 PM으로 입사하지 않고 데이터 분석가로 입사를 했었어요. 계속 파이썬이나 SQL이나 이런 것들 공부하고 있기도 했고 그거를 과제에서도 계속 사용하기도 했었다 보니까 분석가로 입사를 해서 입사하고 1년 동안은 광고 상품 관련된 데이터 분석가 일을 했었어요. 이 회사 안에서도 커리어가 한 번 다시 바뀐 거나 마찬가지인데 작년에 갑자기 챗 GPT 서비스가 나오고 전사적으로 특히 리더십에서 'GPT라는 기술을 좀 써봤으면 좋겠다. 뭘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라는 니즈가 있으셨는데 당시에 사내 분위기가 반반으로 나뉘었던 것 같아요. GPT 괜찮아 뭔가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다른 한쪽은 GPT 버즈워드고 좀 애매한데 잘 모르겠는데 근데 잘 모르겠는 데가 사실 더 많았었던 것 같고 그래서 어떻게 돌아돌아서 저한테 '너 원래 데이터 프로덕트 PM이었었다며 이거 한번 해볼래?'라는 요청이 있었고 저는 또 그럴 때 노를 잘 안 하거든요. 일에서 노를 잘 안 하는 성향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해볼게요 하고 GPT 기반으로 프로덕트를 거의 4개월, 5개월 만에 만들어서 런칭을 했었어요. 그게 지금 제가 지금 맡고 있는 팀을 맡게 된 계기였던 것 같아요.
안젤라님이 런칭하신 기능에 관해서 테크 블로그에서 화제가 됐었는데 선도하는 큰 기업들에서는 GPT를 이런 식으로 재미있게 활용하려고 하는구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던 글이어서 너무 좋았는데 이렇게 게스트로 나오셔서 신기하고 너무 재밌었다는 말 드리고 싶었어요.
말씀 주셔서 사실 너무 감동이에요.
보통 한 분야에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데 데이터 분석하는 분들은 문과 이과가 골고루 발달해야 하는 건가요?
저는 그런 사람이 데이터 분석을 더 잘한다고 생각 하긴 해요. 데이터 분석은 분석하는 게 끝이 아니라 분석을 하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되고 내가 분석한 내용을 유관 부서나 아니면 상위에 보고하는 작업 필요한데 그때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종종 보면 분석은 되게 잘하는데 딜리버리가 잘 안 된다거나 딜리버리를 굉장히 유려하게 하는데 알맹이가 없다거나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둘을 다 만족하기 위해서는 문/이과적 성향이 좀 적절하게 있으면 좋은 것 같기는 해요.
특별히 한쪽이 부족해서 이 부분을 키우려고 노력을 하는 게 있나요?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여쭤본 거예요.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긴 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데이터 분석가로 전향을 하든 파이썬을 공부를 하든 시간을 대충 해서 한 거냐 그러면 그건 아닌 것 같고 나중에 됐을 때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하자는 마음은 있는 거고 근데 여기에 전제는 제가 엄청 재미 추구형이어가지고 재미를 어떻게든 발견해야 되는 스타일이고 재미를 찔끔이라도 발견했으면 놓치지 않고 그걸 엄청 파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럼 대부분의 것에서 재미를 발견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찾다 찾다 이거는 재미를 1도 발견 못했다 한 일이 있었나요?
제 스스로를 얘기하는 것 중에 제가 재미 착즙기거든요. 어떻게든 발견하려고 하는 편이긴 한데 근데 그렇게가 아니라 진짜 딱 이걸 마주했을 때 너무 재밌고 이거 할 만하다 싶은 것들에서 사실은 열정을 가지고 많이 하는 거고 그게 제 커리어 안에서 도움이 됐었던 것 같아요.
일에서 어떻게든 재미를 찾으시면 삶에서도 그런 기질이 분명히 있으실 것 같고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비법일 것 같아서 들어보고 싶어요.
이건 좀 슬픈 얘기인 것 같은데 저는 워커홀릭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일에서 정말 풍부한 도파민을 얻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삶이 좀 단조롭긴 해요. 근데 단조로운 게 싫지는 않아요. 그래서 삶이 굉장히 단조롭고 정돈이 안 돼 있어요. 그래서 MBTI로 치면 저는 일을 할 때는 정말 J인데 일상에서 완전 P거든요. 그래서 그냥 즉흥적으로 어딜 놀러 간다거나 이런 게 그나마 삶에서 가지는 일탈 정도고 대부분은 제가 행복지수가 되게 높은 시기에는 보통 집에서 고양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거나 아니면 책을 진짜 양껏 읽거나 아니면 디깅을 하거나 이런 데서 오히려 좀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삶이 단조롭다고 하셨잖아요. 20대 때도 삶이 단조로웠어요?
네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도 다수를 한 번에 만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그냥 사람들 1대 1로 만나서 얘기 많이 하는 거 좋아하고 그리고 주로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책 보고 음악 듣고 하는 걸 좋아해가지고 주로 그랬던 것 같아요.
안젤라님이 저를 또랑또랑하게 쳐다봐 주시는데 문득 생각난 짤이 있는데요. 좋은 의미로 무서운 상사상이신 것 같아요. 무슨 의미냐면 진짜 좋은 의미로 무서운 상사는 똘망똘망한 다람쥐상이라는 짤이 있거든요. 다람쥐 상사의 특징이 본인이 일단 일을 너무 잘하심 그리고 되게 다정하심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약간 이런 게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다람쥐 닮았던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재미를 찾으시는 비법이 단조로운 일상이라고 하시니까 일상에서 하시는 재미들이 되게 건강한 도파민의 일들 같아요.
근데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되게 많이 받는 상황이라거나 하면 이걸 다 못해요. 음악도 잘 안 듣게 되고 책도 안 읽게 되고 고양이하고 시간을 보내긴 커녕 침대에 누워서 숏츠만 보죠. 그래서 그걸 느낄 때마다 지금 내가 상태가 안 좋구나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어떻게 대처하세요?
주말에 무조건 나가요 그러니까 교외로 나가요. 교외로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고 돌아와서 좀 충전을 하는 것 같아요. 최대한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거죠.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않고 즐거워하시는 마음이 있으신 것 같은데 타고난 건지 아니면 특정 계기가 있어서 내 삶이 계속 이런 태도로 살아가지는 건지가 궁금해요.
저는 저의 선택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 같아요. 왜 신뢰가 있냐 하면 어떤 선택이든 결국엔 다 도움이 돼요. 제가 아까 이런저런 커리어를 바꿨던 얘기들을 했는데 돌아서서 내가 그때 2년 동안 라디오 PD 준비를 안 했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라디오 PD 준비를 좀 더 열심히 해서 됐으면 어땠을까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데 저는 사실 지나간 일에 후회 별로 안 하는 편이고 왜냐면 그게 결국에 다 도움이 되거든요. 아까도 글 쓰는 거에 대한 긍정적인 얘기를 해 주셨지만 제가 사내 콘텐츠 같은 데 나와서 그런 얘기를 한 적 있는데 저는 제가 라디오 PD 준비생이었다는 게 되게 좋은 게 좋은 글에 대한 감각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GPT를 가지고 GPT가 생성한 결과물을 보더라도 이거 좋게 작성된 거네 아니네를 좀 더 쉽게 판단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이 좀 덜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나온 선택들에 대한 큰 후회가 없고 다 결국엔 도움이 됐었던 거기 때문에 앞으로 할 선택들에서도 실수할 수 있겠죠. 근데 그 실수한 것도 결국에는 어딘가에 플러스일 거라고 생각을 해서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나 그런 거는 없는 편인 것 같아요. 근데 이게 원래 그랬냐 그럼 그랬던 건 아니고 몇 번의 이런 류의 어떻게 생각하면 실패거나 포기일 수 있는 것들을 경험을 했는데 이게 알고 보니까 다 도움이 됐었다라는 게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지나고 보면 그 선택이 정말 도움이 됐고 꼭 필요했던 선택이었다는 걸 이제 신뢰할 수 있었지만 사실 그 터널을 지날 때는 되게 힘들잖아요. 안젤라님이 지금 돌아봤을 때 그때 어떻게 지나오셨던 것 같아요?
제가 첫 회사 들어갔을 때 정말 터널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제 주변에 친구들은 고시 합격해가지고 5급 공무원도 있고 아니면 대기업에 들어가가지고 일을 하고 있고 그런데 저는 남들한테 나 여기서 일해라고 하면 뭐지? 이렇게 하는 회사를 다니었거든요. 그리고 뉴스 에디터라는 게 사실 좋은 뉴스 기사를 발굴해서 선택을 하고 배열을 하고 이런다는 측면에서 되게 가치가 있는 일이긴 하지만 내가 이 일을 진짜 오래 할 일인가 이런 생각을 했을 때 되게 고민이 많았었고 그 와중에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을 저한테 주어지는 상황이었어요. 그렇다 보니까 이런 일도 있구나 저런 일도 있구나 하면서 체험을 할 수는 있긴 했지만 당시가 저한테 있어서는 진짜 터널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터널을 한 번 경험하고 나니까 다음 터널 같은 경우는 터널을 들어가서 내가 중간에 있다는 걸 알지만 곧 나가겠네라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터널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느낌인가요?
제가 봤을 때 터널의 길이 갈수록 길어지는 것 같거든요. 매해 더 긴 터널을 만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처음에는 굴다리만 만나도 어두운 데 들어간다는 사실이 무서운데 나중에 조금 계속 더 긴 터널을 경험해 보게 되면 한 100m짜리 터널은 터널도 아닌 것 같이 경험하게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100m짜리만 계속 경험하면 삶이 지루할 수도 있고 저는 좀 그런 스타일이거든요. 저는 커리어를 경험하는 동안 매해 ‘와 올해 진짜 힘들어’, ‘와, 우리 진짜 힘들어’ 이런 생각을 하기는 하는 것 같아요. 근데 그걸 다 이겨내고 또 새해가 되고 이렇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한테 좀 뿌듯할 때도 있고요. 근데 어떤 분들은 터널이 길어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은 성향상 기질상 혹은 동일한 터널 길이만 계속 원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조금만 길어져도 되게 거부감을 느껴 하는 사람들도 있고 제가 회사 생활하면서 느낀 건 사실 그게 틀린 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냥 저는 기질이 이렇고 경험을 통해서 만든 성향이 이런 사람인 거고 근데 또 어떤 누군가는 계속 스테이블하게 유사한 길이 유사한 난이도를 원하는 사람들도 사실 있어서 진짜 다른 것 같아요.
안젤라님이 지금 그리고 있는 넥스트 커리어가 있으신지도 궁금해요.
되게 웃긴 게 전 또 그걸 크게 안 그리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작년에 GPT 기반 과제를 하고 팀을 맡게 되고 이런 얘기를 드렸는데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방향의 변화였어요. 제가 미리 짜놓은 플랜이 있으면 사실 그대로 안 되면 좀 힘들 것 같거든요. 저는 그게 아예 없어요. 그냥 약간의 신뢰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거 재밌어 하는 거 지금 잘하고 있는 걸 잘 하면 계속 뭔가의 기회가 열리는구나에 대한 생각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계기들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들고 근데 넥스트 플랜이라고 말하긴 좀 애매하지만 작년에는 GPT 기반으로 과제를 하는 팀이 진짜 소수였어요. 저까지 3명이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제가 새로운 팀을 맡게 되면서 팀원이 9명이 됐어요. 근데 너무 재밌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의 성향을 맞춰서 과제들을 할당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고 저희 팀에는 대부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분들이 계신데 이분들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는 거를 내가 먼저 파악해서 해결해 주는 것도 재밌고 아니면 문제가 있다고 달려왔을 때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재밌고 저는 제가 되게 매니징보다는 약간 인디비주얼 컨트리뷰터 역할을 하고 싶어 할 줄 알았거든요. 근데 내가 매니저를 좋아하네라는 생각을 좀 해서 진짜 되게 넓은 얘기지만 매니저를 계속하고 싶다에 대한 생각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또 그렇지만 그게 아니라 갑자기 아니야 너 혼자서 뭐 하나 해봐라고 하면 또 하겠죠.
실무를 놓지 않는 매니저처럼요?
맞아요. 근데 제가 팀원이 이렇게 많아지고 나니까 사실 실무까지 하는 매니저를 하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긴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실무를 손을 떼고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저희는 협업 부서가 진짜 많아서 협업 부서분들이랑 조율하고 이런 것들을 대부분 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도 시간이 되게 많이 모자란 거 같아요.
안젤라님이 아까 재미 착즙기라고 했잖아요.
제가 최근에 느끼는 거는 아까 말씀 주신 것처럼 내가 지금 5개의 업무를 한다. 그럼 이 중에 뭐가 재밌지를 찾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고 그럼 얘만 하고 그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내가 뭐가 재밌는지 예를 들면 제가 지금 매니징을 하면서 좋은 점은 제가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는 게 좋거든요. 아니면 보통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기술을 요청한 부서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있어서 뭐가 문제인지를 알고 있다 보니까 그걸 기반으로 커뮤니케이션해서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이 상황이 재밌는 거라서 그게 아니라 저희 팀이 팀원분들이 9분이 계시면 이 9명이 각자 하나씩 과제를 들고 있는데 이 중에 내가 뭐가 재밌지라고 하면 사실 전 그것만 보게 될 거잖아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애정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일하는 방식 안에서 재미를 찾는 건 것 같아요.
일터에서는 항상 재밌겠네요.
네, 근데 사실은 직장에서는 이런 얘기를 잘 못해요. 그러니까 일 너무 재밌다 이런 얘기 잘 못하고 근데 사실은 되게 재밌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람쥐 상사에 되게 공감하는게 제가 팀원분들한테도 그럴 때 되게 재밌을 것 같죠? 이럴 때 되게 많고요. 저는 열정이나 재미를 느끼는 그 신남이 전파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희 팀원분들이 초반에는 사실 완전 다른 성향의 분들이랑 같이 일을 하게 되는 거라서 엄청 걱정을 했었는데 조직 개편하고 나서 원온원을 격주로 하고 있었는데 저랑 처음에 원온원 했을 때랑 두 번째, 세 번째 했을 때랑 자신의 일에 대해서나 아니면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는 에티튜드가 달라졌거든요. 앞으로를 기대하고 재밌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래서 이런 것도 너무 재밌다.
그렇게 매니징 하는 게 너무 재밌다고 하시니 내년에도 그런 재미를 계속 찾아나가시겠죠?
그럴 것 같아요. 내년에 목표가 있냐라고 말씀 주셨지만 내년에는 저희 팀 입장에서 사내에서 많은 부서들이 AI를 좀 더 잘 쓰게 하는 게 목표가 된 것 같아요. 잘 쓰게 하기 위해서는 이해도를 높여야 되는데 지금까지는 접점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보통은 머신러닝 모델링을 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데이터셋을 만드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모델링 해서 서로 핑퐁하면서 고도화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근데 지금 GPT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시대가 달라져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들도 생기고 아니면 모델을 통짜로 학습하는 게 아니라 대규모 모델에 대해서 파인튜닝 같은 걸 해가지고 하는 대응도 가능해지고 이러면서 내년에는 저희가 내년 로드맵을 짜고 있는데 할 과제가 이미 진짜 많아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도 회사 안에 많은 부서들이 ‘AI 우리도 써보고 싶은데’ 아니면 ‘이런 거 AI로 돼요?’라는 얘기를 좀 더 저희한테 편하게 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최근에 저희 팀 PM분들이랑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제가 진짜 귀에 딱지가 앉히게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게 기술 조직의 PM이랑 서비스 부서의 PM은 진짜 다르거든요. 서비스 부서는 서비스에 대한 오너십이 있고 이걸 만드는 부서인데 기술 부서 조직들은 사실 오너십이 있지 않아요 서비스 부서에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기능을 만드는 거니까. 그래서 서비스 부서에서 뭘 원하는지 이걸 달성하기 위해서 우린 뭘 만들어야 되는지를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으면 결과도 안 좋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우리가 협업을 시작할 때부터 끝낼 때까지 뭘 위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되고 뭘 챙겨야 되는지를 정리해 보자 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이런 것들을 좀 더 잘 해가지고 다른 팀에서도 우리 팀을 좀 편하게 찾고 저희도 편하게 피드백하고 같이 협업 많이 하고 이게 내년의 목표인 것 같아요.
테크 블로그를 보고 본인 서비스에도 적용했다고 이야기 같은 거 직접 들으면 감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 글을 쓸 때 이런 걸 상상하고 쓰셨나요?
아니 그렇진 않았던 것 같아요. 진짜 다이나믹한 여정이었거든요. 진짜 맨바닥에서 시작했어야 됐고 저희가 이 과제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GPT 가지고 오픈된 서비스가 없었어요. 저희 즈음에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었고 그래서 제가 기술 블로그나 관련된 글들에 계속 썼던 것 같은데 리스크가 뭔지부터 파악을 했어야 됐어요. 그래서 얘기를 하다 보면 ‘이것도 리스크가 될 수 있겠는데?’ 그래서 GPT를 가지고 과제를 하는 거 관련해서 정보보안팀, 개인정보보호팀, 기술 관련된 기획팀 이런 부서들이랑 계속 만나서 이런 거 하려고 하는데 이걸 해칭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그런 논의부터 하기 시작하면서 과제를 시작했거든요. 그것부터 시작해서 중간에 UX 라이터랑 같이 톤 조정하고 되게 다양한 일들을 했어요. 그래서 협업 부서가 세보니까 거의 20개가 넘게 진짜 많은 부서랑 협업하고 나중에는 브랜딩 하시는 분들이랑도 협업하고 그래서 이게 너무 다이나믹하니까 이 다이나믹함을 너무 알리고 싶었어요. 이거 이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생각할 거 되게 많았는데 막상 하고 보니까 진짜 재밌었다 그걸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희 회사가 아기자기한 거를 만드는 걸 좋아하고 그래서 거기 보면 저희 서비스에 캐릭터가 둥둥 떠다니는데 뚝딱이라고 부르거든요. 저희 회사는 크리에이티브 부문이 있는데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디자이너분들이 만들어주신 거예요. 너무 재밌었던 게 캐릭터를 기획하실 때도 물성은 뭘로 잡을까 그리고 얘의 레퍼런스를 시리로 할까 아니면 뭘로 할까 그리고 눈은 어떻게 생겨야지 똑똑한 느낌이 날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진짜 크리에이티브하게 뭔가를 만들어주셨거든요. 사실은 성숙한 서비스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게 어려운 일이었는데 GPT라는 계기가 있었고 진짜 많은 부서에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한 과제였어서 더 재미가 있고 그렇게 많은 협업 부서랑 일을 했지만 다들 정말 애정을 가지고 해주셨던 과제였던 것 같아요.
사전 인터뷰 답변 읽으면서 궁금했던 게 동화책을 읽고 계신다고 하셔가지고 최근에 읽으신 동화책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동화책이 궁금했어요.
이제 읽기 시작했는데요. 긴긴밤이라는 동화책을 읽고 있는데 동물원에 있었던 코뿔소랑 펭귄이 유기된 펭귄 알을 데리고 이동하다가 이 펭귄날이 부화하면서 이런 내용이거든요. 이 책은 사실 동화책을 누군가한테 추천을 받았고 제가 독서 모임을 하는데 독서 모임에 아이의 어머니가 계세요. 아이가 이 책이 최애라는 거예요. 그 얘기를 건너가서 들은 거예요. 그래서 무슨 책인지 한번 읽어봐야겠다라고 읽었는데 아직 다 못 읽었거든 다른 책들 읽느라고 근데 그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자라는 애들이 진짜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되게 좋았어요. 정제된 예쁜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가서 동화책을 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자주 쓰는 서비스로 애플 뮤직, 챗 GPT 쓰신다 했는데 마지막으로 트위터를 꼽아주셨어요. 트위터를 많이 쓰시는 분들은 덕질을 하시거나 특별한 취미가 있으신 분들인데 혹시 그런 분야가 있으신가요?
트위터에는 기술 관련 최신 소식도 굉장히 많이 있어요. AI 쪽이 진짜 빠르고 사실 저는 AI 관련된 최신 소식을 거의 트위터로 얻거든요. 지금 저희가 쓰고 있는 외부 모델 GPT나 클로드나 이런 모델에 대한 트렌드를 얻기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 오픈소스 모델들 뭐가 요새 성능이 좋다 데모가 어떻다 이런 것들도 트위터에서 보통 다 얻어서 그냥 평상시에 시간을 내서 쭉 보면서 ‘이거 신박한데’ 이런 거 있으면 리트윗 해놓고 그거 다시 스크랩해서 회사 문서로 옮겨놓고 그중에서 리서치할 만한 걸 팀원분들한테 리서치 해달라고 하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새 소식은 매일 있는데 그래서 쌓아놓는 작업을 왜 하냐면 그게 너무 많은데 이거를 진짜 맨날 드리면 맨날 6개를 팀원들한테 계속 던져야 되는 거예요. 근데 그건 너무 싫을 것 같아서 그냥 문서로 만들어놓고 재밌어 보이는 거 리서치하실 수 있게 문서로만 만들어놔요.
얘기를 길게 해봤는데 안젤라님 더 하시고 싶은 얘기 있으세요?
전 사실 저의 일에 대한 태도를 이렇게 길게 얘기를 할 일이 있나? 회사에서 물론 사람들이 제가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긴 알죠. 그런데 난 일에 대해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일을 하고 싶고 뭐가 좋다라는 얘기를 할 계기는 사실 거의 없거든요.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자리였어서 좀 좋았던 것 같아요.
오늘 차 한 잔 한 소감이 궁금해요.
다른 분들 출연하신 것들 들으면서 재밌었던 건 저는 일에 대한 태도를 얘기하거나 이런 게 재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IT 업계만이 가지는 특징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업계 사람들끼리 얘기하는 게 되게 의미가 있는 것 같고 그리고 여성들끼리 얘기를 하는 것도 되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일에 대해서는 그런 자리가 있다는 거를 알았을 때 한번 꼭 나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연락을 먼저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그래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어요.
오늘 에피소드 마지막에 추천해 주실 만한 테마곡이 있으신가요?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만드시는 분인 것 같은데 스벤 리백(Sven Libaek)이라는 분이 있어요. 이분이 더 셋이라는 영화 음악을 만드신 것 같거든요. 정말 1번부터 트랙이 19번 트랙까지 있는데 1번부터 19번 트랙 모두 버릴 수 없게 다 좋아요. 그래서 그냥 이걸 한번 추천해 보고 싶었어요.
CREDIT
글 오잉
인터뷰 디디, 뚜까,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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