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9. 63-54-86
「그대, 별이 지는 밤으로」는 아름다운 연주곡이다. 신디사이저 연주의 인트로를 지나 전태관의 퍼커션을 기점으로 등장하는 정원용의 알토 색소폰 연주는 이 곡이 지닌 아름다운 결을 한껏 화려하게 장식한다. (김종진의 어쿠스틱 기타에 맞추어) 림샷 연주(와 약간의 닫힌 하이햇 연주)로 시작하여 힘 있는 연주를 들려주는 전태관의 드러밍은 타점을 정확하게 때리는 정교함 또한 겸비한 채로 한층 선명한 소리를 들려준다. 전작에 이어 게스트 베이시스트이자 디렉터로 활약한 송홍섭의 베이스 연주는 자칫 가벼울 수 있는 이 곡의 중저음 부를 확실히 잡으면서 곡의 무드를 챙겼다. 이 곡에 등장하는 일렉트릭 기타 또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의 필링을 뭉개지 않으면서 이따금 뒤에서 깔짝댄다. 후반부에 나오는 조바꿈 파트에서 정원용의 알토 색소폰은 멋들어진 연주를 소화하는 대목을 기점으로 모든 소리가 서서히 페이드 -아웃한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 절제와, 정교함을 겸비한 실력을 갖춘, 큰 그림과 작은 그림도 동시에 볼 줄 아는 여유로운 사람이 만든 앨범이 이 앨범이다.
이 앨범에서 비교적 단순한 곡 구조를 지닌 「사랑해 (오직 그대만)」 또한 전태관이 직접 연주하는 드럼과 퍼커션으로 인해 더욱 맛깔나는 곡으로 거듭났다. 긴 인트로에서 울려 퍼지는 퍼커션 루프는, 이 당시의 전태관이 아니면 살리기 힘든 뉘앙스와 맛을 지녔다. 「열일곱 그리고 스물넷」의 단순한 드럼 연주에서도 그이의 진가는 여지없이 드러나서, 김종진의 밝은 멜로디가 지닌 가벼움에 굳건한 힘을 보탠다. 「내 품에 안기어」에 등장하는 정교한 필인 연주 또한 그의 고급스러운 터치가 가미되어, 곡의 격을 십분 살린다. 세밀함과 파워가 이상적으로 결합된 그이의 드럼 연주는 이 앨범에 이르러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전작에서 「거리의 악사」 같은 연주곡에 훌륭한 베이스 연주를 선보였던 송홍섭 또한 이 앨범에서 더욱 제대로 된 연주를 청자에게 들려준다. 「쓸쓸한 오후」의 재즈 베이스, 「봄여름가을겨울」의 태핑 연주, (김종진이 자신의 ‘진한’ 블루스 기타 연주를 들려준) 연주곡 「못다한 내 마음을...」에서 (김효국의 하몬드 오르간 연주와 더불어) 해당 곡의 무드를 알뜰살뜰 챙긴 든든한 베이스 연주. 열거하는 일만으로도 벅차다. 이 앨범 최고의 히트곡인 「어떤 이의 꿈」에서조차 그이는 기본기에 충실한 연주로 김종진의 기타 리듬과 전태관의 맛깔나는 드럼 연주를 살린다. 톤과 뉘앙스에 충실한 그이의 베이스 연주는 앨범의 무게추 역할을 확실히 한다.
최태완과 김효국이 연주하는 키보드와 신디사이저는 때로는 「쓸쓸한 오후」의 긴 인트로 연주나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오면」의 블루스에 고급스러운 무드를 부여하는 연주, 「어떤 이의 꿈」이나 연주곡 「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의 치고 빠지는 센스가 빛나는 연주를 모조리 소화하며 종횡무진 활약한다. 그들의 노력은 이 앨범이 지닌 맛깔 나는 사운드를 한껏 선명하게 만들었다.
김종진의 보컬 또한 자신의 무드를 그대로 지키고 유지하며 이 앨범의 맛을 한껏 살렸다. 좋은 맛에 좋은 맛을 더하여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감칠맛을 내뿜는 앨범이 바로 이 앨범이다.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했기에, 더욱 복잡하고 독특한 이 앨범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
* 이 앨범의 원 제목은『나의 아름다운 노래가 당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면⋯⋯』이다. 글자수 제한 때문에 이를 생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