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9. 61-51-33
여러모로 수상하다. 기타를 과감히 뺀 「딸기」는 이윤정이 막 부른 가사로 인해, 맹목적인 선호의 과잉이 이상한 일렁임으로 닿는다. 과일의 특징을 콕 집어서 의인화로 발전시키는 이 곡의 가사 또한 상당히 지적이다. 「안녕하세요」의 단조로운 가사는 이 앨범의 가사지에 붙은 가사와 뮤직비디오로 인해 독특한 맥락이 붙는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샘플링한 「Star」도 그렇지만,) 「도레미파솔라시도」는 이 곡은 소리 속에 묻힌 듯한 보컬을 통해 많을 색깔과 많은 음이 한 덩어리가 되어 넘치는 모습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했다. 「슈퍼마켓」의 가사는 기실 ‘소비 세계의 숲’을 묘사한 것처럼 들린다. 이 앨범의 ‘막 나감’은 일종의 지적인 ‘작전’이 숨어있다.
물론 이 앨범은 그 즉시 모든 걸 부정할 것이다. 「요즘 애들 10계명」의 세태는 그들이 지닌 가벼움에 대하여 솔직하게 푼다. 후주로 이어지는 여러 목소리 또한 이 앨범이 심각한 성격을 지닌 앨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청자에게 확실히 알려준다. 어쿠스틱 기타로 진행되는 「낮잠」의 느슨한 분위기와 각종 샘플 또한 이 앨범이 단순히 주변에 있는 것을 가져오는 것을 다룬다는 점을 알려준다. 「1995년 7월 9일 1-10'15' AM 2-32」의 잼 연주 또한 이 모든 것이 장난이었다는 듯, 앨범의 전제까지도 산산이 조각내겠다는 듯이 활약하지 않던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앨범에 담겼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은근한 작전과 그걸 풀어헤치는 방식을 끊임없이 병치시키는 이 앨범의 어프로치는 흔히 말하는 ‘진정성’을 사실상 해체한다. (레게리듬이 인상적인) 「때로는 그대가」의 느슨한 사랑을 (사실상 연결곡에 해당하는) 「어울리기」와 「사랑」에 이르러 동지의식으로 이들의 테마는 「1995년 7월 9일 1-10'15' AM 2-32」에 의해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난다. 이들은 자신들의 말과 자신들의 말을 부정하는 트랙을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갖다 붙인다.
요란과 정적을 오가는 이상한 균형이 이 앨범을 앨범으로 충만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드럼 세션으로 참여한 배수연은 때로는 「딸기」의 정확한 드러밍으로, 때로는 「안녕하세요」나, 「도레미파솔라시도」의 경쾌한 비트감을 강조한 드러밍으로 (밴드 세션으로 녹음한) 이 앨범의 비트를 책임졌다. 박현준의 기타는 「요즘 애들 10계명」이나 「어울리기」에서 한 크리스피한 기타 연주와 「안녕하세요」의 날렵한 기타 커팅, 「도레미파솔라시도」의 디스토션 이펙터를 건 연주와, 「빠삐용」의 개러지 록 성향을 띤 톤 위주의 연주를, 모두 능숙하게 연주했다. 강기영의 베이스 연주가 들어있지 않은 「때로는 그대가」, 「사랑」, 「1995년 7월 9일 1-10'15' AM 2-32」의 사운드는 너무나도 헛헛했을 테다. 이윤정의 내지르는 보컬이 이 밴드의 가장 강렬한 개성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강렬함이 능숙한 세션과 더불어 작용했기 때문에 이 앨범은 더욱 파급력이 있는 앨범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앨범은 막 질렀기에 신선했고, 막 만들지 않았기에 지금도 신선하다. 현재와 미래로 내달리기 위해, 과거(의 엄숙주의가 지닌 이디엄)와 단절하기 위해 모든 권위와 허례허식을 내던진다. 탈주하는 방향까지도 크레용으로 작성한 이 ‘작전’ 계획서는 결국 유치할지언정, 좋아하는 건 당당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세상이 더 아름답다는 사실을 청자에게 똑똑히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