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바 <블루머쉬룸>
와인바 블루머쉬룸을 시작한지 3년이 다 되어간다. 다른 직장에 비해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 조절이 가능한 약사라는 직업 덕분에 바 운영과 약국 근무를 병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워낙 사기꾼들이 판치는 시대이다 보니 손님들에게 믿음을 줘야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뒹굴던 약사면허증을 가져와서 블루머쉬룸에 걸어놓았다.
면허증을 본 손님들 중 어떤 이들은 “저도 회사 그만 두고 술집이나 카페 열고 싶어요.”라고 본인들의 희망을 드러내고 또 다른 이들은 “바 하는 거보다 약국 하는 게 더 돈 잘 벌지 않아요?”라고 실리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전자에 대해서는 삶에서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반응하기가 어렵고 후자의 경우엔 나와 가치관이 아주 다른 사람들이라 그들이 납득할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블루머쉬룸을 시작하고 나서 나는 더 행복해졌다.
스무 살 때부터 사서 모아온 나의 책들을 블루머쉬룸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와인들로 블루머쉬룸의 셀러를 채워 놓았다. 또한 누나와 함께 세계 여러곳을 여행하며 수집했던 빈티지 소품들로 블루머쉬룸의 곳곳을 채웠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책장에서 책 한 권을, 셀러에서 와인 한 병을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고르며 여행의 추억에 젖을 수 있다.
그에 더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 누나와 엄마와 함께 블루머쉬룸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요즘 나는 진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이고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같이 있는 사람이라는 약간은 진부한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진리란 원래 진부한 법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