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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머쉬룸 Jul 19. 2024

블루머쉬룸 일기 - 1

와인바는 무엇일까

 블루머쉬룸을 시작할 때부터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왔던 질문이다.


 네이버 지도에 ‘와인바’라고 검색하면 극단적일 정도로 가지각색의 장소들이 나타난다. 어떤 곳은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서빙하는 레스토랑과 구분이 가지 않고 또 다른 곳은 보틀샵 한편에 테이블과 의자만 놓은 형태다. 심지어 어떤 곳은 와인뿐만 아니라 위스키와 칵테일 그에 더해 소주까지 팔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와인바의 정의와 정체성에 대한 대답을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지나야 날개를 펼친다’라는 말마따나 블루머쉬룸을 시작한 지 3년이 돼 가는 이제 와서야 나만의 답을 찾은 느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와인바는 다양한 종류의 글라스 와인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의 와인바들은 글라스 와인을 두 세 종류만 서빙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메뉴에 글라스 와인이 없는 곳도 있다. 반면 네추럴 와인의 성지 중 한 곳인 도쿄의 와인바들은 기본적으로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 스파클링 와인 별로 두세 가지씩 준비되어 있고 열 종류 이상의 글라스 와인을 제공하는 바들도 많았다.


 그리고 와인바는 레스토랑과 달리 혼자 와서 가볍게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혼자서 와인 한 병을 다 마시기에는 솔직히 좀 벅차다. 게다가 와인을 병으로 산다면 대부분의 경우 보틀샵에서 더 싸게 살 수 있다.


손님들에게 와인바에서 다양한 와인을 골라 마셔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요즘 우리는 항상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오픈해서 글라스 와인을 준비해 놓고 있다.


물론 이런 경우 남은 와인에 대한 부담이 있다. 와인을 오픈하면 최소 삼사일 안에 다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경우엔 엄마와 함께 남은 와인을 전부 마실 수 있어서 재고 걱정이 없다. 술꾼 가족이다.



 와인바는 예약하지 않고도 기분이 내킬 때 혹은 식사 전후에 가볍게 와서 와인을 마시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블루머쉬룸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 이런 경우 가게의 자리가 꽉 찼을 경우 손님들이 그냥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가게 광고나 친절한 간판이 없는 가게답게 거의 항상 한가롭다. 가게 가운데 테이블에서 나와 엄마, 누나가 와인을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고 있다.


 블루머쉬룸은 언제나 누구나 편하게 들어와 내가 좋아하는 다양한 와인들을 맛볼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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