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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머쉬룸 Jul 26. 2024

송약사의 와인 이야기 - 2

유명 평론가의 포인트에 대하여


 


 마트에서 와인을 고를 때나 혹은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를 볼 때면 거의 항상 유명 평론가가 90점 이상을 준 와인이라는 광고와 마주치게 되죠.


 물론 경제적인 관점에선 와인도 하나의 상품에 불과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객관적인(혹은 객관을 가장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시도는 합리적인 전략이긴 해요.


 다만 평론가의 포인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평론가가 95점을 준 와인은 그에게 94점을 받은 와인보다 더 좋은 와인일까요? 고득점을 받은 좋은 와인은 단순히 맛있는 와인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주관적인 취향인 맛을 어떻게 객관적인 점수로 환산할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평론가들이 어떻게 와인에 점수를 매기는지를 알 필요가 있어요.


 뉴욕타임즈의 와인 칼럼니스트 Eric Asimov에 따르면 유명 평론가들은 하루에 200종류가 넘는 와인들을 시음한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론가들은 각 와인을 한 모금 맛보고 뱉은 뒤 다음 와인으로 넘어가야 하죠. 물론 그들은 훈련된 전문가들이니만큼 일반인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빠른 속도로 와인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병을 연 뒤 혹은 병 속에서 계속 변화하는 와인의 특성을 감안하면 한 순간의 테이스팅으로 와인의 등급을 정한다는 건 저는 경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들은 전문가들이니만큼 특정한 순간의 한 모금으로부터 와인의 변화를 유추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런 테이스팅 방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와인을 마시는 상황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요. 보통 우리는 와인을 다양한 음식과 같이 먹고 마시며,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와인을 즐기죠. 따라서 저는 평론가 점수는 결코 이런 맥락을 반영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혹자는 이런 맥락은 너무 주관적이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즐거움이야말로 와인을 마시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이며 즐거움은 본디 주관적인 법이죠.


 또한 평론가로부터 높은 점수를 획득한 와인이 ‘좋은’ 와인인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와인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에게는 좋은 와인은 단순하게 자신의 입맛에 맞고 가격이 저렴한 와인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환경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와인이 좋은 와인일 수 있어요.

 결국 평론가 점수는 참고 자료에 불과할 뿐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에요. 타인이 만든 절대적인 기준에 본인을 가둘 필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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