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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머쉬룸 Aug 12. 2024

블루머쉬룸 일기 - 3

나의 커다란 셀러

 블루머쉬룸을 오픈할 때부터 와인바로 큰돈을 벌 거란 기대는 없었다. 가게 소개와 메뉴판에도 “제가 투잡족인 장점으로 와인 마진율을 최대한 낮춰 최대한 싸게 제공하고자 노력합니다. 돈은 평일에 다른 데서 벌어오겠습니다.”라고 당당하게 써놓기도 했고.


  특히 요즘은 불경기로 인한 와인 소비의 급감이 엄청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 내가 아는 와인바들도 이미 여럿 문을 닫았다. 나 역시 본업이 따로 있는 투잡러가 아니었다면 아마 나도 블루머쉬룸의 운영을 포기했을 것이다. 몇몇 지인들은 위스키와 하이볼을 팔아보는 게 어떠냐고 내게 말한다. 하지만 내 대답은 한결같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와인 이외에 다른 것은 팔고 싶지 않다. 사실 ‘판다’는 표현도 웃긴 것이 블루머쉬룸은 이윤 추구를 위한 공간과는 거리가 참 멀다. 한국의 와인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블루머쉬룸의 와인값을 최대한 저렴하게 책정한다. 아마 전국 최저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블루머쉬룸은 내가 좋아하는 와인들을 쟁여놓는 창고에 가깝지 않을까.


 잘 알려진 프랑스 여배우 Charlotte Gainsbourg의 부친 Serge Gainsbourg는 꽤나 괴짜였다고 한다. 싱어송라이터, 시인, 배우로 활동했던 그는 여러 기행들로 인해 Baudelaire에 비견되곤 했다. 다음은 그의 기행 중 하나다.


 그는 롤스로이스를 산 뒤 그 차를 주구장창 집 앞에 주차만 해놨다고 한다. 어느 날, 한 기자가 그에게 몰고 다니지도 않을 차를 왜 샀냐고 묻자 그는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라며 롤스로이스는 자신의 커다란 재떨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만일 누군가 내게 금전적으로 남는 것도 없는 와인바를 왜 유지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블루머쉬룸이 나의 커다란 셀러라고 대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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