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죽음을 본다
그곳에 죽음이 있다
죽음은 생각보다 단조롭다
온 삶을 마감한 순간치고는 그 단조로움 때문에 서글픔 생각이 든다
나의 죽음은 끝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지만
죽음은 끝도 시작도 아닌 것을
나는 죽음을 바라보며 깨닫는다
적막한 이곳에서 맞이한 죽음은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이곳이라는 지점이
오히려 죽음의 단조로움보다 흥미로운 점이다
죽은 후에 죽음을 바라보는 것 역시 흥미로운 지점이긴 하지만
죽음의 장소보다는 흥미롭진 않다
나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지만 이루어지기까지 받아들이기에는 확실치 않았었는데
지금,
죽음을 사고처럼 여기 이곳에 마주하고 나니
죽음이라는 것도 참으로 보잘것없음을 슬퍼한다
죽은 이후 나는
끝이 난 나의 온 삶이 사라지는 것일 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몰랐다
나의 부재와
나로서 존재했던 시간의 유재에서
나의 부재와 상관없이
나의 유재로서 얽히는 문제들을
나와는 상관없으면서
나와 밀접한 일련의 일들이 끝나지 않음을
나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나와 상관없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와 밀접한 일들이 흘러간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죽음이 완전한 종식이 아님을
그땐 왜 몰랐을까
나의 죽음이 지금,
바로,
여기에 닥친 바로,
이 순간에
나는 결코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알지만
이제,
더 이상
죽음과 삶의 끝이 나와 무관 하다는 것을
,나는
서글픈 마음으로 본다
본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을,
나는 인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