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목표 없이 조기유학을 결심한 현재
한국나이로 고등학교 2학년, 조기유학을 떠난 지 2년이 지나고서야 나 자신에게 왜 유학을 온 건지 질문을 던졌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10학년을 마치고 여름방학을 시작함과 동시에 부모님과 차근차근 전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느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도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미래에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건 확실하다. 꿈과 직업, 미래에 대해 혼자 고민하다가 문득 내가 미국에 조기유학을 왜 온 건지, 내가 이 경험을 통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조기유학 계획이 있었던 것이 전혀 아니다. 평범한 유치원을 나왔고 집 근처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다니며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냈다. 내가 영어를 처음 배운 나이는 7살, 유치원에서였다. 초등학생일 때는 부모님의 강요와 영어를 배우겠다는 의지보다는 내 친구들이 같은 영어학원을 다녀 내 친구들과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어 엄마에게 똑같은 영어학원을 끊어달라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내가 영어와 접점이 있었던 것이 기억으로는 이게 전부다.
언제부터였는지 엄마는 나에게 영어의 중요성을 나에게 강조했고 내가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우길 원하였다. 도서관에서 DVD가 같이 들어있는 영어책을 빌려 집중 듣기를 하고 영어 영화, 애니메이션을 자막이 있는 상태와 없는 상태를 번갈아 보며 암기식 공부방법 대신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혔다. 엄마 덕분에 나는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고 영어에 거부감이 전혀 없었다.
초등학교 5학년쯤, 엄마가 내게 국제학교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내가 원하면 거기로 보내준다고 했다. 엄마와 내 동생들과 함께 제주도로 가 국제학교를 탐방하였다. 내가 알던 학교와 차원이 다른 건물에 내 눈은 커졌고 학교가 아니라 대학교 캠퍼스 같았다. 나는 학교 캠퍼스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엄청 특별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는 나에게 국제학교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고 내가 직접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어린 나에게는 국제학교에 대한 로망이 생겼고 엄마와 아빠에게 가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은 6학년 때 중학교에 입학한다. 나는 한국 공립 초등학교를 5년 반 다니고 6학년 때 제주도 국제학교를 입학했다. 미국에 2년을 살고 다니 이 시절을 돌아보면 국제 학교도 결국에는 한국 학교였다. 하지만 그때 당시는 모든 미국 사립학교가 이런 줄 알았다. 맛있는 급식, 좋은 시설, 큰 캠퍼스, 외국인 선생님들... 나에게는 모두 새롭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중학교 3년을 마치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 마지막 여름방학 때 아빠는 나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미국으로 떠나 본격적으로 미국 대학 입시 준비를 시작할지, 아니면 한국 고등학교로 가 한국 대학교 입시 준비를 할지. 국제학교는 이도 저도도 아니고 기회가 있으니 미국 대학교를 갈 계획이면 차라리 미국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게 맞다는 게 부모님의 주장이었다. 해외 유학을 결정하는 데 있어 부모님은 나에게 선택지를 주었을 뿐 모든 결정은 내가 했다. 나는 국제학교에서 보냈던 3년의 경험이 아주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미국식 교육이 잘 맞다고 생각했다. 추가적으로 다시 한국 교육 체제를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나를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빠는 미국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텍사스로 나를 유학 보냈다. 좋은 부모님을 만나서 이런 기회를 얻은 거에 감사했다.
나는 6학년 때부터 3년 동안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다. 원래부터 독립적인 성격이 강해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기숙사 생활에 만족하며 지냈다. 방학도 자주 있어 가족들을 볼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먼 타지 미국에서 혼자 지낸다는 게 무섭고 외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미국을 너무 쉽게 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르고 초반에는 한국 친구들한테 국제학교가 너무 그립다고 자주 말하고 다녔다.
2022년 9월 17일에 메모장에 쓴 내 일기를 다시 읽어본다:
"개학한 지 딱 1달이 되는 날이다. 개학 첫날, Physical Appointment를 받고 있을 때 참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부터 진심으로 행복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마음속 에는 성적에 대한 강박감으로 지쳐있었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할 수 없었다. 오늘 감정이 폭발해서 너무 속상하고 내가 미국에서 이루고자 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방황했다. 엄마, 아빠랑 전화를 하면서 대화를 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한국에 갈 생각을 하니까 울음이 딱 그치고 행복해졌다."
물론 2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일기를 썼을 당시 무슨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큰 향수병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 나는 방황했지만 지금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친구들도 잘 사귀었다. 남들 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어느 정도 미국 생활에 적응이 되자 나는 막연하게 미국 명문 대학교 합격이라는 꿈을 잡고 나름의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밥을 먹을 때마다 유학원이 올리는 컨설팅 영상, 흔히 'How I got into _____,' 미국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이 자신들의 스펙을 자랑하는 유튜브 영상에 빠져들었다. 그들의 동영상을 보며 내 처지를 비교하고 상대적 박탈감이 들었다. 나는 항상 불안해했다. 'I'm not good enough, ' 인사이드 아웃 2 주인공 여자가 불안에게 지배당하며 머릿속에 있는 상대적 박탈감이 내게도 생겼다. 주변 내 친구들은 하고 싶은 것이 확고해 전공도 잘 선택하는 것 같아 보였고, 반대로 나는 찾지 못했다. 어찌 보면 이 나이에 당연한 것인데. 유튜브 컨설팅 영상에서는 전공에 맞게 과외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에 나는 그동안 내가 한 과외활동에 전공을 끼워 맞추려고 했다. 고등학교 생활을 대학입시 위주로 설계하는 학생, 그게 바로 나였다.
여름방학이 되고 여유가 생겼다. 부모님과 학교 리스트와 전공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 자신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아래 블로그 글을 찾아 읽게 되었다. 지금 내 글을 읽고 있는 조기 유학생이 있다면 위 블로그를 들어가 한 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대학들에서 보기 원하는 quality들을 넌 알지? 창의력, 도전심, 리더십... 너의 원서에서 그걸 보기 원하는 거잖아. 그럼 그냥 대학 입시에 목숨 걸지 말고 학업 외의 부분에 있어서는 네가 어떻게 그런 부분들을 키워나갈지, 너의 밑거름이 될만한 요소들을 키워줄 활동들, 그리고 네가 나름 즐기고 희열도 느끼면서 할만한 것들을 찾아서 하라고. 네가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마음이 이끌리는 것에 도전도 해보고, 너의 창의력은 어디까지일까, 여러 가지 창의적인 활동도 해보고, 그놈의 남을 도우면 느낀다는 희열도 느껴보고, 네가 자신 있는 분야에서 남을 이끌어보는 것도 해보면서 그놈의 큰 그릇도 되어보되, 대학 입시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를 위해서 해. 하지만 "너를 위해서" 하라는 건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라는 거지, 네 밥그릇을 채우기 위해서 하라는 게 아니야. 그런 본질적인 것에 너의 신경을 기울이는 순간, 대학은 너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된다고. 대학입시에 영혼 팔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이득을 볼까, 어떻게 하면 내 레주메가 돋보일까 그런 생각하는 대학입시 좀비가 되지 말고 대학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되라고. 사람으로서 너의 소양을 키우고, 그 과정에서 너만의 색을 찾으라고. 그리고 그러면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은 결국에 그런 사람을 원하게 되어 있어.
https://blog.naver.com/danielacademy/221151599249
나는 남부럽지 않은 기회를 인생에서 얻었다. 이 기회들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잘 사용하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소통이 중요하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글을 쓰기로 결정했다. 글을 쓰면서 내 잡생각을 정리하고, 취미를 기록하고, 관심 있는 주제를 탐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