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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텍사스 말랑카우걸 Jul 29. 2024

유학생이 텍사스에서 한국이 가장 그리운 순간

한국이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인 이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실감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미국에서 유학 시절을 2년 정도 보내보니 한국에 와서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일이 많이 생겼다. 


우리 기숙사에서는 학생들을 위해 월요일과 목요일에 월마트 트립을 운영한다. 가장 가까운 월마트는 우리 학교에서 차를 타고 30분 거리다. 이동시간만 1시간. 장 보는 시간 1시간과 기숙사에 돌아와 장 본 것을 정리한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에 약 3시간을 장보기에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텍사스에서 흔하지 않은 일이 아니긴 하다. 텍사스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땅이 넓고 한국 땅의 세 배가 넘는다. 오스틴, 댈러스처럼 정말 큰 도시가 아니면 건물들이 밀접하게 모여있는 것을 보기 참 힘들다. 이동 시 차량이 필수다. 특히 내 학교는 도시에 자리 잡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동네보다 더 오랜 시간 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텍사스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오랜 이동시간'으로 치부되지도 않는 것 같다. 


월마트 (사진 출처: https://naver.me/5U1feJV4 )


맨 처음 텍사스에 왔을 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평온하고 여유롭고 깨끗한 시골 풍경이 너무 좋았다. 도시에서는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힐링을 하였다. 공기도 좋고, 소음도 없고, 정말 맑은 날에는 밤하늘에서 별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월마트를 갈 때면 항상 한국에 있는 내 집 도시가 그리워진다. 출출할 때 잠옷에서 윗 옷만 갈아입고 먹을거리를 산 다음에 10분 만에 다시 집에 빨리 들어오는 삶이 너무 그리웠다. 월마트는 한 번 가려면 큰마음을 먹어야 한다. 무엇을 살지 미리미리 적어두고 혹시나 월마트를 나갈 때 깜빡하고 안 산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나는 월마트에서 보통 음식을 많이 산다. 달걀, 라면, 파는 필수고, 가끔 주말에 혼자 요리해 먹기 위해 쌀, 두부, 만두, 고기 (텍사스는 고기가 너무 싸서 좋다!), 김치, 굴 소스, 채소 (볶음밥 재로) 등등을 산다. 우리 학교 급식은 너무 맛이 없고 아주 짜거나 아주 단 음식이어서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이라도 내가 요리를 해 먹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미국에서 한국이 그리울 때 그나마 나를 위로해 주는 방법이다. 금요일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나와 비슷한 유학생들이 모두 주방에서 자기 나라의 음식을 분주하게 만들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랜다. 서로에게 양해를 구해 재료를 빌려 쓰고 교환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볶음밥, 계란말이, 대패삼겹살 덮밥, 삼겹살, 두부조림, 계란말이


여기서 DOORDASH (미국 배달의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편 할 것이다)로 음식을 배달시키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월마트는 DOORDASH가 되지 않고 대신 BROOKSHIRE랑 TARGET, Sprouts Farmers Market 등이 있다. 하지만 배달을 시키면 종종 내가 원하는 상품이 없어 취소되기도 하고, 퀄리티가 아쉽기도 하고, 무엇보다 배달료, 서비스료, 세금, 배달원 팁 등이 추가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예전에 달걀이 다 떨어져 급하게 DOORDASH로 사려고 한 적이 있는데 달걀 12개 한 박스 자체는 $3.99 (현재 환율로 5522.40원), 하지만 Bag Fee(봉투) $0.1 + Estimated Tax(세금) $0.21 + Delivery Fee(배달료) $2.99 + Service Fee(서비스료) $2.49를 포함해서 $9.78 = 현재 환율로 13536.11원이 나와버렸다….




한 번 요리하면 설거짓거리가 넘치고 재료도 또 사야 한다는 부담감, 귀찮음, 그리고 시간낭비는 어쩔 수 없다. 귀찮고 가끔은 큰맘 먹고 체크리스트를 들고 가는 월마트 트립 대신 


먹고 싶은 게 하나 생각나 집 5분 거리에 있는 편의점을 가기 위해 잠옷 차림에서 상의만 홀딱 바꿔 입고 몇 분 안에 바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주말 아침에 '오늘은 빵을 먹어볼까?' 하고 가족들과 나가서 20분 안에 빵을 사고 들어오는 일상, 


롯데마트에서 실수로 살 거 하나를 빼먹어서 근처 가장 가까운 마트에서 후딱 사러 다녀오는 일상,


저녁 9시가 되어도 혼자 걸어 편의점에 가는 일상, 


당연하고 별거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내 일상에서 사라지니 비로소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한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다. 결론은 내 미국 친구들이 나중에 한국에 놀러 와서 이 간편함을 꼭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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