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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주 Oct 02. 2024

홀로 떠난 강원도 여행에서 생각한 '새로운 삶에 대한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이다. 눈뜨면 회사출근, 퇴근 후 집에 오면 잠자고, 그리고 다시 일어난다. 변화된 생활을 갈망하지만 생각뿐이다. 직장인에게 눈치 보지 않고 일상을 탈출할 기회 ‘여름휴가’. 결혼 후 매년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우리 부부만의 여행이 잦아졌다. 아내에게 여름휴가지로 강원도를 제안했는데 많이 가서 않가겠다고 한다. 결혼 후 처음으로 홀로 하는 여름휴가가 시작되었다.
자칭 계획형 인간이다. 여행을 갈 때면 교통편 이용방법, 동선, 식사장소 등 세부 일정을 세운다. 하지만 이번 하계휴가는 바쁜 회사 업무 탓에 여행일정을 세우지 못했다. ‘혼자 하는 여행, 너무 심심하지 않을까···’. 무계획 일정 속에 작은 이벤트가 있다. 친구를 여행지로 초대하여 첫날 함께 하기로 했다.  

여행 첫날, 어이없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른 아침 서울 동생댁에 계시는 어머니를 홍천에 모셔다 드렸다.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여행지 숙소로 출발하였다.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조금씩 복통이 오더니 이내 심해져 병원에 가보니 장염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소주 한자 하며 회포 풀 생각이었는데, 장염이라니···. 숙소에 도착한 친구도 어이없어한다. 저녁 내내 친구는 혼자 술 마시고, 나는 옆에서 말동무 하며 여행 첫날이 흘러갔다.

여행 둘째 날, 비가 온다. 전날 저녁 조금씩 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까지 그치지 않는다. 친구 제안으로 오대산 월정사, 정선 오일장에 방문 예정이다.
오전, 월정사에 도착하였다. 비는 그칠 기미가 없다. 덕분에 관광객이 없어 거리가 한산하다. 비 오는 잣나무 길을 걷다 보니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해탈교에 도착하였다. 풍경이 장관이다. 비 온 뒤 운무는 하늘에 구름이 지상으로 내려온 듯하고, 잣나무 수림, 해탈교 풍경이 어우러져 드라마 속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오후에는 정선 오일장으로 향하였다. 정선시장은 동서남북 방향의 문이 중앙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의류, 잡화, 약재 등 백화점이 부럽지 않다. 이곳저곳 먹거리 또한 많아, 그중 한군데 음식점에 들어가 메뉴를 고르던 중 눈에 띄는 음식명, ‘콧등치기국수’. 직원에게 물어보니, 면이 탄력 있고 쫄깃쫄깃하여 콧등을 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곱다'고 장염이지만 한 젓가락 식음 했다. 순간 친구와 나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이내 둘의 얼굴에 미소가 생겼다. 새콤달콤한 육수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다. 장염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나의 젓가락질은 계속되었다.     

여행 셋째 날, 잃어버린 하루. 비가 오늘도 이어졌다. 친구는 어제 떠나고 없다. 어제처럼 뜻밖의 풍경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숙소를 나왔다. 비는 더욱 거세지더니 앞이 보이지 않는다. TV에서 폭우로 인한 사건·사고 방송이 있던 터라 숙소로 다시 돌아왔다. 저녁 10시까지 12시간, 꼬박 영화를 봤다. 여행지에서 영화만 보다니, 씁쓸하다.

여행 마지막 날. 아쉬운 마지막 일정. 일어나 밖을 보니, 맑고 청명하다. ‘마지막 날 날씨가 맑구나’, 여행 내내 운이 없다고 생각했던 탓인지, 날씨가 좋아도 부정적인 생각뿐이다. 월정사 선재길 트래킹을 위하여 숙소에서 출발하였다.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그동안 내린 비 때문인지 열기 없이 시원하다. 선재길은 불교 경전 '화엄경'에 나오는 동자 이름으로, 선지식을 찾아 돌아다니던 젊은 구도자가 걸었던 길이다. 사색과 치유, 지혜의 길이라고 한다. 어림 9km를 4시간가량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문득문득 떠오른 고민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휴가 내내 이런 날씨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많은 생각을 했다. 참 운이 없는 여름휴가였다. 장염 때문에 좋은 곳에서 친구와 술 한잔할 수 없었다. 여행기간 대부분 비가 와서 원하는 일정으로 여행을 못했다. 여행 내내 궁시렁대며 부정적인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면, 많은 것을 경험한 휴가였다. 장염에 걸려 자연스레 다이어트가 되어 주간 목표 체중에 도달하였다.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아 스케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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