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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깨미녀 Sep 26. 2024

퐁당퐁당 빠졌다. 휘릭휘릭 불었다.

* 뜨거운 열기 *

선경은 도망가야 했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손가락이 부러질 정도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여느 때와 같이 준우와 선경은 소파에 앉아 인터넷게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왼쪽이야…. 아니…. 오…. 오…. 오른쪽아…. 찔렸어. 아이 죽었잖아. 야! 야여야... 또 날 먹으면 어떡해?”


선경이 말했다. 선경의 피는 심장을 시작으로 온몸을 타고 빠르게 돌며 머리 위로 열을 분출하고 있었다. 둘의 열기와는 반대로 식탁 위에 짜장면은 국물 찌꺼기만 흥건한 채 단무지와 함께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선경은 들고 있던 조이스틱을 소파에 던져버렸다. 


야…. 나 안 해!” 


준우는 온몸을 격렬히 흔들며, 양손엔 조이스틱을 애지중지 꼭 붙들고 있었다. 머리 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선경은 준우를 지그시 바라봤다. 선경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는 준우를 바라보며 바보 같다고 느꼈다. 선경은 일어났다. 그러더니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확하고 열어버렸다. 


밖의 열기는 선경의 검은 머리 위의 열기보다 더 뜨거웠다. 아스팔트의 검디검은 바닥은 태양의 열을 머금고 있었다. 선이 분명하지 않은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태양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분명 아스팔트도 태양에게 두 배 이상의 열을 분출하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스팔트는 태양과 같은 온도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스팔트와 태양의 온도는 처음부터 달랐겠지만, 둘은 서로 열을 내뿜고 있기에 처음엔 서로를 보며 닮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였을까? 선경은 서로에게 강하게 끌렸던 한때가 떠올랐다. 둘은 첫 만남부터 대화가 잘 통했다. 너무도 닮았다고 생각했다.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것들이 편했다.  둘의 온도는 똑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선경은 본인만의 온도가 다름에 신경이 쓰였다. 선경은 그 불편한 무엇을 해결하고 싶었다. 선경은 준우에게 간단한 문자를 보낸 후 핸드폰을 꺼버렸다. 


게임에 집중하던 준우가 온 집이 떠내려가듯 소리쳤다. 


“선경아~ 이겼어!!! 우리…!”


준우는 미소를 한 아름 안고 두 손을 번쩍 들며 선경이 있던 자리를 돌아봤다. 그때 다음 단계의 게임이 시작된다는 노랫소리가 들렸다. 준우의 팔 근육들은 반사적으로 작은 조이스틱을 다시 끌어안고 소리쳤다! 


뭐해? 빨리 안 오고! 시작하잖아!” 


그때 준우의 핸드폰이 울리며 선경을 대신하여 답을 했다. 준우는 무심히 전화를 받았다가 이내 손에 꼭 쥐고 있었던 조이스틱을 미련 없이 팽개쳤다. 준우 엄마였다. 준우 엄마는 이번 추석에는 여자 친구를 꼭 집에 데리고 오라고 했다. 준우는 화를 내며 싫다고 했고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무엇을 통해 작은 언성이 날카롭게 오갔다. 한숨을 쉬며 전화를 끊은 준우는 선경을 찾아 작은 집을 이리저리 뒤졌다. 작은 집 어디에도 선경은 없었다. 준우는 잠시 멍해졌다. 언제부터 없었지? 준우는 핸드폰을 들어 선경에게 전화했다. 하지만 신호없이 메세지로 넘어가 버렸다. 당황하던 준우는 선경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발견했다.


‘우린 온도가 달라.‘ 


준우는 평소 XY 염색체와 XX 염색체는 알파벳 하나의 차이로 생각의 평행선을 달린다고 생각해 왔었다. 그렇기에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준우는 차분히 선경과 아침부터 함께 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최악의 상태는 면하고 싶었다. 


 “짜장면 먹고, 게임 했고…. 그리고…. ”


선경의 문자가 준우의 뇌리에 박혀서 자꾸 되새김질을 해댔다. 온도가 다르다니. 준우는 괜스레 에어컨을 흘겨봤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준우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알고 싶었다. 선경과 대화란 걸 하고 싶었다. 준우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신발을 신고서는 문을 빠르게 열고 밖으로 나왔다. 오랫만에 마주하는 집밖에서의 주말오후였다. 한낮 대기는 푹푹 찌는 고구마를 먹고 싶었는지 찜통이었다. 


“에잇, 사람 잡네. 사람 잡아! ” 


지나가는 사람이 한마디 했다준우는 발걸음을 멈췄다. 더위에서 도망가야 할까? 아니면 더위를 식힐 뭔가를 해야 할까? 


같은 시각, 선경은 택시를 타고 심각한 표정으로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준우와 동거한 지 벌써 3년째. 둘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턴가 주말이면 준우와 선경은 팬티 바람으로 뒹굴었다. 좋아하는 게임을 몇판 때리고 함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행복으로 정의했다. 이렇게 험난한 세상에 서로를 아껴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서로의 존재가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계속 함께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선경은 준우가 아직 꺼내지 않은 한마디에 욕심이 생겼다. 


“결혼하자.”


선경은 부모님께 이번 추석 만큼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소개 하고 싶었다. 


-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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