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사소하지 않은 콤플렉스에 대하여
[밴드의 계절]
여름이 올 때마다 팔에 붙이는 밴드 하나, 나의 여름은 밴드로 시작해서 밴드로 끝난다.
그 이유는 내 팔에 있는, 나의 제일 큰 콤플렉스 때문이다.
그 점은 단순한 점이 아니라, 내가 숨기고 싶었던 나의 감정 전체였다.
내 비밀을 숨기기 위한 전투 흔적은 까매진 팔 속 하얀 밴드자국으로 여름이 끝나도 한참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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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어린 시절 나는 내 팔에 있는 점이 바퀴벌레인 줄 알고 떼달라며 울었다.
그건 내 콤플렉스의 기원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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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의 유전학]
우리 집에는 큰 점이 유전처럼 전해져 내려온다.
고모와 언니 모두 입술 밑에 큰 점이 있었다.
하지만 나에 비하면 그건 미니점 수준이다.
그 둘은 모두 점을 제거했다.
나는 이 점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아직 함께 지내고 있다.
점 하나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걸 보면 유전은 단순히 생물학이 아니라 삶의 문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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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장]
나는 점을 가리기 위해 매일 밴드를 붙이고 다녔다.
엄마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뭐 어때서?”
“너 잃어버리면 찾으려고 도장 찍어둔 거야~”
그 말이 너무 얄미웠다.
내가 이걸 숨기기 위해 여름마다 어떤 수고를 하고 있는데.
엄마도 이 점을 가졌다면 과연 드러내고 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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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역사]
어릴 적엔 반투명한 밴드를 썼다.
하지만 그 밴드는 반투명해서 점이 다 드러났고, 접착력이 너무 강했다.
가리기 위해 밴드를 2개는 붙여야 했고, 접착력 탓에 밴드를 떼고 나면 피부에 염증이 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그 밴드를 붙였다. 나를 숨겨주는 유일한 방어막이었으니까.
그리고 20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드디어 나에게 맞는 밴드를 찾았다.
불투명한 살색에, 부드러운 접착력.
하나만 붙여도 대충 가려지고, 떼어낼 때도 아프지 않았다.
나는 밴드 마스터가 되었다.
그건 단순히 좋은 밴드를 찾았다는 게 아니라, 나를 덜 아프게 하는 방식을 찾았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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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의 각도]
어릴 땐 밴드도 내 마음대로 못 샀다.
비싸기도 했고, 자주 사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한 번 붙인 밴드로 이틀까지 버텼다.
그러면 가장자리가 너덜너덜해지고 살짝 때도 끼기 시작했다.
그게 누군가 눈치채지 않을까 늘 신경이 쓰였다.
잠깐 슈퍼에 갈 일이 있을 때는 새 밴드를 붙이기가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마트를 갈 때는 팔을 붙잡고 가면서 가리고, 마트에서 돌아올 때는 봉지를 앞으로 들어 점을 가리는데 사용했다.
그 시절, 나는 나를 가리는 법을 배웠다.
아무도 몰랐지만, 그게 나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