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해요
오케스트라 공연을 준비하며 만난 보석같은 음악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이 내가 있는 공간에 울려퍼진다. 이번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강의 연주를 듣고 있다. 솔리스트의 정확인 음정과 현란한 기교... 오케스트라 파트의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멜로디 부분. 내 마음 안 시끄러운 생각들과 우울함을 날려버리고 아름다운 화음과 선율이 나를 정화시킨다. 그저 생각없이 듣다가 어느 순간 무방비 상태였던 가슴에 감동이 콱 꽂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있구나.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수 있다니 인생은 살만한 것이구나.
이번 정기연주회 때 악장님과 협연하는 곡이라고 해서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들었다. 협주곡이 다 그렇지. 적당히 솔로파트 나오고 오케스트라와 협주하고. 화음 어우러지고. 그냥 여러 다른 협주곡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오케스트라모임에서 이 곡을 처음 연습한 날.....독일 유학을 막 마치고 오신 월드클래스 악장님의 명연주를 바로 앞에서 듣고는 브람스에 완전 빠져버렸다. 악보를 외워서 암보로 그 긴 곡을 이끌어가시는데다 격정적인 부분에서 연주자의 그동안의 인고의 시간과 음악을 향한 정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존경심이 우러났다. 덕분에 나도 브람스곡의 아름다움에 눈이 뜨였다.
브람스가 당대 명바이올리니스트인 요제프 요하임과 협의하며 작곡해서 그런지,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이올린의 음색을 풍부하게 잘 살려냈다. 브람스의 곡은 처음이었는데, 모차르트나 베토벤 같은 고전 작곡가들의 곡과 달리 선율이 좀더 서정적이고 강약 표현이 섬세한 느낌이다. 피아노 연주하는 지인도 요새 브람스에 빠졌다는데, 브람스의 후기곡들은 더 애처롭다고 한다.
슈만의 아내였던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 슈만이 죽고도 클라라는 브람스를 받아주지 않았고, 브람스는 평생 클라라만 바라보며 애처로운 마음을 음악에 담았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드라마를 몇 년전에 재미있게 보았다. 사실 음악이야기보다 박은빈 배우와 김민재 배우의 사랑이야기가 주였지만, 나름 잔잔한 스토리에 몰입하였다. 그 후 눈여겨보던 박은빈 배우의 바이올린 케이스와 같은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그때 나에게 브람스를 좋아하냐고 물었다면 ‘글쎄요, 브람스 음악을 잘 몰라서...’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이제는 누가 클래식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브람스 좋아하세요?’‘저도 정말 좋아해요.’라고 할 것 같다. 브람스 후기 곡들도 더 찾아 들으며 브람스 앓이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