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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학교 운영이 필요하다 1

- 교장이 변하면 학교가 산다

by 무상

어느 날 외부강사에 의한 방과후 수업을 실시한다는 학교의 일방적 결정이 전달된 가운데 이에 반발한 한 교사의 장문 메시지가 날아왔습니다. 느닷없는 교장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하여 대부분의 교사들이 느꼈을만한 반발일 것입니다. 아마 대부분 학교에서도 이러한 교장의 일방통행이 자주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이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밝혀주는 교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 방과 후 학교 강좌 개설과 관련하여 감히 말씀드립니다.

모든 조직의 의사 결정은 ‘결과의 정당성’ 못지않게 ‘절차의 민주성’이 중요시되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학교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교사들의 의견 수렴은 매우 미흡하다고 생각됩니다. 학부모가 학교 정보를 먼저 알고 담임들을 당황케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교사는 학교의 핵심 구성원이고, 학교의 모든 현황을 알 권리가 있으며 의사 결정 과정에는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결정되고 통보받는 대상으로 여겨져서는 교사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최고 결정자는 모든 의사 결정을 독점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의견들을 듣고 종합하고 수렴하면서 최종적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라고 교과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급할수록 천천히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선생님들의 동의와 협조가 필요한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것이 불만을 최소화하고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길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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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의사소통?’

‘교직원 회의의 의결화?’


교사들이, 특히 교장, 교감 관리자들이 이런 개념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혹 알고 있을지라도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보았을까요? 간혹 있을 수 있는 교사나 학생, 학부모의 의견은 의사 결정을 위한 교장의 참고사항일 뿐 교직사회의 의사소통 방식은 대부분 교장으로부터 내려오는 일방통행입니다. 가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거리조차도 부장회의나 교장이 결정하고 전달하는 체제로 굳어진 지 오래입니다. 교사들의 의견 개진 통로의 부재, 또는 교직원 회의가 법적 권한을 가진 의결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이 모은 의견을 학교 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막혀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가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교사들이 안 와요.'

교무부장이 교사들이 교무회의에 안 오고, 아무 얘기도 안 한다고 성토합니다. 교직원 회의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교사들도 무의미한 회의에 싫증을 내고 요령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결국 일방적 전달 위주인 교직원회의의 참석률이 점차 낮아집니다. 교내 메신저로 전달해도 충분한 내용들 정도에는 교직원 회의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단지 관리자들만 모를 뿐입니다. 좌석 배치, 출결 체크 등의 강압적인 조치를 통하여 교직원 회의 출석만을 강조할 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에 대한 궁리나 의견 수렴 자체는 없습니다.


결국 시험 때 모처럼 한가해진 오후에 교사들을 불러 모읍니다. 교사들 간 소통을 위한 다(茶) 모임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은 인지를 하고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인위적인 시간을 만들어 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색한 침묵과 함께 더욱 교사들의 입이 열리지 않습니다. 아무런 변화나 조치 없이 그저 모임만 만들어주고 입을 열라는 방식으로 계속 밀고 나가는 것입니다. 학년말이 돼서 치르는 의례적인 1박 2일 워크숍에도 똑같은 풍경이 연출됩니다.


내 관점에서는 모두 관리자 탓입니다. 평소에 관리자들이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교사들의 입이 먼저 열리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소통의 시간이 교사들의 아까운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면 먼저 관리자들의 인식, 사고부터 변화되어야 합니다. 관리자들의 일방적인 정형화된 틀을 깨지 못하는 한 절대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행정보다는 교육에, 관리보다는 아이들과 수업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모습까지 이해하고 체화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자세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교사들이 어떻게 하면 더 아이들 친화적 지도를 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수업에 전념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전제로 교사와 관리자들 간의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학교의 교직 문화가 아무런 변화 없이 똑같은 행태를 보이는 이유가, 그리고 교직사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한테 논리적으로 따지려 하지 마라!’


상호 존중을 전제로 한 다양한 의견 교류는 조직 발전의 기초인 의사 결정의 민주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직 사회는 언제나 침묵이 흐릅니다. 학생들의 시끌벅적하는 소리는 들리지만 교사들 간의 논쟁, 특히 관리자들과 교사들 간의 논쟁은 더더욱이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직까지 교직사회에서는 그저 침묵이 금이고, 관리자가 운영하는 대로 그저 쫓아가는 것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인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논쟁이나 문제지적을 일삼는 교사는 모난 사람이거나 잘못된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힐 뿐입니다. 하긴 논쟁을 해봤자 위의 말처럼 계란으로 바위 치기입니다. 이미 교사보다 우월한 입장을 차지하고 있다고 믿는 그네들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굽힐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당당하게 말합니다. 나한테 논리적으로 따지려고 하질 말라고. 그저 '나를 따르라.'만을 당연한 듯이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관리자들 스스로 자신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는 한 단지 논쟁을 건 교사만 이래저래 불편할 뿐이고, 티는 놈으로 낙인만 찍히고 맙니다. 아마 이러한 교직사회 분위기의 결과가 교사들에게, 그리고 관리자들에게 토론과 논쟁의 무의미성을 은연중에 각인시키고 있는지 모릅니다.


‘논쟁이 많은 조직이 발달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역으로 교직 사회는 논쟁이 없어서 발전하질 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MIT 경영 대학원 교수인 피터 셍게(P. M. Senge) 교수는 ‘시스템적 사고’라는 주장을 통하여 두려움을 바탕으로 한 통제적 경영에서는 당황스러운 주제를 피하게 되고, 결국 아이큐 130인 구성원들을 모아놔도 전체 아이큐는 60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엘리트 출신인 범생이 교사들이 점점 바보처럼 변해가는 모습과 동일한 현상입니다. 조직의 활성화를 위하여 서로가 할 말을 할 수 있고, 수용해 줄 수 있는 개방된 분위기를 우선적으로 강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학교 현장에서조차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의견 개진이 불가능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우리 교직사회의 모습과 문제점을 반영하는 듯합니다.


가뜩이나 아이들을 위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들은 현재의 학교 상황에서 신이 나지 않습니다. 교사의 고유 권한으로 명명된 교육 내용 선정, 교수 방법 선택, 학생 평가 등 무엇 하나 교사의 자율권을 발휘하여 맘껏 펼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학교 내에서도 교사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교사의 자존심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 때문이기도 합니다. 학교 운영도 교장이 바뀌면 수시로 바뀌어 혼란을 줍니다. 교사들이 자신의 업에 대하여 자긍심을 갖지 못하고, 그로 인해 학교에서 하는 모든 일에 회의적 시각으로 일관하는 경우 당연히 아이들과의 교육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교사들의 어려움과 불만을 토로할 장치나 시스템은 교육제도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만큼 교사들의 의견 반영이라는 기본 틀조차 갖추지 못한 채 말로만 강조되는 ‘민주적인 교직 문화’와 심각하게 괴리되고 있음을, 동시에 우리 학교가 교육 활동의 주체인 교사들조차 철저히 소외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예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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