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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자신 있는 교수방법을 펼쳐라

- 교사 전문성

by 무상

‘둘이 따로따로 떠들다 갔어요.’


내 수업 전에 통합 수업을 하였다 하여 ‘재미있었니?’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시큰둥한 답변이 돌아옵니다. 모든 학교들은 기말고사 끝나고 나서 수업을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있는 학교도 고민 끝에 2학년부에서 통합 수업을 해보겠다며, 전 교사에게 동참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갑자기 전교사에게 획일적으로 던져진 수업전략에 대하여 자세한 구상을 물어보았더니 어떻게 하는지 학년부장도 정확히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막연히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두, 세 명의 교사들이 합류해서 각자 자기 영역을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한다고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내용은 융합을 시도했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 것입니다. 내용 전달 위주의 수업에만 의존했던 교사들의 한계입니다.


수많은 교수 모형들이 있지만 우리 교사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자기 교과에서의 바람직한 수업 모형들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이상적인 요구 사항이지만 현실은 입시제도 덕분에(?) 교과서 내용만 해나가기도 벅찬 상황입니다. 제도적 미비, 그리고 현실과의 괴리 등으로 인해 점점 교사들이 수업 개혁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또한,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려고 할지라도 다양한 교수 모형들을 연수받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얻기 힘듭니다. 교사가 되고 나서도 입시 전형 방식에 따라 수시로 요구되는 능력을 훈련할 기회조차 제때 제공받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금지되었지만 한때 아이들 입시 스펙에 보고서 작성 붐이 일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 교육 활동에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교사들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매달린 적이 있습니다. 사실 교사들도 탐구 과정 지도 및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하는 것에 익숙한 교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교사들이 어설픈 능력으로 그저 잠깐 흉내 내듯이 지도하고 넘어갑니다. 아니 어쩌면 그게 다 가르친 거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혼란만 가중됩니다. 머가 먼지 제대로 모르고 교사가 몰고 가는 대로 하긴 하면서 겨우 완성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탐구 및 보고서 작성 능력이 제대로 성장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교사의 어설픈 능력과 한때의 입시 광풍이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끝나버립니다.


역시 한때 마치 창의성이라는 단어를 빼뜨리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학교인 양 상급 기관에 올리는 공식적인 서류, 공문에는 창의성이라는 용어를 포함시킨 실적 보고가 당연시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단지 한, 두 번의 연수로 교육을 대신하고, 교사들 스스로 자구적인 노력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모든 학교가 창의성 교육을 한답시고 자신 있게 내세우던 시절입니다. 창의성이 중요한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나 과연 창의성의 본질이 무엇이며, 수업 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시행할 수 있는 교사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최근에 강조되고 있는 통합 수업도 같은 양태로 보입니다. 그때그때 강조되는 수업방식들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 지켜본 교사들의 모습은 무언가 어설프면서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나도 앞에서 바람직한 수업방식으로 학생 중심 수업, 토론 수업, 코칭, 고등사고 수업 등을 강조하기는 했습니다. 또한 이상적으로는 체험 중심의 교육방식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수업방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교사가 아무리 열심히 가르치더라도 학생이 적극적으로 학습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한 교사의 교수행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흔히 언급하는 좋은 수업들 하나하나가 단기간에, 그리고 열심히 연구하여 내공이 쌓이지 않는 한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제대로 전개해 내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이는 아무리 바람직하다고 하는 수업방식일지라도 교사가 그 수업방식에 완벽히 숙달되어 있지 않다면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사의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한 어설픈 교수·학습 방법의 흉내는 아이들에게 피해만 줄 뿐입니다. 토론 수업을 그렇게 강조해도 이를 받쳐줄 수 있는 교사들의 능력이 준비되어 있지 않기에, 시도해 보긴 하지만 흉내만 낼 수 있을 뿐 제대로 전개하지 못하는 교실 현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뭔가 바꾸려 하기보단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들고나가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감독이 새로운 전술로 상대하였으나 별로 좋지 못한 결과를 가지고 왔을 때 해설가였던 이영표 위원이 말했던 내용입니다. 축구 전술과 교사의 교수방법을 직접적으로 동일시하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될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이 위원의 말이 크게 와닿았던걸 보면 그때 당시에도 우리 교사들이 추구해야 할 교수방법에 대한 나름 나에게는 시사점을 던져주는 말이었나 봅니다. 즉, 어설픈 수업방식 흉내보다는 자신 있게 펼쳐낼 수 있는 교수방법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입시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고등학교 수업의 한계가 교사의 능력 신장을 옥죄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우리 교사들에게는 충분한 연수 기회도 제공되지 않고, 스스로 탐구할 시간도 없고,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굳이 배우고자 하는 교사들의 의욕도 높지 않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굳이 바람직하다고 하여 수시로 던져지고 있는 수업방식들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지 못한 채 어설프게 흉내만 내고 있는 실정입니다.


흔히 언급되는 토론 수업만 해도 교사들이 제대로 토론 수업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모든 교사들이 해낼 수 있는 것처럼 당연한 듯이 쉽게 언급되는 수업방식이지만 실제로 아이들과 구상하고 전개해 나가려면 상당한 수준의 숙련을 요구하는 수업 방식입니다. 교과서의 정해진 내용에 한정하여 전달하고 대처하는 능력이 아니라, 주장과 근거를 형성케 할 수 있어야 하고, 근거의 타당성을 충족시키는 조건들, 즉 적절성, 신뢰성, 충분성을 제대로 인지시키고 체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요건들을 충분히 숙달시킨 후 교사는 아이들 간의 토론을 귀담아들으면서 잘못된 점, 허점을 잡아내고, 이를 지도하고, 토론의 초점에서 벗어난 방향을 잡아줄 수 있어야 하고, 같이 토론하는 등 고난도의 수업과정을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밖에 세부적으로 훈련해야 할 능력, 기술들도 많습니다. 하다못해 아이들의 자료 구성 및 발표 시 통계적 식견을 요구하는 자료나 내용에도 교사가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단지 한 가지 교수 모형을 숙달하는데도 상당한 연수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한 가지 교수방법을 어느 정도 소화해 낼 수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 일주일 이상의 집중 훈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사 양성 과정에서는 제대로 된, 그리고 심화된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지 않고 있습니다. 혹 있다 해도 한, 두 번의 연수로는 턱도 없을 뿐입니다.


하지만 제도적 한계만을 탓하면서 주저앉을 수는 없기에 교사들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아무리 바람직한 수업방식이라 할지라도 교사 스스로 완벽하게 소화해 내지 못하고 어설프게 배워서 풀어내느니 차라리 교사 스스로 자신 있는 수업방식에 바람직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싶은 것은, 비록 궁여지책에 불과할 수밖에 없지만, 여건상 바람직한 교수 모형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다면, 교사들이 이런저런 좋다는 교수 방식들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가장 자신 있게 펼쳐낼 수 있는 한 가지 교수방법만이라도 확실히 갖춰보자는 것입니다. 강의식 수업 일지라도 교사가 충분히 숙달되어 있다면, 그리고 담당 교과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면서 자신 있게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어설프게 흉내 내야 하는 수업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물론 강의식일지라도 단순한 지식 전달만을 위한 것이 아닌 아이들의 사고와 식견을 넓혀줄 수 있는 과정을 포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공자를 설명하면서도 서양의 플라톤까지 끌어당겨(이것만 해도 교과서의 내용 순서를 재구성한 접근입니다) 공통점을 설명해 주고, ‘정의 사회’ 관점에서 두 사상가의 의견 중 차이점이 무엇인가를 설명(비교) 해 주면 의미 있는 사고 확장을 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한 사상가의 관점에서 다른 사상가를 비판해 보게 하고(비판적 사고), 두 사상가의 의견을 종합해서 더 나은 정의사회를 구상해 보게 하는(종합, 창의적 사고) 등의 접근을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결국 교사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수업방식으로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사고와 식견을 넓혀줄 수 접근을 더 해준다면 어설픈 수업방식 흉내내기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교과 수업방을 확립한 후, 교과 간 통합 수업을 논하고 고민해 볼 일입니다. 교과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논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협의회를 거쳐 동일 교과군이 공유할 수 있는 좀 더 바람직한 교수․학습 방법들을 교사들의 역량에 맞추어 모색하고 숙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동일 교과군에 가장 근접한 공통적인 교수방법을 교사들이 완벽하게 내면화하여 어떤 수준의 아이들에게도 자신 있게 펼쳐낼 수 있는 교수 방법을 확보하자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형식적으로 각 교과별 진도나 시험범위 써넣고 결재받는 형식적인 교과협의록은 이제 그만하고, 교사의 수업 질을 높이기 위한 협의 등으로 교사들 간 교과협의회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진짜 교과협의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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