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충혈된 눈
엄마의 충혈된 눈과 나의 불안감이 어쩌면 같은 지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어찌하여 나는 아직도 살아있는지, 어찌하여 이다지도 변변치 못한데도 살아있는지. 어쩌면 이것은 기적이자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
살아 숨 쉬는 지금의 순간 속에서,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주제로 쓴 책을 읽고, 완성도가 높은 공연도 보곤 한다. 그 삶이 충만하지는 않지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이는 청탁을 위해 몇천만 원의 가방과 목걸이를 주기도 하고, 공짜 골프를 치러 나가기도 한다. 과연 그것은 그들만의 세상이고,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하늘이 푸르고 높은 공원에서, 자기가 원하는 거리보다 멀리 굴러가는 공을 보며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시 공을 잡고 아이의 방향으로 공을 천천히 굴려 주었다. 언제 울상이었나 싶던 아이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공을 주워간다.
내가 생각하는 대단한 삶은 이런 것이다. 언제든지 날이 좋아서 내가 산책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 조금 덥거나 추운 날씨에 빠르게 공원을 돌면서 강아지를 구경하는 일. 가끔 치팅으로 빵을 사서 먹기도 하고. 아직도 끊지 못한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마시면서 조금만 죄책감을 가지는 것. 집에 돌아와서 시원하게 샤워하고 선풍기에 머리를 말리는 것. 그 외 기타 등등.
요새 심적으로 좀 피곤했는데, 이렇게 이것저것 쓰니 마음이 좀 풀어진다. 누구나 그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서툴지만 이렇게 또 하나의 에세이가 완성되었다. 계속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