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한다. 아름답지 않으면 찍지 않는다고. 그리고 그런 감독의 의중이 있기에, 거의 모든 작품은 미학적인 완성도가 높은 영화다. 이번 영화 역시 장면과 장면, 배우들 역시 완벽한 미장센을 보여준다.
다른 영화와는 다르게 이 글을 쓰기 전에 다른 이들의 리뷰를 많이 읽어 보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슷함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이를테면 극장에서 같은 포인트에서 웃는 사람이 있는지 느껴보는 거라고 해야 할까?
이 영화는 중년의 위태함, 실업자의 간절한 마음,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집을 지키기 위해, 내가 쥐고 있는 나의 행복을 위해 얼마나 발버둥 쳐야 하는지 보여주는 영화였다.
특히나 기생충이 생각이 났는데, 그들 역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생각났다. 기생충에서는 일자리를 위해 사기를 쳤다면, 어쩔수가없다 에서는 살인을 저지른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여러 신이 있는데 가장 독보적인 것은 주변의 풍경은 너무 아름다운데 살인을 저지르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이는 장면들이었다.
그리고 시체를 분재화 시키는 모습이 정말로 기괴해 보였다. 굵은 철사로 얽매인 시체의 모습은 범인들이 자신이 가진 기술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딸의 연주 역시 인상 깊었다. 짧게만 들려주던 딸의 연주가 한 번에 쭈욱 들리는 마지막쯤, 레슨 선생님의 말씀을 믿지 못했던 나로서도 뭔가 우화적인 순간이라고 느껴졌다. 아이가 그린 악보까지도.
총으로 배우 이성민을 죽이고 이성민의 부인이 쫓아와 주인공 만수(이병헌)에게 총을 쏘는 장면은 무척이나 그림같이 이쁜 장면 속의 살벌함이 느껴졌다.
영화의 내용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이병헌이 연기하는 만수라는 인물을 처음에는 비정상적으로 보았다가 그를 응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비난해야 하는지 이중적인 마음이 들게 한다. 그와 동시에 두 인물의 비리와 때때로 견디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순간들 속에서 그것들을 참아냈다면 주인공이 살인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그전에 정말 어쩔 수가 없는 상황들이 벌어졌기에 이렇게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러나 그것 역시 범인이자 주인공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모든 경쟁자를 제거한 주인공 만수는 새로운 회사에 취직한다. 그러나 그는 AI라는 또 다른 경쟁자를 만나면서, 그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그는 결국 또 실직할까? 이번에는 형태 없는 AI에 맞서서 그는 어떤 일을 저지를까? 모호하지 않지만, 모호한 형태로 영화의 엔딩이 끝이 난다. 적어도 주인공의 노력으로, 부인 역시 한몫한 채로 그들은 가족을 지키고 집을 지켜낸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즈음, 위기가 찾아오는 중년의 이야기. 모든 배우가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연기한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왔고, 위태한 만수의 곁에 있는 배우 손예진의 얼굴 또한 새롭게 보였다.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