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큐 “뉴 올드 보이 박찬욱”
나는 박찬욱 감독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나의 대학 시절, 지금은 사라진 서울극장 로비에서 그를 보았다. 그는 회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사람들이 들어오는 문 쪽을 바라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만든 영화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물론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고 좋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날 우연히 무대인사가 포함된 영화를 예매하게 되었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그를 멀리서 한 번 더 보게 되었다. 그 영화가 ‘올드 보이’였다.
올드 보이는 정말 흥미로운 영화였다. 시작부터 다른 인트로라고 해야 할까? 일분일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그는 무대인사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 잔인한 장면이 있어요. 손가락이 잘릴 거 같이 나오는데 끝까지 봐주세요. 완전히 잘리는 장면은 나오지 않아요.”
어떤 사람은 잘릴 것 같은 그 장면만으로도 눈을 못 뜨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끝까지 봐달라니. 그러나 감독 박찬욱이 정말 웃긴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기가 만든 작품의 몇 초라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길 바라는 그 마음은, 정말 진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올드 보이는 엄청난 성과를 내놓았다. 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작품을 꾸준히 보고 있다. 최근에 나온 ‘어쩔수가없다’ 까지.
추석쯤 방영된 다큐를 집에서 볼 수는 없었다. 명절이라 너무 바빴기에 넷플릭스에서 그 다큐를 보았다.
그가 일하는 방식, 취미, 취향, 음악과 영화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다큐를 통해 볼 수 있었다. 특히나 그가 라이카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포토 북을 여러 권 낸 그의 작품을 나는 많이 보진 못했지만, 영상 속 사진만으로도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작업 방식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독불장군이 아니라, 모든 스텝의 말을 귀 기울이고, 배우들의 의견까지 수렴해서 적용하는 그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라고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각본을 쓰는 작업 방식 역시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순발력과 상대의 실력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그런 방식은 잘 쓰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예전 인터뷰에서 본 것처럼 항상 흥행을 원하고 또 그 원동력으로 다른 작품을 만들려는 그가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팝송에서도 원히트원더가 많은데, 그의 작품이 매번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그것만으로도 그의 저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선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