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가짜 환자, 로젠한 실험 미스터리’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의 조현병은 고정관념을 가진 질병과도 같다. 망상과 환청, 그리고 정갈하지 못한 외형으로 노숙하거나 사람들이 멀리하는 환자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그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조금만 공부를 해보거나 책을 읽어보면, 생각보다 조현병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그래서 약을 먹으면서 조절되는 증상을 지닌 환자들은 외형으로 봤을 때, 그리고 대화를 나눌 때도 평범한 사람들과 그다지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번에 읽은 이 책을 통해 뇌염의 증상이 조현병의 증상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가 그런 사람이었는데, 계속된 정신과 진료를 받다가 제대로 된 진단을 통해 뇌염이 나아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천운인데, 그와 비슷한 거울상의 증상을 지닌 환자는 늦게 진단이 내려져 후유증이 생겨 저자와 같은 행운을 누릴 수는 없었다. 거울상 환자는 예후가 좋지 못한 탓에 평생 증상을 갖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p.110 로젠한 강의 녹음본 중에.
“문제는.... 무엇이 이상이냐는 겁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 왔을까요?” 그가 물었다. “어떤 것은 검은색일 겁니다. 흰색도 있겠지요. 그러나 회색의 음영에 대비해야 합니다.”
저자는 로젠한이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을 보인다. 자신 역시 진단을 잘못 내려진 환자였기에, 가짜 환자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의 메모와 자료들을 하나둘 찾기 시작하면서 왜 그가 정신의학계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킨 논문을 썼음에도 후속 논문이나 기타 책을 출간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가진다. 그렇게 저자와 책은 의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p.338
로젠한은 논문 말미에 해리의 경험을 미묘하게 인정하는 듯한 문장을 집어넣었다. “보다 이로운 환경이었다면 (...) 그들의 행동과 판단이 더 이롭고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장을 인용하거나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대신에 로젠한은 증상이 복잡할 때 많은 의사가 행하는 것을 했다. 그는 자신의 결론을 입증하지 않는 증거는 내다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더 참담했다.
p.391
가발, 자신의 입원 날짜를 거짓말한 것, 자신의 진료기록을 과장한 것, 숫자를 마음대로 고친 것, 해리의 정보를 묵살한 것, 책을 마무리하지 않은 것, 그 주제로 다시 돌아가지 않은 것. 이렇게 사소한 문제들이 쌓인 상황에서 로젠한은 내가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의 실험은 조작된 데이터와 조작된 증상 호소를 하였는데, 오히려 가짜 환자들의 진단은 비슷한 조현병으로 내려졌다. 그러나 그의 실험과 논문은 진실성이 떨어진 탓에 책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 같다. 그 대신 정신의학 측면에서 그의 논문은 여러 영향을 미쳤다. 정신병원이 많이 문을 닫게 된 점, 새로운 정신 진단 편람의 출간 등이 그렇다.
p.401
정신의학자 앨런 프랜시스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내 말을 끊었다. “그 문제로 들어가기 전에 코크 형제 이야기부터 할까요? 그러고는 무슨 뜻인지 이해되도록 잠시 뜸을 들였다. 로젠한의 연구는 로버트 스피처의 작업에 결정적이었다. 그는 로젠한이 없었다면 “스피처가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3판으로 이루어낸 성과도 결코 없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의 일부가 날림이었다는 것을 밝혀냈다면 그것은 정당성을 결코 인정받을 수 없다. 실망스러웠다.
위험성이 높은 연구에 참여한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 총 9명 중에 밝혀진 사람이 많지 않은 점 또한 로젠한의 연구가 완벽하게 사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지 사람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려 했을까? 로젠한은 왜 이렇게까지 허술한 거짓 연구를 보여줬을까? 몇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