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리뷰] 영화 '세계의 주인'

by 다큐와 삶

[리뷰] 영화 ‘세계의 주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영화의 후기를 읽지 말고 가길 바란다는 영화 홍보를 본 적이 있었나 싶다. 스포일러 없이 극장에 가길 바라는 모든 관객. 나는 극장에서 세계의 주인을 다 본 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주인공 주인이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고등학생이지만 연애에도 열심히고 태권도에도 열심이고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그러나 약간의 빈틈이 곳곳에서 보인다. 친구들과 밝게 지내다가도 갑자기 욱하는 구석이 있고, 그러다가 우스갯소리를 하며 성격 좋은 주인이. 나중에야 모든 빈틈이 성폭력 사건으로 인한 것임이 밝혀진다.


영화는 ‘피해자다워야 한다는 프레임은 깨어져야 한다.’라는 감독의 의도가 보였다. 피해자 봉사 모임에서 고민시가 연기하는 역할은 그것에 대해 많이 보여주고 있다. 재판정에서 울면서 자신이 당한 피해를 말하고 있음에도 대답하라는 질문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질문들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화가 많이 났는데, 아직도 질문이 같다는 봉사단체의 나이 많은 언니의 말은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려준다.


그리고 주인이가 친구가 부탁한 가해자에 대한 청원서 사인 거절 에피소드 역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프레임은 없어져야 한다는 감독의 의도가 보였다. 주인이의 어머니가 가끔 꽃을 사 와 집에 놓는 것처럼 누구나 밝은 꽃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새롭게 미래를 그려나갈 모든 피해자, 그리고 아직 피해를 보지 않았음에도 상대를 이해하고, 설사 내가 피해자가 될지라도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는 감독의 응원이 서려 있는 영화의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도 사랑을 찾겠다는 주인의 당찬 포부를 응원하고 싶었다.


그리고 찡하게 마음이 울리는 장면 또한 있었다. 아토피가 있어 과자를 먹으면 안 되는 주인의 동생은 어린아이의 행동처럼 보였지만, 그 아이가 편지에 꾹꾹 눌러쓴 삼촌이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한 내용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그래서 동생은 마법 연습을 열심히 했던가? 단순히 마법을 연습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주인공이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찍힌 장면이 많은데, 학교 복도를 걸어 나가는 주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나 세계의 특별한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주인이가 읽는 쪽지는 마지막 여러 사람의 내레이션으로 끝나는 부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세계의 주인. 우리들의 주인. 나 또한 혹은 다른 이도 주인이 될 수 있는 이야기. 사람들에게 “세계의 주인” 영화를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리뷰] 책 '위대한 그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