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 이탈리아 여행 이야기

커피의 본고장, 이탈리아

by 릴토



2년 전 가을, 그날은 집에서 룸메이트들과 평범한 저녁식사를 했던 날이었다.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나는 2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살고 있었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룸메이트였던 민아가 말을 꺼냈다.


“우리 이탈리아 갈래?”


그로부터 한 일주일 지났을까, 갑자기 민아가 이탈리아 계획을 짰다며 우리한테 무려 10박 11일의 여행 계획을 보여주었다. 이탈리아 가자는 말이 진심이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민아가 계획한 11일의 이탈리아 여행은 나폴리-로마-피렌체-베네치아-밀라노-스위스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우리는 3명이니까 짝수로 여행 가는 게 더 편할 거라 생각했고, 같이 갈 한 명을 더 구해보기로 했다. 얼마 후에 이탈리아에 같이 여행 갈 새 멤버가 추가되었는데, 민아랑 같은 대학교에서 교환학생을 온 ‘지형’이라고 하는 오빠였다.


그렇게 4명이서 이탈리아 나폴리로 떠났다.



스페인에서 멀지 않은 이탈리아 나폴리, 나폴리의 첫인상은 '이탈리아 같지 않다'라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보면 스페인 집들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나폴리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러 방에 들어갔는데, 세상에 한 방에서 4명이 같이 자는 숙소였다!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눈으로 마주하니 ‘오빠랑 한방에서 다 같이 어떻게 자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혼성 여행은 처음이라서 숙소부터 고민이 많아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페인에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라면 남자가 있어서, 룸메랑 별로 친하지 않아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절대 하지 않았을 여행이었는데, 스페인이니까 한번 시도해 본 여행이었다. 그만큼 이탈리아는 어떤 여행보다 더 의미 있고 특별한 여행이었다.



그때가 2시쯤이었는데 배가 고파서 근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이탈리아식 식당이었는데 아직도 4명이서 처음 밥 먹을 때 그 어색한 기류를 기억한다. 메뉴 고르는 것도 서로 배려하느라 먹고 싶은걸 잘 못 말했고, 먹을 때도 대화가 자꾸 끊겨서 앞으로의 여행이 걱정될 정도였다. 나는 생각보다 친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사람인가 보다 싶었다.



그렇게 밥을 먹고 어디 갈까 찾아보다가 어느 한 명이 폼페이 박물관에 가자고 말했다. 사실 박물관에 별 생각이 없었던 나는 친구들을 따라갔지만, 막상 박물관에 들어가는 순간 가기 싫은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너희끼리 다녀와’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3명이 입장료를 낸 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여행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느낀다. 나는 박물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친구들을 배려하려고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 여행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성격이 아닌 내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 여행을 하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을 알아가며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날은 오후에 로마로 기차를 타고 떠나는 일정이었다. 오전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오빠는 사고 싶었던 축구 유니폼을 사러 가고 싶다고 했다. 나랑 룸메이트들은 축구에 그렇게 관심이 없어서 같이 아침을 먹고 난 다음에 오전 일정은 따로 다니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에 왔으니까 아침은 카페에 가서 커피와 함께 빵을 먹었다. 카페 자리가 야외석 밖에 없어서 야외석에 앉았다. 유럽 사람들은 야외석에 앉는 것을 좋아하는데, 나 또한 실내보다는 야외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 야외석에 앉으면 그날의 날씨를 그대로 느낄 수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풍경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야외석에 앉아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야말로 내가 바랬던 행복한 삶이었다! 이탈리아에서 바닐라라떼와 같은 커피를 주문하면 항상 뜨거운 커피로 나왔는데, 시럽이 따로 담겨져 나왔다. 그래서 커피에 시럽을 부어 취향에 따라 시럽 양을 조절할 수 있었다. 커피와 함께 주문한 빵은 크루아상이었는데 위에 하얀 가루가 뿌려져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여행에서는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야외석에서 커피를 마실 뿐인데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나중에 생각해 보면 여행 중에 카페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커피를 마셨던 소소한 추억이 제일 크게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작은 즐거움이 모여서 좋은 여행을 만드는 것이 어닐까? 꼭 엄청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작은 기억들이 모이면 즐거운 여행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