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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 그리고 이혼전문변호사

경험한 만큼 이해하다

by 오아영 변호사


오늘 어머니뻘 되는 의뢰인께서

상담을 위해 사무실을 찾아주셨다.

그녀의 눈가와 손에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상담과 수다를 넘나드는 대화 속에서

그녀는 내게 조심스레 물었다.

"변호사님, 결혼은 하셨어요?
아이는 있으시고요?"

예전에는 미혼이라고 답하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말이 있었다.
"변호사님은 모르시겠지만요"

나를 향한 무언의 거리감.

아직 경험하지 못해 모를 것이라는 벽.

하지만 나는 이제 결혼을 했고,

한 아이의 엄마이다.


그 말을 전하자,

그녀가 조금은 안도하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이라면 내 이야기를 조금은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

결혼하고, 아이를 품고,
삶을 매만지면서 얻은 것들.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이 분명 있다.

그 모든 것들을 겪고 나니
오늘 비로소 내 말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그저 민법을 열심히 공부해 사법시험을 합격했다는 것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에,

내가 이제야 닿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엄마가 되고 나서

더 좋은 변호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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