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단 한사람'이 되어줄 수 있기를.
2017년 신규교사 발령을 받은 해는 참 어려움이 많았다.
신설유치원에 발령을 받았고, 동료 선생님들도 모두 신규교사라 업무를 배우기도 바쁘고 한 사람이 맡은 업무의 양도 과중했다. 다행히도 좋은 원감선생님을 만나서 공문작성이나 행정적 업무에서의 실수가 있을 때에도 한번도 싫은 내색 없이 친절하게 가르쳐주셨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웃으며 업무를 배울 수 있었다.
여담으로 지금은 타 지역의 원장선생님으로 근무하고 계신 나의 첫 원감선생님은 본받을 점이 굉장히 많았는데 비오는 날 우산꽂이를 내놓는다던지, 바닥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을 때 조용히 줍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었다. 아마 내가 그 장면들을 본 것도 모르실거다. 이외에도 궂은 일을 남몰래 하시고는 내색을 한번도 한적이 없으셨다.
그 해에는 유독 우리반에 힘든 아이들이 많았는데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늘 따뜻하게 내 고민을 들어주시는 원감선생님, 나를 믿고 아이들을 맡겨주신 학부모님, 동료교사들 덕분이었다. 만5세 반이였는데 아침에 교실문을 열때부터 갈등이 끊이지 않는 전쟁통같은 상황이 매일같이 지속되었다. 어떤 날은 책상을 뒤집는 아이가 있고, 어떤 날은 우유상자를 들고 던지려는 아이가 있고, 친구 얼굴을 때리는 아이가 있고... 심지어 이들은 모두 다른 아이들이였다. 가장 힘들었던 아이는 11월에 처음 만난 남자아이였는데 '줄 제대로 서자'라고 하자 '죽고 싶다'며 씩씩거리며 창문쪽으로 가서 비상구조대로 올라가려던 어린이다. 그 친구는 이후에도 친구와 발차기를 하면서 다툰적이 있는데 두 아이의 손목을 잡고 '그만해!'라고 외치는 내게 '무슨 여자가 이렇게 힘이 세'라고 말한 기억이 아직도 내 뇌리에 박혀있다.
그때는 무척 충격을 받았고, 하루하루 '오늘은 무슨일이 있을까?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으로 두려움과 무기력감에 사로잡혀 하루살이처럼 일하던 시기다. 교실에서 정신없이 아이들과 지낸 뒤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밤 10시, 11시에 퇴근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그러다 보니 수업준비도 제대로 못한 날이 많았다. 그러다가 권영애 선생님의 '그 아이만의 단 한사람'을 읽게 되었다. 그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건 '운명' 같았다. 나 못지않게 힘든 아이들을 만났으나 아이들을 믿고 변화시킨 사례를 보면서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다.
학년이 시작할 때 '제일 힘든 아이를 보내주세요'라고 기도하신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언젠가 나도 힘든 아이를 만났을 때 진심으로 사랑으로 보듬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해 졸업식은 이제껏 겪은 4번의 졸업식 중 가장 많이 울었다.
처음이라 많이 어설프고 못해준 게 많은 나의 첫 제자들에게는 지금도 미안함이 많이 남아있다.
그때 조금 더 성숙했더라면, 학급관리를 잘 했더라면, 일에 능숙했더라면 그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았을까?
다행인 것은 그때만난 학부모님들이 나를 믿어주셨다는 점이다.
문제행동을 했던 아이들의 부모님도, 피해를 본 아이의 부모님도.
그해에는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악성민원이 없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지만, 내 교직생활의 방향성을 정립하게 된 한해였다.
- 누군가에게 '단 한사람'이 되어줄 수 있기를.
- 힘든 아이를 그냥 '아이'로 바라보자.
- 문제 행동은 누구나 갖고 있다.
- 각자의 상황과 마음상태에 따라 행동이 격해지기도 하고 줄어들수도 있다.
이후로 정서지능과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