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nggsungg labnote Aug 12. 2024

연구실 선택하기 (3)

새로운 사람들의 새로운 교수님

(22년 4월에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임용된지 1년 이내의 교수님. 그러니까 신임 교수님을 윈했다. 신임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교수님 밖에 없다. 실험 기구도 없고. 연구 주제도 없고. 사수도 없고. 교수님만 있다. 실험기구랑 연구주제가 없는 얘기는 저번에 했으니까. 사람이 없는 얘기.


연구실도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다. 자유롭게 디스커션을 할 수 있는지. 퇴근할 때 눈치 주는지. 구성원들끼리 기싸움이 있는지. 등등 사람들이 같이 사는 공동체라면 어디던지 분위기가 있다. 대학원 생활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이 실험실인데 나쁜 분위기의 실험실에 입학한다? 그럼 졸업할 때까지 마음 고생만 뒤지게 하게 된다. 연구실 인턴을 미리 해볼 수 있다면 그 연구실의 분위기를 살짝 알 수 있다. 반면에 인턴을 해볼 수 없다면 분위기를 절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인턴을 못 하고 입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임 교수님 연구실은 사람이 없다. 실험실의 분위기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냥 분위기를 만들 사람이 없다. 복불복 분위기의 연구실에 가는 것보다. 제로베이스 분위기의 연구실에 가서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마음이 편하다. 그니까 새 연구실은 본인이 처음에 분위기를 조성하면 된다. 나는 꼰대가 아니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본인이 꼰대 노답 빌런이면 어쩔 수 없고...^^)


사람이 없으면 당연히 일이 많다. 그니까 일의 총량이 동일하더라도 사람수가 적으니까 한 사람당 할애되는 일이 많다. 실험도 많고. 랩 업무도 많고. 학과 업무도 많다. 그리고 연구실에 사수가 없으니까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항상 맨땅에 헤딩하면서 헛수고하고 우당탕탕 일한다. 이런 헛수고들 덕분에 일을 강제로 많이 배운다. 빠딱빠딱 잘 돌아가는 일처리를 원한다면 새 연구실은 별로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생 좀 하면서 일머리를 얻고 싶었다.


연구실에 사수가 없으면 강제로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사수가 하던 연구 주제를 그대로 받아서 연구하지 않는다. 실험 주제도. 실험실 업무도. 물어볼 사수가 없다. 그래서 처음에 들어왔을 때는 "진짜 제발 사수님 좀 있으면 좋겠다 ㅠㅠ" 하면서 엉엉 울면서 일했다. 그래도 내가 다 부딪쳐가면서 일하다 보니까 공부나 일이 머리 속에 오래 남았다.


자 그럼 사수한테 물어볼 수 없으면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는가? 새 연구실에는 아무것도 없지만 교수님만 있으니까 교수님에게 다이렉트로 물어봐야 한다. 교수님에게 다이렉트로 지도 받으면 지식의 희석이 일어나지 않는다. 세대를 내려가면서 프로토콜이 바뀌거나 생략되기도 하는데. 교수님께 바로 배우면 변형 없이 온전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학부 졸업생에게 지도받는 것보다 대학원까지 졸업한 사람에게 지도받는 게 훨씬 낫다.


연구실에는 교수님만 있어서 교수님과 어쩔 수 없이 친해진다. 같이 저녁도 자주 먹고. 같이 밤도 지새고. 같이 잡얘기도 자주 하고. 교수님과 결혼한 느낌이다. 교수님과 가까운 거리만큼 디스커션이 더 잘 되니까 학생입장에서는 학문적으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 나중에 학생들이 더 입학하면 신입생이 교수님을 볼 일도 자주 없다고 한다. 이런 면에서 신임교수님의 첫 제자가 굉장히 이점을 갖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구실 선택하기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