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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gsungg labnote Aug 12. 2024

연구실 선택하기 (4)

마지막. 합리적인 교수님

(22년 4월에 작성한 글을 기반으로 합니다.)


앞선 1, 2, 3번 글에서 언급했던 연구실 선택 이유들은 나한테만 해당한다. 그리고 그 이유들은 내가 이 연구실을 들어가겠다고 결심한 비중의 30% 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연구실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고려사항은 바로 합리적인 교수님이다.


합리적인 교수님라는 단어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있다. 실험에 대한 디스커션을 좋은 퀄리티로 자주 한다. 선배 대학원생으로서의 조언을 제공한다. 비이성적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 대학원생에게 부당한 업무를 시키지 않는다. 이런 요소들이 합리적인 교수님을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교수님이 합리적인 사람인지 어떻게 아는가?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소문으로는 일을 엄청 많이 시킨다고 하는 교수님이 있다고 하자. 근데 사실은 교수의 지도가 학생에게 잘 맞아서 학생이 자의적으로 일을 많이 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겉으로 보기에는 교수가 학생에게 일을 많이 시킨다고 보일 수도 있다. 이번에는 반대로 교수가 인자하다고 소문난 연구실도 있다고 하자. 근데 알고보니 교수가 방목형으로 지도해서 학생은 배우는 게 딱히 없을 수도 있다. 자기가 어떤 교수랑 맞는지는 소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직접 교수와 얘기하고 지도받아봐야 안다. 그래서 가고픈 연구실이 있다면 꼭 인턴이나 로테이션을 경험해서 교수의 지도방식이 합리적인지 알아봐야 한다.


내가 신임 교수님을 고른 이유는 이 이유와도 연관된다. 신임 교수님은 연구실을 키워야 한다. 사람이 들어오게 하려면 우연히 들어온 학생들에게 좋은 지도를 해야 한다. 새로운 연구실에는 돈도 없고. 실적도 없고. 인맥도 없고. 솔직히 말해서 신입생들에게 딱히 내세울 게 없다. 정말 미친듯한 실력자가 아닌 이상 신임 교수님은 연구 지도를 잘 해야 학생이 입학한다.


신임 교수님은 나이가 어리다. 그만큼 나와 세대차이가 덜 나고 가치관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신임 교수님들은 요즘 학생들한테 차별적인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대학원생들이 phdkim 으로 정보를 알아본다는 것도 알고. 사회적으로 꼰대는 다들 싫어한다는 것도 안다.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면 대학원 때의 연구 주제는 크게 중요치 않다. 진짜 연구는 대학원 졸업 후에 이뤄진다. 대학원은 어떻게 연구를 하는지를 배우는 곳이다. 지도교수의 실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학생이 그 지도교수의 실력을 그대로 배울 수 없으면 말짱 꽝이다. 지도교수가 선생으로서 학생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좋은 컨텐츠를 가르쳐야 한다. 대학원생은 연구방법에 대한 지도를 잘 받을 수 있는 연구실에 가야 한다.

학생은 교수가 아닌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


지금은 지도교수님과 5년째 지지고 볶고 싸우고 혼나고 붙어있다. 아직도 교수님이 합리적이고 좋은 교수님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물론 우리 교수님에게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단점을 덮을만큼 장점이 좋으신 분이다. 혼날 때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혼나고. 여러 행정적인 일들도 다 납득이 가는 일들이기도 하다. 논리를 우선적으로 하지만, 감정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고 지도해주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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