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이유를 말하게 하자
다른 이의 마음을 여는 방법
나는 의사다
쉽게 말하면 파업 중인 의사이고,
올해 나는 그토록 경멸하던 정신과 환자가 되었다
"내가 힘들다"라고 직접 입밖에 말하기 전까지 보통은 내가 우울하다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유는 다양할 수가 있는데
첫째, 자존심의 문제
본능적으로 인간은 ego가 있고 이는 본인이 감정을 대처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마련이다 약해보이기 싫다는 것이다
아무리 개방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사람들은 대부분 자존심때문에 정신과에 가기 힘들어 한다
둘째, 관성이 있기 때문에
정신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 한번에 생긴다기보다 스며들게 된다
어떤 환경으로부터, 어떤 사람으로부터 차근차근 우울한 감정의 그라데이션이 만들어진다
그것이 처음에는 미래에 대한 안절부절, 즉 불안에서 시작될 수 있고,
혹은 학습된 무기력에서 오는 가벼운 경도우울에서부터 출발할 수도 있다
시작지점을 알 수도 없게 시작되기 때문에 어제와 비슷한 내가 그리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셋째, 이유가 특정되지 않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들의 대부분은 사소한 인간관계에서부터 증상이 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보통은 본인보다 사회적(가정, 직장, 연인, 친구관계 속에서)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그와 더불어 본인의 환경(경제 지위 외모 혹은 어떤 것이든)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부차적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본인의 문제를 이토록 나열하여 한꺼번에 분석할 수 있는 멘탈의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담으로 말하자면
의학적으로,: 수 개월 이내의 특정 사건으로 인해 불안, 우울이 생겼을 경우
(쉽게 말해 정신적 문제의 원인을 어떠한 환경 변화 때문이라고 특정할 수 있는 경우)
환자의 예후를 좋게 본다
왜냐면 이유를 알면 그만큼 벗어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약물치료, 상담 등 적극적 치료를 통해 만성적인 우울감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당부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울한 사람들은 감정을 회피할게 아니라
원인이 무엇인가? 를 상당히 골똘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유를 알아야 피할 수 있는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설령 해결책이 없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우울의 원인은 다양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나라도 해결한다면 조금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사람이든 환경이든 나를 힘들게 한다면 피하면 된다
피하거나 극복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이나 약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도 있다
(약 중독으로 간다고하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어디까지나 치료적 용도의 용량을 지켜야한다)
그것도 부담스럽다면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친한 친구에게 연락해 만나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 뭐가 힘드냐고 한번 물어보자
막말로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어떤 대답을 준다면 그걸 자세히 물어보자
언제부터?어떤 사건으로 인해?
누구 때문에?어떤 말을 했길래?
예전에도 그랬어? 그때 기분은 어땠어?
지금은 좀 나아졌어?
이런 식으로 하루만큼은 물음표 살인마가 돼보고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한번 해주자
눈치가 빠르거나 외향적인 친구라면
너는 힘든거 없어? 하고 바로 물어볼 것이다
그럼 물어보는대로 대답해보면 된다
사실 생각만 하는 것보다 입밖으로 내뱉는게 생각정리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고.
나는 실제로 생각정리를 위해 혼잣말도 많이 하는 편이다
바로 물어봐주지 않는다면
솔직하게 말하면 된다
나도 사실 힘든 것 있다고. 이러저러해서 힘들다고.
오래된 친구라면 그정도의 감정교류면 충분하다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더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만줘도 혹은 가벼운 공감만 받는다 하더라도 얻는 것이 매우 많다
얻는 것은 바로 '나를 궁금해해주고, 내 말을 끝까지 잘들어 주는 거울같은 친구'이다
감히 말하자면 약보다 의사보다 더 나을 수 있다
나를 오랫동안 봐주었던 친구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