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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Dec 13. 2023

일본 최초의 임팩트 IPO와 관계인구

커뮤니티를 통한 혁신 5

그림  다카하시 히로유키    (아메카제타이요 홈페이지   https://ame-kaze-taiyo.jp/)

“음식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됨으로써 서로의 필요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돕는 관계성이 (음식의 연결을 통해) 잘 순환될 수 있는 것입니다.”    다카하시 히로유키_주식회사 아메카제타이요(雨風太陽) 대표 



NPO 스타트업이 도쿄증시에 상장되다


얼마 전 유명 경제지인 ‘Forbes(포브스)’에 다카하시 히로유키 씨가 등장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도호쿠 타베루(먹는) 통신’(이하 타베루 통신)을 만든 주인공입니다. ‘타베루 통신’은 다카하시 씨가 동일본대지진 이후 도시 사람들이 지역에 방문해 지역을 돕는 모습을 보며 ‘지역과 도시의 교류가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만든 잡지입니다. 그가 생각한 도시와 지역을 이어주는 매개는 ‘음식’이었습니다. ‘타베루 통신’은 매달 지역의 대표적인 식재료 하나를 주제 삼아 그 식재료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들을 담아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잡지를 구매하면 그 식재료를 부록으로 제공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잡지 구독자가 지역과 음식에 대한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배달된 식재료로 요리도 해 먹으니 오감을 통해 지역과 교감하며 뜻깊은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림  ‘타베루통신’과 배송되는 식재료 내용    (출처 : 타베루 통신 https://taberu.me/)


이렇게 ‘타베루 통신’이 만들어진지도 벌써 10년. 다카하시 씨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 결실이 이번 ‘Forbes’지에 실린 소식이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포켓 마르쉐 운영하는 아메카제타이요의 일본 최초 ’ 임팩트 IPO‘가 일본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까 ‘였습니다. 



일본 최초 ’ 임팩트 IPO‘


임팩트 IPO는 우리에게 낯선 용어입니다. 일본에서도 최초라고 하니까요. 일반적으로 IPO는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기 위한 정보공개 절차’로 증권거래소가 요구하는 조건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경영과 재무상의 정보가 IPO의 중요한 조건이지요. 하지만 임팩트 IPO는 단지 재무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인 성과 또한 기업의 가치에 반영해 상장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재무적인 가치만을 중시했던 기업의 목표가 사회적 가치도 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는 있지만 사회적 가치를 증권시장에서 인정받아 ‘임팩트 IPO’가 탄생한 것은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카하시 씨의 ‘아메카제타이요’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며, 어떤 사회적 가치 만들어냈기에 이를 인정받으면서 상장까지 이뤄낼 수 있었을까요? 다시 시간을 돌려 ‘타베루 통신’이 만들어진 시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카하시 씨는 지역의 식재료 생산자와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정보로 연결하는 것이 지역에서 쇠퇴하고 있는 1차 산업을 활성화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차 산업을 활성화하는 기존의 해법은 농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효율을 해결하기 위해 대량화, 기계화하는 것이었지만 다카하시 씨는 그것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본래 생명은 인간의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효율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만들기’와 ‘먹기’가 연결되는 커뮤니티,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지지하는 관계망의 형성을 그 해법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관계인구’를 통해 만드는 임팩트


그가 생각한 지지의 관계망이 구체화된 것이 ‘관계인구’ 개념입니다. ‘관계인구’는 다카하시 씨가 제안한 개념입니다. ‘이주를 통해 정착한 인구도 아니고 관광을 위해 들른 교류 인구도 아닌 지역사회와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국가단위의 자연 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 단위에서 이주를 통해 인구를 증가시키는 노력은 고정된 전체 인구를 놓고 벌이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시로만 인구가 집중되어 농촌의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지역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습니다. 정주인구를 늘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관계인구를 늘려나가는 것은 이러한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꼭 지역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그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사회, 경제적으로 지역에 기여하는 인구를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여러 지역의 관계인구가 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다카하시 씨는 보다 전방위적인 연결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역에서 타베루 통신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는 ‘일본 타베루 통신 연맹’이라는 사단법인으로 발전하여, 일본 30개 지역이 참여하는 전역의 활동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정된 지면의 양, 발간 주기 등에 제약이 있는 소식지의 한계를 극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이번에는 비영리 단체가 아닌 주식회사인 ‘아메카제타이요’를 만들고 ‘포켓 마르쉐’라는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그가 생각한 1차 생산 쇠퇴의 사회적 문제를 보다 빠르게 해결하고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포켓 마르쉐’는 전국의 농가, 어부의 제철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써 ‘타베루 통신’이 한 달에 한 번 할 수 있던 연결을 실시간, 상시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그림  ‘포켓 마르쉐’ (출처 : 포켓마르쉐 홈페이지 https://poke-m.com )


‘포켓 마르쉐’가 서비스적으로 성장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습니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포켓 마르쉐’는 2020년 기준 2,300명의 농어민이 등록되어 있었고 사용자는 10만 명이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현재는 약 7,900명의 생산자가 연결되어 있고 사용하는 소비자는 70만 명에 이릅니다. 매년 50% 이상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증가가 가능했던 이유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5670(코로나 제로: 일어로 567이 코로나 발음과 유사)’프로젝트입니다. 


코로나로 인해 식당들이 문을 닫자 일본 미에현의 어부 하시모토 준 씨가 기르던 참돔의 판로가 막혀버렸습니다. ‘포켓 마르쉐’는 이러한 소식을 전하며 이 참돔을 중개해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참돔은 날개 돋친 듯이 판매되었고 생산자인 다카하시 씨가 시장에 출하하는 것보다도 비싼 가격으로 제값을 받고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라는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노력 속에 지역의 식재료가 가정으로 바로 배송되자 사람들은 지역과 도시와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참돔을 생산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나중에 코로나가 종식되면 이곳에 가서 더 신선한 식재료를 체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자신이 구매한 식재료를 생산한 지역에 방문해보고 싶다’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한 사람이 71.3%였습니다. 


‘포켓 마르쉐’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메카제타이요’는 이러한 영향을 수치화해서 임팩트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대면 거래(직거래) 유통량

생산자와 소비자 간 소통 횟수

도시의 거주자가 생산지에서 보낸 체류 일 수


역시 눈길을 끄는 것은 3번 항목인 ‘도시의 거주자가 생산지에서 보낸 체류 일’ 부분입니다. 2022년 ‘아메카제타이요’가 발간한 임팩트 리포트에 따르면 도시인들이 지역에 체류한 기간이 2,631일로 집계되었습니다. ‘아메카제타이요’는 이를 위해 부모와 어린이가 지역에서 체류하며 낚시, 농사, 산과 들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오야코 지방유학’이라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워케이션’과 ‘돌봄’이 결합되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9:00부터 17:00까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를 돌봐 주고 밭에 데리고 나간다.’니 따로 휴가를 내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적 체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메카제타이요’는 2050년까지 일본 인구의 20%가 지역의 관계인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위에서 제시한 임팩트 지표를 회사의 이윤과 동일한 가치로 추구하고 이 목표를 위해서는 발생할 수 있는 이윤의 감소도 감수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증시에 상장이 된 이상 주주들이 이 임팩트를 이윤만큼 중요하게 생각해 줄 것인가는 알 수 없습니다. 최악의 경우 경제적 이윤을 우선시하는 주주들에 의해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두려워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다카하시 씨의 생각입니다 

“사회이슈는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오는 회사가 늘어날수록 좁은 길을 더 넓어질 것입니다. 언젠가는 이것이 미래세대의 규범이 되어 사회가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Forbes지의 다카하시 씨 인터뷰 중) 


과연 그의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가 걸어온 10년만큼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됩니다. 


참고   

Forbe 지 기사 : https://news.yahoo.co.jp/articles/70f2244ca33f6047965322f2f52797110d2ef9b0?page=1

아메카제타이요 홈페이지 : https://ame-kaze-taiyo.jp/impact/

아메카제타이요 임팩트 리포트 : https://ame-kaze-taiyo.jp/wp-content/uploads/2023/11/2310_amekazetaiyo.pdf 

타베루 통신 홈페이지 : https://taberu.me/

포켓 마르쉐 홈페이지 : https://poke-m.com

다카하시 히로유키 인터뷰 : https://diamond.jp/articles/-/238310?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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