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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오늘을 스스로 만드는 학교

밀양은대학

by 하진 Jan 21. 2025

"원하는 오늘을 스스로 만들자"


이 한 문장은 2024년 밀양은대학을 소개하며 내세운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단 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 뒤에는 조금 깊은 고민과 기획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지역에서의 배움과 성장에 대한 질문


배움과 성장은 인간의 본질적 욕구이자 필요입니다. 그런데 이 보편적 필요가 '지역'이라는 맥락과 만날 때 고민해야 할 것이 따로 있을까요. 단지 물리적 결합이 아닌 본질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화학적 결합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이런 질문을 '밀양'이라는 구체적 공간에서 고민해 본 결과가 '밀양은대학'이라는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히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주제를 밀양이라는 공간으로 옮겨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인가? 우리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기획을 다듬어 나갔습니다. 


이미 지역에는 넘치도록 많은 다양한 교육들이 제공되고 있었기에, '틀 밖에서 사고하라(Out of Box)'는 흔한 기획의 원칙처럼, 지역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야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 밀양에 이주한 사람들로 구성된 우리 팀이 가진 장점이 있었습니다. 밀양이라는 지역에서 이주자의 불안정한 시선은 때로 기존 방식으로는 보이지 않던 문제를 떠오르게 했습니다. 연구자처럼 지역을 응시하며 사람들의 행동과 상황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통한 질문을 통해 밀양 사람들이 겪고 있는 각기 다른 삶의 유형을 정리하기 시작했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 지역에서 삶의 지속가능성

- 스스로 만족하는 성장(가능성) 


이 기준은 우리가 이 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변화의 방향성이기도 했습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지역에서 삶의 세 가지 패턴


위의 두 요소를 기준으로 지역에서 만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의 어려움을  크게 세 가지 패턴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떠남’의 메커니즘 :  지역에서 자신답게 살고자 하지만, 적절한 배움이나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해 결국 이를 찾아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떠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이동은 처음에는 단기적일 수 있지만, 반복되고 지속되면서 지역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안주’의 메커니즘 : 지역에서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갖추고 적절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새로운 자극이나 교류의 기회가 부족해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문제 해결에 있어 기존의 방식만 반복되며, 충분한 자극과 교류가 없다면 자신의 틀을 넘어 문제를 바라보는 메타적 사고도 제한됩니다.


    ‘고립’의 메커니즘 :  지역이 일종의 낙인처럼 여겨져 ‘언젠가는 떠나야 할 곳’이라는 인식 속에서 살아가거나, 대도시와 지역을 비교하며 낮은 삶의 만족도로 머물러 있는 상황을 말합니다. 이로 인해 무력감이 커지고, 지역에 남기를 선택했거나 선택하지 못한 이들에게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게 됩니다.


밀양은대학의 역할


‘밀양은대학’은 위 세 가지 메커니즘을 끊어내고자 합니다.

지역에서의 삶을 누리고, 장기적으로 꿈꾸며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죠.

이것을 위 메커니즘 중에 하나로 표현하면 지역에서의 삶을 즐기고 누리는 향유의 과정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향유의 기반조성 : ‘밀양은대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지역과 연결시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학습, 관계, 계기를 제공해 배움과 성장을 함께 만들어나가려 함


물론 우리는 단지 교육만으로 이러한 변화를 약속할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 ‘대학’이라는 공간의 주요 기능은 학문을 발전시키는 것이긴 하지만 '밀양은대학'에서 더 중요한 가치는 이곳을 매개로 만날 사람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밀양은대학은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곳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함께 성장하는 관계가 중심이 됩니다. 교육은 도구로서 이곳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촉매입니다.


각자가 ‘원하는 오늘’을 만들어가기 위해 이곳에 오지만, 결국 우리는 ‘서로의 원하는 오늘’을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가 될 것입니다. 다시 그 커뮤니티가 만들어내는 연결과 변화는 지역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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