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밀양이 아름다워지는 계절이다. 피었다지는 꽃, 강을 따라 부는 바람, 그 위로 부서지는 햇살. 해질녘 아래부터 붉게 물들어 검게 스러지는 석양 같은 것들을 배경으로 달리는 일은 적잖이 많은 고민들을 잊게 해준다.
3월에는 다시 찾아온 축농증에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 덕에 먹는것을 많이 조절할 수 있었다. 혼 술 같은거 안하고, 야식도 좀 줄이고. 건강을 의식했다.
밀양에서 더 일하게 되면서 마치 회귀물의 주인공 처럼 인생 2회차 같은 것을 맞이한 것 같은 기분이 한 일주일 정도 지속되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니 나는 그저 나인것을 깨달았지만.
24년의 사업이 늦게 마무리된 탓에 25년도 잰걸음으로 바로 기획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새로운 것을 더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무엇을 쥐고, 무엇을 놓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연속 인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쥐기는 쉬운데 놓기는 어려운 것은 왜 때문이지. 누가 상주나. 말은 이렇게 하면서 뭔가 새롭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어서. 생각만 한 가득이다. 상황을 개척하든 상황에 적응하든 언젠가는 결론이 나겠지.
그 와중에 일본에서 온 메일이 우리를 놀라게했다. 체크인밀양의 다랑논을 가꾸는 농부 김진한 대표님의 인터뷰 글을 보고 일본의 고등학생이 메일을 보냈다. 자신도 일본에서 다랑논을 지키는 일을 하고 싶은데 정보를 찾다가 인터뷰를 보고 한국에까지 연락을 취한것이다.
김 대표님은 '농업은 일본이 발달해 있는데 왜 한국에 연락을..'이라고 하셨지만. 니시모토상은 다 이유가 있었다. 여튼 몇 통의 메일이 오가는 와중에. 이런 생각을 이렇게 표현하는 고등학생이! 라며 모두 감탄. 새삼 구글과 아마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은 번역 등의 기술이 이런 연결도 가능하게 하는 구나 하는 생각도.
여담이지만 체크인밀양 기사 중에 김진한 대표님의 다랑논 기사는 단연 조회수가 가장 높은 인터뷰다. 사람들의 관심은 어디를 향해있는지 밀양의 매력을 무엇으로 소개해야하는지 혹은 다랑논 같은 좁지만 확실한 관심자를 키워드가 가진 흡입력 같은 것을 수치로 확인하게 된다. 앞으로 체크인 밀양도 다시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실질적인 관계안내 프로그램의 실행도 준비하고 있다.
3월은 이 다정한 편지가 나를 살렸다고 할 것 같다. 생각이 복잡하지만 이런 일이 이유가 되는. 어쩌면 단순한 사람이 나인듯. 그러니 이런 일을 이리 오래하지.
3월은 밀양은대학 책자 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고, 많이 공을 들였는데. 이제 디자인에 들어가서, 인쇄된다면 실물이 어떨지. 각 학과별로 한 권씩 5권에 전체 소개 1권 총 6권을 분권해서 만들자고 한 이후 부터 이 고생은 예약된 것이었나. 다른 필요 보다도 각 권이 학과를 운영한 파트너들에게 마치 포트폴리오 같은 책이 되었으면 했다. 딱 얇게 공책만한 그것만 들고 다녀도 자기 프로그램 소개가 될만한. 그냥 그런 최종 결과물의 상이 과정을 이끌 때가 있다.
최근에는 공익연구센터 블루닷이 다른 지역 기관에서 '변화를 만드는 지도과정'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너무 너무 기쁜 성과. 멋지구나.
여튼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건 기록,기록. 밀양은대학 결과물 중에 가장 자랑 스러운것을 꼽으라면 나는 노션페이지를 꼽겠다. 파트너들에게 학과운영중에도 꼬박꼬박..3편씩의 기록물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초원이 정말 정말 많이 고생했다. 우리는 약속된 콘텐츠를 받는 건데.. 이렇게 힘들일인가 싶었다.
그래도 이런 활동이 무엇을 남길까. 우선은 사람이겠지만 무엇보다도 기록이다. 레퍼런스가 되어야한다. 누군가 갖다 쓸 수 있어야한다. 물론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근데. 사업이 마음에 안든다고요..?(읍읍... 이건 고양이가 친겁니다...)
엊그제는 챗지피랑 한 세시간 떠들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 책이란것 진짜 써볼 수도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썼던 글들을 주고 그것에 대한 내 생각, 던지고 싶은 화두, 우려지점 이런 것을 주고 받으면서 구성이 정말 탄탄해 지는 것을 느꼈는데.. 안될것 있나..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