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에 사람들이 긴글을 가장 많이 쓰는 시기인것 같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개표는 밀양에서 혼자 봤다. 결과는 예측가능했지만 막상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니 긴장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 하듯 결과적으로 세부적인 지표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계속 하는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의 핵심화두가 '분배'에서 '인정'으로 넘어온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남성 유권자에 대한 논의도 그렇고. 4050세대가 이번 선거에서 '정치적 존재감'을 인정받고자 하는 장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더 강해졌다. SNS에서 돌아다니는 20대 여성유권자, 4050세대 투표 경향에 대한 상찬을 보며 좀 입맛이 쓰다.
경제가 문제라고는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경제가 전면에 내세워진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양극화가 만들어낸 세상의 풍경은 '경제문제'라고 퉁치기 어렵다. 누군가는 삶이 벼랑끝이지만 누군가는 '내가 어렵다는 것을 좀 인정해 달라'라고 말하는 것 처럼 들렸다. 이 둘을 대변하는 방법이 같을 수도, 단순할 수도 없다.
기후위기 의제도 마찬가지다. 현대사회의 복잡성과 교차성은 더 이상 '진보', '보수'의 틀로 일관된 판단을 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 결대로 모든 것을 쪼개버리면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특히 투표제도 아래서는 필패다. 선명도도 해상도도 낮아질 수 밖에.
그래서 진보정치도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을것 같다. 멀리서 바라보며 이번 선거가 진보 정치에게 던진 질문은 '우리를 인정하라'가 아니라 '우리는 우리와 생각이 다른 타자를 어떻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인정하는 모습이 맞을까, 인정하는 모습을 어떻게가 맞을까..)
불평등하지만 혐오의 언어, 광대놀음처럼 보이는 극우의 퍼포먼스에게 조차 진보는 '응답가능한 정치적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혐오를 인정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타자로서 배제하지는 않고 그들을 위한 고민도 기꺼이 함께 할 수 있다는 '인정'의 방식이 중요해진듯 하다. (대중도 미디어도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데 우리가 누구를 뭘 인정하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정치적 평가와는 별개로 2010년대가 진보의제가 가장 전면에 내세워 졌던 시대로 추억처럼 기억되는 것은아닐까 라는 불길한 생각이든다. 이제는 시간이 갈 수록 더 보수화될 일만 남은건 아닌지. 그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최근 유럽의 모습을 보면 따라야 할 모델 같은 건 없고 각자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