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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함을 앞에 두세요

by 하진

이성복 시인의 시론집 <불화하는 말들>을 좋아한다.

시론이지만 창작론이고 동시에 삶의 태도에 대한 글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항상 막막함을 앞에 두세요’라는 말을 좋아한다.


“항상 막막함을 앞에다 두세요

그러면 바르게 판단하고, 바르게 쓸 수 있어요.”


막막함의 막은 사막의 막漠 ‘넓을 막’이란 한자다.

그는 씨앗의 성장을 두고 막막함을 상상해 보라 한다.

막막함은 시작도, 끝도 막막한 것

그러나 막막함이 글에 생명을 주고

글 쓰는 사람을 정화시킨다고 한다.


기획도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항상 막막함을 앞에 두고 생각해야.

바르게 판단하고, 치우치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막막함은 자신 없음이지만 자신 없음과 같지는 않다.

눈앞을 가로막는 현실에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넓어서 펼쳐져있는 지평선으로 시선을 옮기는 일이다.


능숙하다고 잰 체하지 않고

안다고 생각하고 만족하지 않고

남처럼 되려고, 남 같지 않다고 비교하지 않고

막막함으로 중심을 잡는 일이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팀의 일 년의 활동을 결정할 중요한 세 개의 사업이 연달아 론칭되는 시기라 한층 예민해져 있다. 잘 준비가 되었는지, 무엇이 더 필요한지. 챙겨야 할 것들이 몰려온다. 이때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이미 잘 안다는 생각, 헛된 목표, 사업을 바라보는 과장된 시선 같은 것은 없었는지. 언어와 가치를 다듬는 일들을 마지막으로 챙긴다.


그리고 마지막에 글 쓰는 사람이 글로 정화되듯

우리도 일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존재가 되어가길 바란다.

글이 쓰는 이를 치유하는 힘이 있듯 우리의 일들이 삶과 일의 사이에서 존재가 괴리되지 않는 그런 일이고 일터이길.


오늘 밀양은대학의 파트너 킥오프모임, 커뮤니티랩, 밀양 스테이 론칭 준비를 하는 하루를 보내고

밀양 가는 KTX안에서.. 오늘 하루를 되돌아봅니다..

일터의 동료들에게도,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에게도 그런 동료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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