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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HI Nov 01. 2024

조치원

REJUVENATION - 단편집 미히버스(MIHIVERSE) 수록작

“선생님, 이거 보세요.”


그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 시우, 아이돌이네.“


선생님의 칭찬에, 시우는 까르르 웃었다.


옆에 있던 여자가 말했다.


“선생님, 저 화장 잘 하죠?”


선생님이 말했다.


“우리 지우, 립스틱이 잘 먹었네.“


지우는 기분 좋아하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 때, 동료 선생님이 그녀를 찾아왔다.


“저, 입학 상담하러 오신 분이 계세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원장실로 향했다.


원장실에는 세 젊어보이는 남녀가 앉아있었다.


”입학하려고 하는 원생이 누구죠?“


그녀가 물었다.


“이쪽이에요.”


오른쪽에 앉은 여자가 가운데 앉은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입학하려고 하는 원생 나이가 어떻게 되죠?”


그녀가 물었다.


“248세입니다.”


가장 왼쪽에 앉은 남자가 말했다.


가운데 앉은 남자는 주머니에 손을 가져가,


막대사탕을 하나 꺼냈다.


남자는 껍질을 벗기고, 막대사탕을 입에 물었다.


“죄송하지만, 아직 나이가 젊으시네요. 저희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으세요.“


그녀가 말했다.


”요즘 양로원 입학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요?”


왼쪽의 남자가 물었다.


가운데 앉은 남자는 이제 뒤를 돌아 알록달록한 벽의 무늬를 신기하다는듯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저희는 양로원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조치원(祖稚園)이라는 말을 사용하죠. 입학 나이는 255세부터 257세까지이고, 나이별로 반을 나눠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정신 퇴행이 시작되셨어요. 병원에서 그러더군요, 뇌에 더이상 기억이 저장되지 않고, 있던 기억들이 삭제되는 퇴행기가 시작되었다고요. 그래서 아버지를 전문 시설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른쪽의 여성이 말했다.


“네, 저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원생을 맡아드리고 있지요. 근처 어르신집을 한번 찾아가면 좋을거에요, 입학 가능한 연령이 더 낮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가운데 앉은 남자는 불안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리를 떨기 시작했다.


자신이 입학 퇴짜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 했다.


그녀는 컵에 투명한 액체를 가득 채워 가운데 앉은 남자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오렌지맛 보드카야,”


그녀가 덧붙였다.


“불안한 기분을 잠재워줄거야.“


가운데 남자는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내려놓고,


컵을 들이켰다.


“캬, 맛있다.“


가운데 남자가 컵을 다 비우고 내려놓았다.


”아빠, 선생님한테 감사하다고 해야지.“


오른쪽 여자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가운데 남자가 말했다.


부부와 어린 아버지는 손을 잡고 원장실을 나갔다.


그녀도 원장실을 나와 교실로 향했다.


2025년, 신체를 젊게 유지시키는 의학 기술의 발견으로, 사람들은 모두 젊게 오래 살았다.


그 한계가 드러난 것은 그로부터 150년 뒤,


2175년, 인간의 뇌 용량을 모두 사용해 정신 퇴행이 일어나는 최초의 사례가 보고되었을 때였다.


그 이후로 나이가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조치원들이 생겨났다.


교실에서는 여전히 재롱잔치가 진행 중이었다.


한 남자가 랩을 뱉고 있었다.


“우리 은우, 여전히 랩 잘하네.“


동료 선생님이 박수를 치며 은우의 랩을 듣고 있었다.


”은우가 유명한 래퍼였다고 하던가요?“


그녀가 동료 선생님한테 말했다.


”맞아요, A.K.A. 말라리아였죠,”


동료 선생님이 덧붙였다.


“은우는 가장 나이가 많은 반에 속해있지만, 정신 연령은 가장 나이가 낮은 반 수준으로 높은 편이에요. 꾸준히 가사를 외웠던게 뇌 건강에 좋았었나봐요.“


그녀는 오늘 가장 나이가 많은 반의 한 보호자가 방문할 계획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은우 보호자분들이 오늘 오신다고 했었나요?“


그녀가 물었다.


”아니에요, 오늘 오신다고 했던 보호자는 지우네 따님이랑 아드님이셨어요.“


동료 선생님이 말했다.


마침 조치원 문이 열리며, 두 남녀가 들어왔다.


지우가 달려나가 두 남녀에게 안겼다.


”선생님, 저희 결정했어요.“


여자가 말했다.


”뇌를 포맷하기로요, 무의식과 기본적인 의식 체계만 유지한 상태로, 모든 기억을 삭제하면,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하겠지만, 혈육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지는 남아있다고 하더라구요.“


기존의 기억과 새로운 기억이 충돌하여 삭제되는 나이, 255세.


끝없은 기억 퇴행을 막기 위해서는 뇌를 포맷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지우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다시 결혼을 하고, 다시 직업을 갖고, 언젠가는 다시 조치원으로 돌아올 것이다.



작가의 말


우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의 속도를 감지하지 못하지만, 그 속에서도 삶은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시간이 지나도 남는 건, 결국 우리를 이어주는 무의식적인 끈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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