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 중편집 미히버시티(MIHIVERSITY) 수록작
남자는 멀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그는 내게 물었다.
“어르신을 모시고 장거리 여행이 불편하지는 않으실까요?”
나는 대답했다.
“전혀요. 맡겨만 주신다면, 저희 어머니처럼 대할거에요.”
그는 곰곰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했다.
“이번 여행은 오로지 어머니 마음에 따라 진행되었으면 해요. 어머니가 평생을 기다리던 여행이거든요. 본인의 역할은 어머니를 옆에서 잘 지켜보고, 원하는 것을 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거에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어머님의 마음을 첫번째로, 명심하겠습니다.”
그는 나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더니 어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영어는 어느정도 하실 수 있다고 쓰여있고, 혹시 프랑스어나 독일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는요? 그게 스위스의 공식 언어 4가지거든요.“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영어 외에는 할 줄 모릅니다. 그래도 휴대폰 번역 앱이 있으니까...”
그가 나의 말을 잘랐다.
“아 괜찮습니다. 해외 여행 경험은요?”
나는 몇 나라를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4개국정도 다녀왔습니다. 그 중 한번은 한 달 정도였어요.“
그가 재촉하듯 물었다.
”유럽은 방문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북유럽쪽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위스는 처음입니다.“
그는 만족스럽게 두 손을 비볐다.
”그렇다면, 여행 일정은 10일 뒤, 괜찮으신가요? 아무래도 급구라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은 대학교 방학이라 괜찮습니다.“
그는 품에서 스위스 지도를 꺼내고 한 지점을 가리켰다.
“네, 그럼 비행기표를 두 매 예매해주세요. 그리고 이 곳을 중심으로 여행코스를 한 번 만들어 주시고요. 물론, 그 곳에 도착해서 어머님께서 바꾸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밑그림이라는 건 필요하니까요.“
우리는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선수금이 입금되었다.
나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낯선 나라에서의 여정이, 두 사람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