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 - 중편집 미히버시티(MIHIVERSITY) 수록작
공항에서 만난 할머니는 얼굴에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있었다. 머리는 갈색빛의 짧은 단발이었는데, 풍성하고 윤이 흘렀다.
그녀는 가죽자켓을 입고 있었고, 새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젊게 사시는 분이구나.’
나는 생각했다.
“반가워요.”
그녀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여행이 기쁜지, 소녀처럼 웃었다.
“아들에게 전해받았는데, 첫 여행지가 산이라죠?”
그녀가 물었다.
“네, 산악 열차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 다음에는..”
나의 말을 그녀가 잘라먹었다.
“훌륭하네요, 여행이 참 기대돼요. 아들도 왔으면 좋을텐데, 회사에서 요즘 맡은 일이 바쁘다네요.”
나는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스위스 여행이라니,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잖아요.”
어느새 할머니는 약을 꺼내 먹고 있었다.
“무슨 약인가요?”
내가 물었다.
“비타민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곤히 잠들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그 땀을 닦아주다가 깜짝 놀랐다.
선크림이 지워진 것이다.
‘얼굴에 뭔가를 갖다대면 안되겠어.“
내가 생각했다.
비행기는 먼 유럽으로 향했다.
그 밤의 한 가운데, 나는 새삼스레 이 여행의 목적을 떠올렸다.
‘돈을 버는 것.’
그 것만이었다.
작가의 말
때론 단순한 이유로 시작된 여정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의 문을 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