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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0 장. 서문

인공지능 시대에 왜 지혜가 필요한가에 대한 고찰의 시작점

by DRTK


이 책의 시작은 어떻게든 두려움을 극복해 보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대는 급변하고 있는데 나는 도태되고 있는 것 같은 불안감과 초조함, 그런 복잡하지만 누구에게도 솔직하게 털어놓지도 못하는 오십대 중년가장의 답답함에서 생겨난 조금은 위험한 상상들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나의 생을 마감하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이 생각의 시작이 “내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기고 싶은 것, 남겨야 하는 것”으로 다가오자, 가장 간절하게 떠오른 존재는 내 딸과 아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가 없는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무언가를 남겨야겠다는 결심에 이르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모든 부모의 마음이 비슷할 것이다. 물론 이 가설은 지극히 정상적이며 인류 보편적 기준을 가진 부모의 마음을 전제로 한 이야기다. 자녀를 향한 소원 한 가지를 물어본다면, 대부분이 “자녀가 정상적으로 잘 성장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답할 것이다. 이를 두고 “행복 추구라는 보편적 삶의 이상형을 배웠기에 그렇다.”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형태든 불행하지 않고 평범하게라도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지천명을 넘긴 한 아비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삶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만 가득 채워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그렇지 못한 순간보다 조금이라도 많기를 바라는 것이 대부분 보통 사람들의 바람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삶을 살아본 뒤 부모가 된 사람들은, 경험적으로 “행복한 순간이 단 1%라도 많아야 삶을 살아가는 힘을 계속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행복의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현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복의 기본 요건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사회활동과 자아실현, 그리고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직업이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소양과 기술을 익혀 잘 적응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며 잘 살아간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낙오되어, 생각보다 훨씬 끔찍한 불행을 겪은 채 삶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곧 헤어 나오기 어려운 ‘가난’이라는 불행을 자녀에게까지 대물림할 가능성을 의미하기에, 시대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나의 두려움, 불안감과 초조함의 출발점은 인공지능의 시대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과는 완전하게 다른 세상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너무도 빠르게 진행되어, 제대로 인지도 하지 못한 사이에 2025년 현재를 기준으로 이미 우리는 인공지능의 새대로 접어들었다. 일부 사람들은 이 인공지능의 발전이나 트렌드가 어느 순간 멈춰 정체기에 접어들 것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 변화의 물결이 인류가 경험했던 그 어떤 혁신의 흐름보다 더 거세게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발을 디딘 것일까? 어떤 세상을 살게 될 것인가? 인공지능의 시대를 연구해 보며 나의 두려움과 불안감은 더 커져만 갔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감보다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불확실성들에 대한 발견은 나의 걱정을 더 많이 만들고 있었다.


인류의 문명과 사회는 지식, 기술, 프로세스, 노하우 등의 발견이나 발명을 기반으로 하는 ‘이노베이션 플랫폼(innovation platform)’의 등장으로 대변혁을 겪어왔다. 한국에서는 혁신으로 번역된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현대 사회와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다양한 정의와 관점으로 연구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이노베이션은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 서비스 또는 프로세스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나는 이를 “비약적인 발전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즉, 특정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해당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도 혁신을 촉진하고,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며, 이 중에서도 특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추가로 정의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란 한 분야의 패러다임과 패턴을 완전히 바꾸고, 나아가 산업, 삶, 그리고 부의 축적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질적·양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뤄내는 아이디어, 프로세스, 원천기술 또는 원천기술을 포함한 발명품들이 추가적인 기술 발전이나 더욱 혁신적인 제품들로 확장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이노베이션 플랫폼은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문화적 혁신을 동반한다.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이노베이션 플랫폼이 되었던 대표적인 예로는 불의 발견, 전기의 사용, 증기기관의 발명, 컴퓨터의 발명, 인터넷의 발명, 스마트폰의 발명 등이 있다. 이중 기록을 토대로 분석이 가능한 몇 가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산업혁명과 증기기관 이노베이션 플랫폼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이라는 기술적 혁신은 18세기 산업혁명을 촉발하며, 제조업과 운송업에서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켰다. 산업혁명은 농업 중심의 사회 구조를 변화시켜 도시화와 노동 계층의 형성을 촉진했고, 이는 노동운동과 사회복지 제도의 도입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혁신이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 환경의 변화는 아동 노동 금지법, 근로 시간 규제 등 새로운 법률과 제도의 필요성을 야기했고,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산업혁명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키는 제도적 혁신을 낳았다. 도시화와 산업화는 개인의 성취와 자립을 강조하는 새로운 사회 가치관을 형성했으며, 이는 교육과 자아실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화적 변화를 가져온 문화적 혁신이 되었다.


전기와 전력 시스템 이노베이션 플랫폼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주도한 전기 조명과 전력 시스템의 도입이라는 기술적 혁신은 산업과 생활방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전기의 보급은 도시와 농촌 간 생활 수준 격차를 줄이고, 다양한 계층이 전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여 사회적 평등을 촉진하는 사회적 혁신으로 작용했다. 전력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기 안전법, 전력 요금 규제 등 전기 관련 법률과 규제가 마련되었고, 이는 전기의 안전한 사용과 효율적인 배분을 보장하는 제도적 혁신이 되었다. 전기는 보다 자유로운 야간 활동을 가능케 하여 문화생활과 교육 기회를 확대했고, 이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며 창의성과 여가 활동을 촉진한 문화적 혁신이 되었다.


정보화 시대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연결되는 이노베이션 플랫폼

컴퓨터의 대중화와 디지털화로 대표되는 정보화 시대로의 전환은 정보의 저장, 복제,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컴퓨터의 대중화라 할 수 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으로 일반인도 디지털 정보를 쉽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사무자동화를 통해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고, 컴퓨터 교육 등을 통한 정보 격차 해소가 시작되는 기술적 혁신이었다. 디지털 문서 작성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정보관리 체계가 변화하는 사회적 혁신도 일어났다. 디지털 환경에 맞춰 저작권법이나 디지털 범죄 관련 새로운 법적 기준이 마련되는 등, 지적 재산권 보호와 같은 규제가 강화되었다. 전자정부의 도입은 전산화된 행정 시스템에서 시작되어 공공서비스의 디지털화라는 제도적 혁신으로 확대되었다. 워드프로세서와 같은 컴퓨터 프로그램은 글쓰기 등 디지털 창작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문화혁명은 더욱 확장되어 컴퓨터 게임이라는 새로운 여가문화 혁신도 등장했다.


1980년대의 디지털화를 핵심으로 하는 정보화 시대는 1990년대 중반에 대중화를 시작한 인터넷이 이노베이션 플랫폼의 중심이 되면서 또 다른 확장을 시작했다. 월드와이드웹, 웹브라우저, 이메일(전자우편) 등이 핵심 키워드인 인터넷은 검색엔진, 소셜 미디어, 전자상거래라는 기술적 혁신으로 전 세계적 정보 공유와 소통을 가능케 했고, 세상을 정보가 오픈되어 공유되는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의 시대로 돌입하게 했다. 시공간 제약 없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었다.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상거래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전자상거래법, 정보통신망법 등 인터넷 환경에 맞는 법제도와 인터넷 거버넌스로 이어져 제도적 혁신을 이루었다. 블로그 등 1인 미디어의 등장과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체성 같은 새로운 문화현상이 나타나는 문화적 혁신도 뒤따랐다.


이후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스마트폰 이노베이션 플랫폼 시대는 디지털 혁신의 가장 화려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모바일 컴퓨팅 기술 발전은 이동성과 함께 모바일 인터넷 및 클라우드 서비스 발전으로 확장되었다. 또한 터치스크린, 카메라, GPS 등 기기의 성능 발전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며 급속도로 발전해 왔고,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혁신은 실시간 소통과 정보 공유를 텍스트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동영상으로 변화시키며 일상화했다.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수집, 공유, 활용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 결제 수단 역시 크게 달라지는 등, 사회적 혁신도 가장 크고 빠르게 진행되었다. 심지어 은행이나 화폐 같은 결제 방식을 넘어 자산 축적 수단까지 변화하면서 이에 대한 제도적 혁신도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셀카, 밈, 모바일 게임 등 문화 전반에 걸친 혁신 역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 세 가지(컴퓨터·디지털화, 인터넷, 스마트폰)는 각각 독립적으로 시작된 혁신이지만, 상호 연결되어 하나의 종합적인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정보화 시대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가능하게 한 기초 인프라와 사고의 전환을 제공했고, 인터넷은 정보의 글로벌 네트워크화를 촉진하며, 스마트폰은 이 연결성을 개인화하고 이동성을 확장했다. 정보화 시대에 제기된 원격 근무 가능성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현실화되었고, 인터넷에서의 지식 공유는 스마트폰을 통해 모든 사용자가 동시에 콘텐츠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길을 열었다. 정보 자체는 더 이상 무기가 되기 어렵다. 정보를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그것도 특정 부류나 계층만이 아닌 누구나 정보를 다룰 수 있으며 실시간으로 개인이 생성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인류는 이렇게 인류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큰 변화를 만든, 서로 연결된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인류는 인공지능이라는 더 크고 강력하게 세상을 바꿀 새로운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마주하고 있다.

모든 이노베이션 플랫폼은 대립되지만 반드시 양립되어야 하는 ‘창조’와 ‘파괴’를 통해 사회 전반은 물론 각 분야별 산업 생태계에 변화를 만들어 왔다. 이와 같은 양면적 현상은 다양한 해석과 표현으로 정의되어 왔다. 모두 표현은 달라도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변화’와 ‘기존 것이 사라지거나 보편적으로 쓰이지 않게 되는 변화’라는 양면성에 주목한다. 특히 후자의 변화에 대해서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되어 왔다. 이 책에서 처음에는 영어식 표현처럼 긍정적(positive) 변화와 부정적(negative) 변화로 나누어 설명하려 했으나, 자칫 후자의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변화’로 인식될까 우려되어 창조와 파괴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한다. 파괴적 혁신 또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인류가 경험한 이노베이션 플랫폼인 스마트폰 기준한 예시를 들어보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전 세대의 피처폰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스마트폰은 확장 영역으로 태블릿 시장을 형성했다. 이러한 변화로 스마트폰·태블릿·데스크톱 등 모든 기기가 하나로 연동되는 생태계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확장되면서 이전 세대 컴퓨터 시장에도 파괴적 혁신이 일어났다. 통신시장 또한 수익 모델 자체를 바꿔야 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스마트폰과 연동 생태계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사례 중 하나가 실시간 채팅·음성통화·화상통화가 가능해진 소셜네트워크 앱·서비스들의 등장이다. 이것들은 시장 전체를 바꾸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화요금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하던 통신사들은 대혼란과 수익원 변경이라는 지각변동을 겪었는데, 그 이유는 ‘앱 기반 스마트폰’이라는 이노베이션 플랫폼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고 사회 전반의 패턴, 즉 소비자들의 소비 형태까지 바꿨기 때문이다. 이렇듯 창조와 파괴가 공존하는 변화는 다양한 형태로 반드시 함께 일어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인공지능은 인류가 경험한 이노베이션 플랫폼 중에서도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노베이션 플랫폼 가운데 인류에 크고 많은 영향을 가져온 것들의 공통점은 ‘한계를 넘어서게 한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증기기관 발명으로 대변되는 산업혁명은 인력, 즉 인간의 물리적 힘의 한계를 넘어서게 했다. 그 이후 물리적 인력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다시 말해, 인간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기계의 힘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환경은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했으며,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동일한 문서를 공동 편집하거나 사무실에 가지 않아도 업무를 볼 수 있게 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들의 등장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시공간적 중요성은 낮아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지적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 현상을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기반 챗봇인 챗지피티4(ChatGPT4), 클로드(Claude), 제미나이(Gemini) 등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 사람이 쟁점으로 삼는 인공지능의 지능 레벨(AGI 등과 같은)보다도 ‘지식과 정보를 다루는 지적 한계’의 극복이라는 점이다.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한계를 완벽히 뛰어넘은 것은 아니지만, 아주 가까운 미래에는 이를 완벽하게 달성할 것이다. 현재 수준만으로도 인간의 지적 한계를 부분적으로라도 넘어서는 듯한 짜릿한 경험을 이미 하고 있기에 인간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현상은 곧 대중화될 것이다.

지식의 한계 돌파 등의 추상적인 미래 말고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이 질문은 변화를 알아야 대처 방안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며, 또 얼마나 크고 많은 변화들이 예상되기에 이렇게까지 호들갑스럽게 이야기하는지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모든 결과물은 더 크고 많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갈림길은 더욱 다양해졌고 그 끝은 더욱 멀어졌다. 인류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최대의 불확실성을 가진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인류는 현재까지의 역사에서 대부분의 불확실성을 지식의 축적과 과학·기술의 발전 등을 통해 대처하고 해결해 왔다. 직면한 불확실성에 대해 인류는 회피보다는 이해하고 통제하여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체계적인 관찰, 실험, 기록을 통해 지식을 축적했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불확실성을 줄이거나 해결해 왔다. 다음은 인류가 해결해 온 몇 가지 대표적인 불확실성들을 정리한 것이다.


식량생산의 불확실성 인류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인류를 위협하는 가장 큰 불확실성 중 하나는 식량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은 농경사회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는 수렵·채집 생활에서 벗어나 농경사회를 이루면서 보다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확보하기 시작했고, 지식의 축적과 기술의 전수를 통해 발전을 지속하며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었다. 이후 여러 차례 농업혁명을 통해 식량생산의 불확실성을 해결해 왔고, 20세기 중반 녹색혁명으로 유전자 조작, 화학비료와 살충제, 현대적 관개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식량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 식량생산의 불확실성을 크게 감소시켜 왔다. 최근에는 전쟁이나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식량 생산의 불확실성을 스마트농업, 실내 수직농업, 도시농업 등으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질병, 생명과 신체에 대한 불확실성 인류는 여러 질병과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과거에는 질병의 원인을 알지 못해 주술이나 미신에 의존하기도 했으나, 미생물학의 발전, 백신 발명, 항생제 개발 등을 통해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1928년 발견을 시작으로 1939년 본격적으로 연구된 페니실린은 감염병 치료의 혁명을 가져왔고, 미생물학과 면역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 제시, 그리고 제약산업의 성장 계기까지 크고 많은 변화를 만들어 평균수명을 크게 늘리는 데 기여했다. 또 다른 예시를 살펴보자면, 엑스선(X-ray)의 발견은 이후 영상의학 발전(초음파, MRI 등)의 발전으로 이어져 이전까지 해부 없이는 알 수 없던 인체 내부 상태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의료 혁신으로 이어졌다. 비록 초음파·MRI·CT·NMR 등은 엑스선과 직접적 기술적 연관은 없지만, 엑스선이 보여준 ‘비침습적 영상 진단’이라는 프로세스 자체가 기술 발전의 방향성과 목표를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각 기술들은 서로 다른 물리적인 원리를 사용하지만, 엑스선을 계기로 모두 인체 내부의 불확실성을 안전하게 관찰하려는 공통의 목표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에 대한 불확실성 인류가 자연재해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결하고자 했던 노력은 예측과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과거 자연현상이나 자연재해는 농업이나 질병 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자연재해에 대한 불확실성을 신의 노여움이나 귀신의 원한 등으로 여겨 정치나 통치,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질학, 기상학, 해양학 등의 발전으로 자연재해의 원인과 발생 가능성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고, 기상위성과 슈퍼컴퓨터의 발전으로 기상예보와 자연재해 예측이 크게 향상되어 자연재해에 대한 불확실성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왔다. 일부에서는 이제 예측을 넘어 과학기술로 인공강우 등을 만들어 자연재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아직은 부작용이 많고 또 다른 불확실성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인류는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통해 자연재해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주에 대한 불확실성 천문학, 물리학이 발전하기 이전까지 인류는 천체 현상을 신화적으로 해석하거나 잘못된 이론을 믿었다. 지동설을 주장한 학자들은 천동설을 맹신하던 지배세력에 의해 화형과 같은 끔찍한 죽임을 당하거나 가택연금·출판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와 유사한 잘못된 맹신은 일부 국가에서 근대사회에 이르기까지도 일부 학자들의 종교적 탄압은 물론 사회적 고립까지도 만들어 내었다. 중력 이론이나 우주의 원리 등이 지구의 공전·자전 등으로 증명되고, 우주탐사를 통해 지구가 둥근 모양임을 보여주었음에도, 이를 믿지 않는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우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나아가 우주자원 탐사로 미래 생존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까지 기울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렇듯 인류가 경험했거나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불확실성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과 축적·전달을 통해 줄거나 해결되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불확실성은 이전과 다른 특징을 갖는다. 이는 앞서 언급한 ‘한계의 극복’과 관련이 있다. 앞서 설명된 것처럼 산업혁명의 증기기관 이후 기계 혁명이 주로 물리적 노동을 대체했다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면서 인간의 지적능력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인간이 가졌던 지적 한계를 사회 전체가 넘어설 수 있게 되고, 지식과 지능 자체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인류가 수백,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온 개념, 체계 및 구조 등을 모두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미 인공지능으로 인한 변화를 우리는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많은 직업이 자동화되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 고용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단순한 업무만 대체될 것이라는 희망은 버려야 할지 모른다. 이미 우리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사무직·개발자 등 오피스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량으로 위협하는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만으로도 웬만한 개발자보다 코딩을 더 잘하고, 잘 만들어진 LLM 챗봇 하나가 수십 명이 투입되거나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작업들을 몇 초, 혹은 몇 분 안에 완료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식의 한계를 갖는 전문직일수록 오히려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로봇 분야(특히 휴머노이드 로봇)가 상용화되고 보편화된다면, 인류의 일자리는 전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의료 분야의 혁신 또한 기대된다. 인류 역사에서 의료 분야는 현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지난 수십 년간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분야다. 그럼에도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처치와 판단은 환자를 담당하는 의사의 역량과 판단에 크게 의존한다. 대형 병원일수록 체계를 갖추어 다수 인원이나 경험 많은 선임 의사가 백업해 주지만, 여전히 지식·정보·분석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을 인공지능이 보완하거나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UCLA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 진단에서 인공지능은 84%, 인간의사들은 67%의 정확도를 보여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보다 무려 17%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는 의료 영상 분석 분야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인공지능의 우세를 보여, 전체적인 정확도를 인공지능과 인간의사들 사이에 비교하였을 때 인공지능은 92.7%, 인간의사들은 86.4%로 진단 정확도에서 인공지능이 더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고 한다. 오진율에서도 인공지능은 7.3%인 반면, 인간의사들은 13.6%로 인공지능이 오진율을 46%나 낮춘 결과를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인공지능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는 분야로 의료가 주목되고 있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 의사보다 데이터셋 구성에 따라 평생 접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할 수 있다. 또한 감정이나 피로도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된 판단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은 또 다른 분석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결과들을 만들었다. 희귀 질환 진단에서 인공지능은 88.3%, 인간 의사들은 79.1%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복합 질환 진단에서도 인공지능은 90.2%, 인간의사들은 85.7%로 인공지능이 더 우세하였다.


물론 아직 보완되어야 할 점이나 우려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셋의 구성과정에 따라 데이터 편향성이 생길 수 있고 이것이 진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쉽게 말해 미국인들의 의료데이터로 만들어진 데이터셋으로 한국인을 진단하면 정확도와 오진율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아직은 많은 인공지능 모델들이 마치 블랙박스처럼 작동하고 있어 결론 도달 과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데이터에 없는 새로운 유형의 질병이나 특이 케이스에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러한 우려들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활용 가능한 긍정적 효과들이 더 많기 때문에 의료 분야의 혁신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 분야 역시 많은 변화와 혁신이 기대된다. 인공지능이 교육 분야에서 가장 크게 일으킬 변화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은 개인화된 맞춤형 학습이다.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수준, 학습 스타일, 관심사 등에 따라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고, 일대일 과외를 하듯 실시간으로 학습자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파악해 그에 맞는 설명이나 문제를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교사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교사는 반복적인 채점이나 기초 피드백 제공을 인공지능에 맡기는 대신 학생과의 상호작용, 인성교육,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 향상 등 ‘교육의 본질’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작문 수업에서 인공지능가 문법과 구조를 검토하는 동안, 교사는 학생의 표현력과 논리 전개 등에 더 깊이 있는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의 개입을 통해 언어의 장벽을 없애거나 새로운 몰입형 학습 환경을 인공지능과 결합된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등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가상의 실헙실을 통해 위험한 실험이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실험, 또는 많은 기자재가 필요한 실험 등을 체험할 수 있게 되는 환경을 어디나 제공할 수 있다. 또는 가상의 타임머신이나 가상의 공간 이동 등을 통해 시간, 장소, 문화적 제약을 뛰어넘는 경험적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생애주기에 맞추거나 자발적인 요청 등에 의한 평생 학습 및 자기 주도 학습 기회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의 자아실현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직무 교육이나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여 생산성 및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의 방법이나 효과도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결합으로 단순한 교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교육받은 내용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서포트를 실시간으로 받게 되는 새로운 교육 및 훈련, 서포트 결합 시스템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많은 변화들이 예상되는 가운데 의견이 분분한 우려들도 존재한다. 이것이 디지털 격차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더 심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이나, 인간과의 상호작용에서 사회성이 결여되는 현상, 데이터 주권 등이 그것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로봇이나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도 이어져 스마트 도시와 스마트 건축물의 혁신적 변화를 예고한다. 도시 인프라 관리의 지능화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도시운영이 이뤄지게 될 것이다. 교통신호등은 실시간 교통량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화되고, 인공지능과 결합된 자율주행 및 안전장치들로 교통사고는 현저하게 줄어들게 될 것이다. 쓰레기, 폐기물을 비롯한 오폐수 및 빗물 등에 대한 처리도 최적으로 자동화되어 이뤄지게 될 것이다. 공상과학영화나 만화에서나 보던 것들이 현실이 될 것이다. 쓰레기를 버릴 때 더 이상 고민이나 수고스러운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과 결합된 처리기 또는 로봇이 알아서 쓰레기를 분류하고 필요시 세척이나 분해, 분리 등을 자동으로 해준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쓰레기통이 지저분해질 일도 없다. 언제나 인공지능이 청결을 유지한다. 오폐수도 자동 처리하고 빗물이나 사고에 의한 오작동 또는 부분적인 고장, 사고에도 스스로 대처한다. 더 이상 거리나 도로가 더러워지거나 빗물, 눈에 잠기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전과 재난 대응도 최적화되어 도시의 안전이나 인명구조 등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범죄예방, 범죄 발생 시 대응에도 많은 변화를 가지게 될 것이다. 에너지 관리의 최적화, 사용자 경험의 개선, 유지보수의 최적화 등이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이러한 도시와 건물들의 변화는 헬스케어와 환경 최적화 등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 개인의 삶과 사회에서는 더 크고 많은 변화를 만들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비서와 자율주행, 그리고 업무 형태의 변화는 개인들의 생활 패턴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생활패턴의 변화는 사회적 교류방식이나 소통, 또는 관계성에 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노동은 재정의 되고 직업의 종류와 역할 또한 모두 새롭게 재정의 될 것이다. 정보의 접근성과 지식의 사용 등의 한계가 무너짐에 따라 개인들의 능력한계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어쩌면 빈부의 격차나 불평등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면서 더욱 심각한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뺏기고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삐뚤어진 인공지능의 사용을 부추길 수도 있다. 윤리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인간의 존엄성이 극과 극으로 나눠질 수도 있다. 좋은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들 간에 정보의 질이나 잘못된 데이터의 활용 등으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격차나 차별등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렇듯 인공지능이 가져올 혁신이 반드시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기에, 많은 준비와 대처가 필요한데,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맞닥뜨릴 부작용들이 우려스럽다. 지금의 속도라면 필자가 우려하는 혼란의 과도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가능성도 높다.


인공지능으로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제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결국 이것들은 “그렇게 될 것이다” 혹은 “그럴 수도 있다”는 가정이며, 모든 변화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불확실성이라 할 수 있다. 일부 학자나 기업가는 인공지능이 인간 통제를 넘어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로, 필요시 인공지능을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는 ‘킬 스위치(kill switch)’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개방된 지식과 한계의 극복이 자칫 대처 불가능한 생화학 무기나 대량살상무기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런 무기에 대한 접근이 누구에게나 가능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윤리적 문제, 프라이버시, 데이터 주권 등에 대한 우려 또한 매우 크다. 인공지능은 이렇듯 모든 것들이 ‘불확실성’으로 연결되는데, 문제는 이 불확실성의 무게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고, 그 본질적 출발이 다르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긍정적·부정적 변화에 모두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려면, 개인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나는 이 책에서 흔히 말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를 반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불확실성은 ‘인간의 인지능력, 지적 한계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원이 다른 문제다. 과연 이러한 불확실성을 또 다른 지식, 또 다른 기술, 또 다른 제도적 장치로 해결할 수 있을까? 사회나 국가가 제시할 수 있는 대처방안이 개인이 마주하게 될 불확실성을 얼마나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 즉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자녀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모든 불확실성을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함, 그 답은 ‘지혜’다.


인간 지식의 한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더 이상 단편적 지식 하나가 막강한 힘이 되거나, 경제·사회활동의 원재료가 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누구에게나 지식의 사용권이 열려, 지식이 특정 부류의 힘이나 능력이 아닌 보편적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에게 지식 습득만을 강조하는 근대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교육방식은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지혜를 갖게 하는 것’, ‘지혜롭게 되는 것’, 그것으로 올바른 판단과 지도력,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온전한 독립체가 되는 것이 최선이며, 인공지능 시대의 주인공들을 길러내는 최고의 방법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아이들에게 유산처럼 남겨주고 싶은 ‘인공지능 시대의 지혜’에 관해 집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은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 ‘지혜’에 대한 책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필요한 지혜를 탐구할 것이며, 인공지능 시대에 요구되는 지혜가 무엇인지, 그 지혜를 갖추어 ‘지혜로워지는’ 방법과 활용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지혜를 다음 세대에 전해주기 위해 우리 기성세대가 실천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이야기하려 한다.


간절함에서 시작된 나의 생각과 노력이 조금이나마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부모와 자녀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들의 지혜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 등대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그중에서도 나의 자녀들이 가장 크고 빛나는 등대가 되어, 스스로도 길을 잃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도 길을 안내하는 존재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소망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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