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설거지하기
누군가에 대한 미움으로 힘들었던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열심히 달려오던 꿈이 있었고, 내가 원하던 자리에 섰는데, 그 자리에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바라고 원했던 곳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왜?”라는 말로 책임을 떠넘기고, 나의 상처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더 나아가서 내가 일을 크게 만드는 것처럼 무신경하게 나의 상처를 바라봤다. 냉담한 시선들이었다. 나도 이 꿈을 향해 달려온 나에게 냉담한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이 꿈과 이 자리를 선택한 과거의 나를 질타하고, 원망했다.
나와 같이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들이 나에게 보낸 시선만큼 차가운 시선과 차가운 말을 하고 싶었다. 나의 상처는 당신들은 절대 겪지 않을 법한 ‘개인적인 체험’이 되어갔고, 나는 나를 숨길 동굴을 만들었다.
우울한 어느 날, 김치볶음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마치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밥알이 눌어붙은 프라이팬을 설거지하는 것과 같다고.
밥알을 불리기 위해 팬에 끓는 물을 붓는 건, 속이 끓는 분노와 같다.
끓는 물을 붓고, 성급하게 바로 철수세미로 밥알을 떼려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지 않고 힘을 써서 철수세미로 밥알을 떼려고 하면 프라이팬의 코팅이 다 벗겨진다.
성급하게 화난 마음, 미운 마음을 벗겨내려고 하면. 밥알은 떼 지지 않고, 내 마음의 코팅만 벗겨진다.
밥알이 충분히 불어날 때까지, 밥알을 떼어내도 내 코팅이 벗겨지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자.
기다리다, 할머니께서 정성 들여 만드신 수세미로 살살 불어 터진 밥알을 밀어내면 깨끗하게 프라이팬이 상하지 않고 닦인다.
미워하는 마음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분노할 수 있다. 하지만 미움이 불어 터져서 내 마음을 상처 내지 않고도 떼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나의 감정과 나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봤고, 미움을 만든 사람을 연민하려 했다. 밥알을 눌어붙게 만든 그 사람이 불조절을 하지 못한 급한 속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류시화 작가의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연민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 사람 속에서 어떤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고, 모두가 말할 수 없는 사정을 가지고 살아가니까.
이렇게 시간을 두고 미움을 바라보니, 좋은 책도 만나고 나 또한 나를 지켜내는 미움 설거지 법을 알아냈다.
미워하는 마음 때문에 나의 마음을 상처 내지 말자, 좋은 미움 설거지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