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ssy Aug 22. 2024

글을 쓰는 이유

sos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생각이 참 많은 사람이다. 원래도 많았지만,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더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직장에 가는 것이 재미가 없다. 오랫동안 꿈꿨던 직업이기는 하다. 거의 10년 넘게 이 길을 향해서 걸어왔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직장에 가서 얻은 것은 실망밖에 없었다.

그동안 이 꿈을 향해가며 자아를 쌓아 올렸는데, 다 무너져버린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직장이 원래 살고 있던 도시와 멀었기 때문에 취직을 하면서 친한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되었다. 원래도 나를 찾는 친구들이 없기는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고립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당장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다시 새로운 길을 갔을 때 그 길이 지금과 같은 길이면 어떻게 할까 싶었다.

몇 년 동안 노력은 하는데, 다시 실망하고, 무너지고.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다시 극복할 수 없을 거라는 걱정이 일었다.

그만두는 것도, 다시 새로운 길을 시작하는 것도, 지금의 일을 유지하는 것도 어느 것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외롭기만 했다.


가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중력이 다 사라진 기분. 너무 좋아서 몸이 뜨는 게 아니라 세상에 나를 잡아줄 것이 단 하나도 없어서 몸이 뜨는 기분.

그런 기분에 시달렸다. 손을 뻗으면 닿는 것은 모두 헛구름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까마득해서 추락하는 일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나를 세상과 잇게 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헬륨풍선을 잡은 어린아이의 여린 손이라도 괜찮으니까. 아주 약한 질량도 괜찮으니까. 어떻게든 나는 균형을 잡아야만 했다.


그때 읽기 시작한 게 책이다. 근무하는 곳과 아주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었다. 그곳에서 책상 아래 발을 딱 붙이고, 아주 무거운 엉덩이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독서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세상에 발을 붙인 사람들. 그들의 발과 엉덩이는 땅에서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을 따라 나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무 책이나 다 읽었다. 소설, 에세이, 잡지, 각종 인문 도서, 과학 도서 가리지 않고 글을 읽었다.

내 머릿속에 기억되는 문장들이 아주 얇은 실이 되었다가 또 문장이 모여서 얇은 노끈이 되었다가 또 문장이 모이고 꼬여서 밧줄이 되었다.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내려갈 방법을 얻게 되었다.


생각이 많아졌다. 책을 읽을 때 책의 내용과 내 삶을 관련지을 때가 많아서 책을 읽으며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돌아보는 만큼 생각도 많아지고 성찰하는 내용들도 많아졌다. 머릿속에 들어가는 문장들, 그리고 새롭게 생겨나는 생각들.

이제 머리가 터질 만큼 하고 싶은 말들이 많아졌다. 나의 문장들이 내 몸속에서 나를 빠져나갈 준비를 하듯 부풀어 올랐다.

뱉어내고 싶었다. 이제 나의 말을.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근의 나는 주변에 사람이 없다. 즉, 터져 나오는 나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내가 만들어낸 밧줄을 잡고 나를 다시 땅으로 끌어내려줄, 강한 힘을 가해줄 사람이 없었다.

그런 사람을 구하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글은 나의 sos 신호이다.

나를 다시 사람과 잇게 해 줄 그런 신호.


어떻게, 저의 신호를 받으셨나요?

응답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