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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 학습의 시작

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30

by Rani Ko
아이의 호기심을 발견하는 순간, 자기주도 학습은 이미 시작된다.



생물덕후 형 윤이의 영향을 받아 요즘 준이는 곤충과 해양동물의 세계에 폭 빠져 있다. 관심이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의 상당 부분을 그 세계 속에서 보내는 수준이다. 어느 날은 거실 바닥을 가득 채울 만큼 상어를 그려 오리고, 또 다른 날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해양도감의 페이지를 소리 내어 읽으며 아주 사소한 특징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눈빛을 보인다.




그 변화의 시작을 되짚어보면 지난 여름 단양 여행이 떠오른다. 숙소 근처라 큰 기대 없이 들렀던 한 아쿠아리움이 있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상상 이상으로 넓고, 해양 생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훨씬 풍부했다. 가족 모두가 만족할 정도로 좋은 경험이었는데, 무엇보다 준이에게는 그 방문이 결정적인 순간이 된 듯했다. 이미 해양 생물에 관심의 불씨가 남아 있던 아이였는데, 아쿠아리움에서 살아 움직이는 상어, 가오리, 해파리를 마주한 뒤 그 호기심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다녀온 이후로 준이는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연 사람처럼 해양 생물에 대한 탐구를 스스로 이어갔다.


아이의 배움은 종종 이렇게 예기치 않은 순간에 시작된다. 목마른 아이를 호숫가로 데려가면, 그다음부터는 아이 스스로 물을 떠 마신다. 부모의 역할은 물을 억지로 먹이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물가로 데려가야 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는 사람이다. 이 아이가 목이 마른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어떤 세계를 향해 마음이 열려 있는지를 알아보는 일이 사실 교육의 핵심일 때가 많다.


언젠가 육아서에서 읽은 문장 하나가 떠오른다.

“아이의 배움은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억지로 시키는 공부는 오래가지 않지만, 스스로 빠져드는 관심사는 결국 아이를 ‘배우는 존재’로 만든다. 요즘 준이를 보며 그 문장을 다시 새긴다. 준이는 예전에도 자동차, 공룡처럼 또래 남아들이 흔히 거쳐가는 관심을 갖곤 했었다.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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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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