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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쉼

내 아이는 나의 기적입니다 32

by Rani Ko
엄마도 때로는 쉬고 싶다


며칠 동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두통이 극심해 병원을 찾았더니, 급체로 인해 소화기가 크게 상했다고 한다. 비염으로 부비동이 붓고 막혀 숨 쉬는 것조차 어려운 요즘, 독감 환자가 워낙 많다 보니 진료를 받는 동안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10년 넘게 다닌 병원이라 이제는 주치의나 다름없는 의사 선생님은 내가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 그래서 결국 수액 치료까지 처방해 주셨다. 사실 요즘 부쩍 체력이 떨어져 있었기에, 이 링거를 맞아야만 오늘 아이들의 픽업과 라이드 임무를 무사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필이면 둘째의 일정이 가장 많은 날이었다. 여기저기 데려다주어야 하고, 첫째는 학원에 가기 전 숙제를 봐줘야 한다. 링거를 꽂고 누워 있는 동안에도 머릿속은 온통 오늘 하루의 스케줄로 가득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천근만근 무거운데, 어지러움 때문에 휴대전화조차 손이 가지 않았다.

아파도 쉽게 쉴 수 없고, 편히 누워 있기도 어려운 자리. 결코 어떤 직업보다 가볍지 않은 자리. 그 자리가 바로 ‘엄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느 겨울


첫째 윤이가 세 살이던 때, 아이가 크게 아팠던 기억이 있다. 친정이 먼 탓에 KTX를 타고 오가던 차, 겨울 끝자락인 2월에 결국 독감에 걸리고 말았다. 그것도 A형이 아닌, 더 앓는다는 B형이었다. 닷새 동안 수액을 맞으며 가까스로 회복했는데, 그 시절의 나 역시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아이를 오전 10시에 어린이집에 맡기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주사를 맞고 죽 한 그릇을 먹으며 간신히 기운을 추스르면 어느 정도 움직일 만했다. 그 틈을 이용해 집안일을 후다닥 끝내놓고, 다시 오후 3시가 되면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렇게 하루를 버티며 살아내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두 아이 모두 학교에 다니며 예전처럼 숨 가쁘지는 않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워 온 지난 10년의 세월을 돌아보면, 나도 많이 늙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원래도 건강한 체질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예전보다 회복이 더디다. 조금만 아파도 병원을 찾고 약을 챙겨 먹으며, 이제야 비로소 내 몸을 돌봐야 할 나이에 들어섰음을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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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차 현직 초등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글쓰기를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꿈꿉니다. 교육대학교 졸업 및 동 대학원 수료. 2025 브런치 "작가의 꿈 1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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