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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훈 Dec 20. 2024

보고의 언어 – 상대방의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주다①

1. 단순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세요

1. 단순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세요
 

(1) 정확하지 못한 소통은 비싼 비용을 치릅니다. 


정확한 언어로 소통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정확한 소통에 혼란을 일으키는 악당들이 온갖 곳에 교묘히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 오류로 발생하는 손실은 어마어마합니다. 고생해서 쌓아온 성과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머릿속 생각을 단순하고 정확하게 전달하지?’라는 질문을 늘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소통을 막는 ‘악당 3총사’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3총사는 서로 다른 필터, 인지적 구두쇠, 모호함 선호 등을 말합니다.


첫 번째 악당‘사람마다 다른 필터’입니다. 인지과학에 따르면 우리는 정보를 처리할 때 원석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해석하고, 기억하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같은 말을 들어도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하게 되는데, 이 특성 때문에 소통의 결정적인 오류가 생겨납니다. 


두 번째 악당‘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입니다. 구두쇠가 ‘돈’을 아끼듯이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아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주의 깊게 관찰하고, 정보를 꼼꼼하게 수집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등의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은 뇌에 부담을 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골치 아프게 생각하는 일을 웬만하면 피하려는 습성이 있습니다. 


세 번째 악당 ‘모호함과 복잡성 선호’입니다. 우리는 사실 모호하고 복잡하게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니라며 펄쩍 뛰지만, 진실이 그렇습니다. 단순하고 명확하게 얘기하는 것보다, 흐릿하고 모호하게 말하는 게 훨씬 쉽고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2)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세요, 언제나. 


상대방이 늘 들을 준비가 된 이야기는 ‘자신의 WHY’입니다.

사람들은 그들이 볼 준비가 돼 있는 것만 본다고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눈으로, 귀로, 촉감 등으로 입력되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중요한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하고, 회상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언제나 들을 준비가 된 이야기는 ‘자신의 WHY(관심과 열망)’에 관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상대방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소음 속에 있더라도 자기 이름이 불리면 바로 알아챌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일 잘하는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다음 문장을 즐겨 사용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당신의 WHY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WHY를 전하는 데 얼마 안되는 시간을 모두 써버립니다. 하지만 열정적인 이야기를 듣더라도 상대방은 이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이걸 왜 들어야 하지?’ ‘이게 나에게 왜 중요하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이야기를 듣더라도 머릿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러니 연결 고리를 찾고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순식간에 상대방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일터에서 건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이 ‘나의 WHY’만 끈질기게 얘기하는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의 WHY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 있는 건 오직 자신의 일뿐입니다. 그러니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나의 WHY가 아니라 상대방의 WHY를 찾아서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플랫폼 기업의 개발자와 팀장의 대화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팀장님! A프로젝트 코딩 작업을 혼자 하려니 일이 너무 많아 힘들어요. 임시로라도 사람 좀 뽑아주세요.’ ‘그래, 경영본부에 얘기해볼게, 그런데 해줄지는 … ’ 개발자는 자신의 WHY(피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과연 충원이 될까요? 글쎄요, 쉽지 않을 겁니다. 팀장은 자기 문제가 아니니 적극적으로 움직일 이유가 없습니다.

일 많다고 호소하는 직원을 보는 건 물론 괴롭지만, 본부장에게 채용 이야기를 꺼내면 면박을 당할 게 뻔합니다. 그러니 개발자는 원하는 것(채용)을 얻으려면 팀장의 WHY를 전면에 내세워야 합니다. 이렇게 바꾸어 보고합니다. ‘팀장님! 코딩 작업 인원을 얼른 채용해주세요. 작업량을 보니 지금 상태로는 예정된 데드라인을 맞추기가 어렵겠네요. 클라이언트가 분명 펄펄 뛸 텐데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도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일하기 힘들고요.’ 개발자가 힘들고 지치는 건 팀장의 문제가 아니지만,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해서 클라이언트의 문제가 생기는 건 팀장의 문제(WHY)입니다. 얼른 해결해야겠다는 초조함이 몰려오기 때문에 아까와는 달리 적극적인 태도가 될 것입니다.  


(3) 안심 첫 문장으로, 30초 만에 핵심을 얘기하세요. 


일의 언어는 ‘두괄식’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내 말이 길어질수록 상대방은 최악을 상상합니다. 보고하는 사람의 말이 길어지면, 상사의 스트레스는 점점 더 심해집니다. ‘도대체 얼마나 나쁜 문제길래? 얼마나 큰 사고를 쳤길래 저렇게 뜸을 들이지?’라는 방어적인 마음이 되기 때문에, 별 것 아닌 조그만 흠에도 화를 냅니다.

우리가 상사 또는 클라이언트에게 보고하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자랑, 현황 중계, 도움 요청’입니다. 자랑은 상대방이 시킨 일이 잘 진행하고 있다는 좋은 소식입니다. 현황 중계도 기본적으로 좋은 소식입니다. 일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상대방이 참고로 알아야 할 사항들을 말해주는 거니까요. 마지막으로 도움 요청은 흔히 나쁜 소식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저 상사의 판단과 도움이 필요한 영역일 뿐입니다.  상사 보고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은 지금부터는 상사의 얼글을 보는 순간에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왜 왔는지”를 말해야 합니다.


보고의 3대 목적에 따라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좋은 소식이 있어서 보고드립니다.’ ‘간단한 현황 보고입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다 잘 진행되고 있는데요~’라고 하면서 시작합니다. 30초 안에 주요 내용(결론)을 애기합니다. 30초 안에 ‘왜 왔는지’, ‘무슨 얘기를 나눌 것인지’, ‘상사는 무엇을 해주면 되는지’를 요약해주시면 됩니다. 예측 가능한 보고만큼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게 없습니다. 긴장했던 상대방의 미간이 순식간에 펴질 겁니다. 이런 대화 습관이 상대방을 얼마나 편안하게 하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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