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우연히 찾아온 기회
구력 1개월 / 에버리지 80
찾아온 기회
모임에 두 번째 참가한 날이었다. 한창 볼링을 치고 있는데 모임장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나를 향해 지긋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스탭이 너무 딱딱 끊겨요. 리듬이 있어야 해요."
"어깨 가동 범위가 아주 좁은 편이니까 백스윙은 더 낮게 해 보세요."
"자세도 조금 더 낮춰보세요."
나에게 볼링 자세를 하나씩 알려 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자리에서 어느새 진지하게 코칭을 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의 코칭이 조금 얼떨떨했다.
'뭐지? 왜 가르쳐주는 거지?'
모임에서 볼링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모임장의 가르침은 팁을 하나씩 주는 수준을 넘어섰다. 거의 레슨에 가까웠다.
'이건 기회야!'
적당한 실력으로 가르치기 좋아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모임장은 그런 적당한 수준이 아니다. 선수 출신이다. 그가 어떻게 치는지 두 눈으로 보았기에 더 신뢰가 갔다. 그런 사람에게서 볼링을 배우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나는 이 기회를 꼭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모임장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을 가르쳐주었다. 하지만 그의 코칭을 적극적으로 듣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볼링을 배우고 싶은 마음보다 그냥 즐겁게 볼링을 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겠지. 하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열심히 들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긴데 모임장도 내가 열정적으로 배우는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고 한다.
부끄러움은 내려놓고
어느 날, 팀전으로 내기 볼링을 하게 되었다. 내 에버리지는 조금 올라서 80점 언저리였다. 팀 간의 수준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나는 모임장과 같은 팀이 되었다. 이때 모임장은 자신이 하이스코어를 기록하는 것보다 내 점수를 끌어올리는 게 이길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 듯했다. 그래서 볼링을 치고 내려왔을 때 중간중간 특훈을 받았다.
"자, 스윙 연습하자. 나 따라서 자세 잡아봐."
"핵심은 진자운동이야. 볼 무게를 느껴야지 힘이 들어가면 안 돼."
말은 참 쉽다. 볼링 마지막 자세를 잡고 오른쪽 팔을 앞뒤로 왔다 갔다 했다. 나는 이날 스윙 연습을 처음 해보았다. 이런 식으로 볼링 연습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탁 트인 공간에서 나의 볼품없는 자세가 전시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민망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이제 스탭 연습하자. 5 스탭을 할 건데, 자세 잡아봐."
"끊어지면 안 되고 연속 동작으로 쭉 가야 돼. 하나~ 둘~ 셋~ 넷! 다섯~ 박자를 세면서 해봐."
스탭 연습은 정말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 아직은 팔과 다리가 따로 놀았다. 팔에 집중하면 스탭이 꼬이고, 다리에 집중하면 스윙이 이상해졌다.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니 아주 조금씩 틀이 잡혀갔다.
아쉽게 그날 내기에선 졌지만, 얻은 것이 많았다. 볼링의 기초 자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그 연습법도 배웠다. 이제 열심히 숙련할 뿐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나는 볼링을 치고 내려오면 항상 스탭과 스윙 연습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부끄러움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