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력 1개월 / 에버리지 80
당신은 러닝을 좋아한다. 매일 달리며 향상되는 기록을 보니 뿌듯함을 느낀다. 이제는 초보자 수준을 벗어나 중급자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당신의 러닝을 본 정말 잘 뛰는 선수가 일침을 가한다.
"당신의 뛰는 자세는 틀렸어! 당신은 걷기 아니, 기어다니는 것부터 다시 배워야 해."
전문가는 그래야 상급자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다 내려놓고 기어다니기 연습을 할 수 있을까? 당신은 러닝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기어다니기를 연습한다. 그러다 얼마 안 가 다시 익숙한 방식대로 뛰기 시작할 것이다.
'내가 선수될 것도 아니고, 그냥 즐겁게 뛰는 거로 충분해.'
선수 출신인 모임장은 한 번씩 모임원들의 잘못된 자세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나처럼 적극적으로 듣는 사람이 드물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익숙한 자세를 고치는 과정이 어색하며, 점수도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임 분위기 자체가 진지한 연습보다는 재밌게 치고 즐거운 술자리를 가는 것이었다.
그들의 마음은 십분 공감한다. 나 같아도 기어다니기를 다시 하고 싶진 않다. 나는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다.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전문가를 만났으니 말이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볼링을 시작한 지 8개월 차다. 이제 겨우 초보 단계를 벗어났다. 하지만 자세만큼은 모임원 중에서 정석에 가장 가깝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모임장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처음부터 흥미를 잃고 볼링을 그만두었거나, 잘못된 자세로 인해 부상이 왔을 것 같다. 이런 세드 엔딩을 피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전문가의 레슨을 받는 것이다.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물론 어떤 취미를 레슨으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레슨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볼링은 그렇게 어려운 스포츠도 아니다. 꾸준히만 하면 점수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나 역시 선수 출신 모임장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전문가에게 레슨 받을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볼링 레슨을 꼭 추천한다.
레슨을 강력히 추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요즘은 유튜브로 웬만한 취미를 독학할 수 있다. 볼링도 그렇다. 그리고 입문자일 때는 어느 정도 유효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론 내가 잘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안 좋은 습관이 생기기 쉽고 한계에 빨리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빠르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볼링뿐만 아니라 어떤 취미에든 통용되는 이야기다.
"볼링에 정답은 없다."
볼러들 사이에서 유명한 말이다. 정답은 없다. 공을 이상한 자세로 굴려도 일관성만 있으면 높은 점수가 나온다. 다만 이상한 자세는 필연적으로 부상을 야기한다. 올바른 자세는 하루에 여남은 게임을 쳐도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
볼링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볼링장에 가면 가족 단위로도 많이 놀러 오고, 중년뿐만 아니라 노년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나는 특히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모여서 볼링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나도 그렇게 안 아프고 오래오래 볼링 치고 싶다.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