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번외 2. 공시생 2년
공시생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다음과 같은 단어들이 있었다.
#노량진 #고시원 #컵밥 #공무원 #백수 #구청
그리고 '자살'이다.
그전까지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제 나의 현실이었다.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 직렬의 7급 시험으로 분류된다.
근로감독관 7급 시험만 공부하면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해당 시험은 1년에 한 번밖에 없었기에,
더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9급의 과목들과 국가직, 지방직 시험을 모두 대비하여야 했다.
뿐만 아니라, 가산점을 따기 위해서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 공부도 해야 했다.
인강을 등록하고, 수험서들을 구매하고, 합격 후기들을 읽어보기 시작하면서
나는 공시생이 되었다.
하루에 무슨 과목을 공부할지, 진도는 어디까지 나갈지 결정한다.
스터디플래너를 쓰면서 나의 진행과정을 확인한다.
하루는 24시간이다. 6시간을 자고, 14시간을 공부한다.
남은 4시간은 식사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일상생활의 흐름을 보낸다.
언제 합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눈덩이와 같아서
하루하루 지날수록 거대해진다.
그 불안감과 함께 눈을 뜨며 오늘 해야 할 공부를 시작한다.
첫 번째 시험에서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였다.
그 이후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 공부법을 완전히 바꾸었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 '고작 몇 문제 차이로 떨어졌어요'라는 말을
나는 사실 믿지 않았다.
'세상살이라는 게 당연히 다 그런 거 아닌가?'
'무슨 공무원 시험이 고작 몇 문제 차이로 떨어져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었다.
사실이었다. 또 배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해서도, 비난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정말 각 과목당 딱 한 문제씩만 더 맞았어도 4문제만 더 맞았어도 합격이었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해보자' 그렇게 한번 더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도전은 반복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년, 스스로 마지막 시험이라 생각하고 보았던 시험에서
단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게 된다.
수많은 공시 장수생들 중 포기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서'이다.
나 또한 고민되었다. '조금만 더.. 딱 1년만 더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 안에는 사실 남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두려움도 존재했다.
'지금 이대로 내가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을까?'
'나는 어차피 실패한 사람인데, 그냥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우울은 한번 빠지면 끝도 없이 한없이 가라앉는다.
'자살'키워드가 나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 달 정도 고민 끝에, 공시생을 끝내기로 결정하였다.
2년의 공백기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공시 준비했어요' 하면 사회의 눈이 얼마나 차가운지,
더구나 HR 직무를 했던 만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다시 사회로 나가기 너무나도 두려웠다.
하지만 생각을 전환을 하기로 했다.
2년 동안 내가 했던 공부들은 행정법, 노동법, 헌법, 국어, 경제학 등 다양했으며,
'직업상담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이전에는 과태료와 벌금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할 줄 몰랐으며,
근로기준법을 정확히 읽어낼 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읽어내는 능력, 보는 시야가 더 다양하고 깊어졌다.
그리고 깊은 좌절감과 우울감을 극복하며
나 스스로의 '내실'이 더욱더 단단해졌음을 느꼈다.
차근차근히 이력서를 다시 써 내려갔다.
약 2개월 후 나는 세 번째 회사 'IT 스타트업'에 최종합격하게 되었다.